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 오케스트라처럼...
1975년, 들리는 거라곤 총소리뿐이었던 어느 허름한 차고에 전과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총 대신 악기를 손에 들고 난생 처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5년 뒤, 차고에서 열렸던 음악교실은 베네수엘라 전역의 센터로 퍼져나갔고, 11명이었던 단원 수는 30만 명에 이르렀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오늘을 선물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였다.
엘 시스테마의 전설은 현재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떠오른 서른 살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갔다.
공연장이 아닌 극장에서 그를 만났다. 예술영화전문극장으로 광주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광주극장이 올 여름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섯 명의 마에스트로 공연실황을 통해서다.
머리를 질끈 동여맨 남자 팀파니스트, 아예 허리춤까지 머리를 늘어뜨린 남자 첼리스트, 코걸이에 귀걸이까지 한 플루티스트...
도대체 이런 오케스트라가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그들을 지휘하는 두다멜은 젊으디 젊은 애송이다. 그들은 바로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닫을 무렵,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객석이 어둠에 빠져들자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다시 조명이 켜지자 무대 위의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170여 명이 지휘자부터 단원과 촬영감독까지 베네수엘라 국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은 모습이 드러난다.
전 세계에 베네수엘라 발(發) 클래식 열풍을 불어넣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맘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첼로와 바이올린을 좌우와 위 아래로 신나게 돌리고, 연주 중에 자리에서 일어서는가 하면, 타악기 주자는 채를 공중으로 집어던졌다.
가난과 빈곤, 마약과 폭력의 위험 앞에 노출된 베네수엘라의 아이들에게 총기 대신 악기를 쥐어주자는 '엘 시스테마' 운동이 시작됐을 때, 오늘날의 결과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120여 곳에 이르는 오케스트라가 생겨났고, 이 음악 운동의 혜택을 받은 유소년과 청소년만 25만 명에 이른다. 이 오케스트라를 이끈 올해 서른의 문턱을 막 넘어선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이 엘 시스테마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회운동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잣대 사이에는 미묘한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 지휘자 두다멜은 곡의 속도와 강세를 대담하게 쥐었다 풀었다 하면서, 단원들 스스로 물결을 일으키고 굴곡과 급류를 만들도록 했다. 구조적이거나 엄격하다기보다는 열기를 자연스럽게 분출하게 하는 지휘자, 그는 탁월한 지도자였다.
요즘 나주시 행정을 두고 안팎에서 말이 많다. 시장이 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공무원들이 따라가기 힘들다느니, 시장과 눈빛을 맞추는 공무원은 몇몇이고, 얼른 3년이라는 공연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공무원들이 수십, 수백에 이른다는 말도 나온다.
더구나 요즘 예술행정을 두고 아우성이다. 도대체 나주시가 문화예술행정에 대해 철학은 있는 것인가. 시립으로 운영하는 삼현육각을 몇몇 사람들의 입김에 의해 들었다놨다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배꽃합창단을 빈약한 명분을 내세워 쥐락펴락하고 있어 분노를 사고 있다.
지도자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아우르는 지휘자와 같다. 비록 지휘봉으로 단원들을 지휘하지만 그가 움직이는 것은 철저히 계산된 음표와 박자에 의한 하모니다. 단원들은 각자의 연주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연주하지만 결국 지휘자 손끝에서 나오는 명령과 지시에 따른다.
그것이 통일되고 조화를 이룰 때 관객을 감동시키고 환호성과 갈채를 자아내게 된다. 나주시 행정에 감동하는 시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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