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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오, 새들아! 가엾은 새들아!!

by 호호^.^아줌마 2011. 8. 20.

딸 같고 조카 같고 피붙이 같던 새들이가 갔습니다.

이 세상 여행 스물 넷 짧은 일정으로 마치고 그만 태고의 그 나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하핫...새들이가 갔네, 오늘 새벽에..."

 

지금은 헛웃음이 나오겠지만 머잖아 피눈물을 토해낼 그의 아비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고 눈앞이 캄캄합니다.

 

아, 하나님은 왜 이런 일을 우리에게 안겨주신 것일까요?

 

5월 어느날 나주병원에 입웠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을 내서 찾아가보려니 하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제는 가봐야지 했더니 퇴원했다하더니...

 

그로부터 사나흘 뒤 혼자 집에 있다 쓰러져 전대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는데 혼수상태라는...

 

스물 다섯만 넘으면 고비는 넘긴다 했는데 이제 스물 넷인데...

 

눈자위가 붉어지던 그 아비의 눈물이 심장에 녹아드는 것만 같습니다.

 

지난 주일...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얘기를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찾았던 병실에서 새들이는 모로 누워 손이며, 발이며, 머리며, 목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줄과 액체봉지를 주렁주랑 달고 누워있었지요.

 

마치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깜박이며, 가끔은 입술을 실룩거리기도 하며...

몸은 지쳐서 꼼짝을 못 하지만 의식만은 살아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힘내라, 힘내라 새들아...열심히 일러주고 기도하고 돌아섰는데...

 

7개월쯤 됐을까요? 목포대학교 컴퓨터교육학과 졸업반인 새들이를 인턴으로 들여 함께 일을 한지가요.

 

물론 소아당뇨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눈여겨 보기는 했지만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먹고, 발랄하게 장난치며, 혹 밤시간이나 휴일에도 고만고만한 처녀들 몇이서 사무실에 뒹글며 노느 모습을 보고,

 

"너희는 데이트도 안 하냐?" 말을 던지곤 했는데...

 

가끔 학교 선배라며 사무실 컴퓨터를 만져주러 오는데 새들이의 모습이 어찌나 흐뭇해 보이던지 "네가 좋아하는구나!"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새들아, 이쁜 새들아, 딸 같고 조카 같고 내 혈육같던 이쁜 새들아...

잘 가거라, 잘 가거라, 부디 잘 가거라,

먼 나라 그 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울지 말고 부디 행복하거라.

아픈 널 붙잡고 일 시키며 눈치도 못 챘던 이 못난 선생을 부디 용서하거라.

새들아, 이쁜 새들아!

 

귀천(歸天) - 詩 : 천상병, 작곡 : 유종화, 노래 : 김원중

 

 

  

 

우리의 딸 명새들 천국환송예배

 

 

동생 구근이가 영정을 앞 세우고,

교회 친구와 동생들이 운구를 합니다.

 

뒤 따르는 아비는 속울음을 울고

바람나 떠나버린 어미 없는 조카딸을 내내 안쓰럽게 돌봐왔기에

숙모의 마음은 찢어지기만 합니다.

    

 

 

나주교회 최태훈 담임목사님의 축도 속에

새들이의 영혼이 안식하기를...

 

 

아이에게 밥숟가락 떠먹이는 부모의 마음은 햇살이지만

아이의 가슴패기에 흙을 떠 붓는 아비의 심정은...

 

 

 

나주시 봉황면 송현리 산1번지.

나주교회 부활동산

 

이 곳에서 새들이는 한동안 밤마다 울겠지요.

무섭다고...

외롭다고...

그립다고...

 

하지만

새들아, 거기 있으렴.

먼저 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얘깃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다려.

어차피 우린 거기서 만날테니까.

 

사랑한다, 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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