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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문 할머니와 천사

by 호호^.^아줌마 2011. 2. 21.

문 할머니와 천사

김정음자(나주시 대호동)


전 경찰청장이 뇌물수수로 구속이 되고 장관 내정자가 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하차하는 이 어두운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한없이 마음이 슬퍼집니다. 세상은 온통 빛이 없고 캄캄한 터널을 지나는 듯 암울한 세상이지만 여기 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나는 60대의 한 할머니를 돕고 있습니다. 문씨 성을 가진 이 할머니는 정신지체 2급 환자여서 나주시에서 주는 생활비로 생활을 하는데 그 통장을 관리해 주는 일입니다. 그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는 딸을 잘 돌보며 살았는데, 3년 전에 돌아가시자 어머니가 하던 일을 내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통장을 관리하면서 금전출납부를 썼습니다. 나는 금천출납부 첫 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할머니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정직하게 금전출납부를 적겠습니다.”

 

이렇게 나는 문 할머니와 한 가족이 되어 행복하게 생활을 하였습니다. 함께 하는 생활 중에서 할머니는 목욕하는 것을 가장 좋아 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에는 목욕탕을 전혀 이용하지 않으셨답니다. 어머니의 가슴에는 뜨거운 화가 가득 차 있었기에 뜨거운 목욕탕 공기가 어머니의 가슴을 더 답답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딸인 문 할머니는 목욕탕에서 스스로 목욕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내가 돌보와 드리면서는 목욕탕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목욕관리사에게 부탁해 목욕을 시켜드리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좋아하는 모습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즐거운 일에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문 할머니가 목욕탕에서 넘어져 다리가 골절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30년 전부터 이 가정을 돌봐주고 있는 천사에게 알려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주에 있는 병원에서는 두 달 동안 가만히 누워 있으면 다리가 회복될 수도 있고,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때 수술을 해도 괜찮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전해 드렸습니다.

 

이 천사께서는 대학병원에 있는 친구 의사와 의논을 하였고, 수술하기로 결론을 내려 할머니는 119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으며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이 되어 설 전에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입원비가 얼마냐 따지지도 않고, 수술비가 얼마가 드는지 묻지도 않고, 그냥 치료해야한다는 그 사랑 하나로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하였습니다.

 

이 사랑의 이야기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의 가슴을 더욱 찡하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또 하나 있습니다. 문 할머니의 어머니와 천사는 교회에서 교우로 만났는데 그 사랑을 30여 년 동안 지키고 있습니다.

 

30여 년 전에 어머니가 심한 병이 들었답니다. 나도 전해들은 이야기라 자세한 병명은 모르지만 어머니께서는 그 병을 고침을 받은 일이 천사의 도움이라는 것을 평생 동안에 잊지 못하고 천사에게 사는 날 동안 고마워하며 그 은혜에 감격하며 살았습니다. 

 

배는 남산처럼 부었고 숨은 헐떡거리는 어머니를 보듬고 나주에서는 희망을 접고 광주에 큰 병원을 찾았지만 생명이 위태로워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다들 입원을 거절하더랍니다. 그래서 친구를 찾아 조선대학교병원에서 목숨을 걸고 수술을 했는데 생명을 건졌고, 그로부터 30여 년 동안을 건강하게 사시다가 여든 두 살의 연세로 천수를 다하고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그 때 수술하고 입원실에 계시는데 날마다 문안드리는 이 천사를 보고 병실에서는 모두 감동을 했답니다. 처음에는 효자아들 두었다고 부러워했는데 아들이 아니고 교회에서 만난 천사라는 사실에 주위 사람들을 더욱 깜짝 놀랐다죠?

 

천사는 그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딸인 문 할머니에게도 변함없는 사랑을 쏟는 그 모습을 혼자 알기에 벅찬 감동의 이야기를 쓰려고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이 천사의 도움으로 대학병원의 정형외과의 최고 권위자가 수술을 집도하였고, 가난한 문 할머니는 대학병원 2인실에서 환자로서의 최고의 서비스를 받았으며 15일을 보내고 건강하게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할머니의 모습 속에서 나는 30여 년 전에 할머니의 어머니를 도와 준 사랑 이야기가 자꾸 지워지지 않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이렇게 밤늦게 글을 씁니다.

 

나는 지금 아픈 이를 빼고 곧 바로 임플란트를 하여 이가 보통 아린 것이 아니랍니다. 밤이면 잠을 못 이루고 끙끙 거리는데 내가 컴퓨터에 앉아 있으니까 남편이 별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네요. 그래도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게 되면 나를 이해하겠지요?

 

아름다운 천사, 그는 전라남도혁신도시지원단에서 봉사하는 나도팔 단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