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회 나주전국사진공모전 은상 수상작 이정극(서울) ‘길쌈’
어제, 요양병원에 1년 넘게 입원해 계시는 엄마를 찾아가 목욕을 시켜드렸습니다.
옷 버린다 마다하시는 것을 간신히 설득해 머리를 감겨드리고, 때를 밀어드리는데...
때가 흰때가 나오는 겁니다.
이제는 삶의 의욕과 생활의 고단함을 다 접어버리고 진이 다 빠져버린 때.
엄마에게 미안했습니다. 한없이 미안했습니다.
오늘 아침, 늦잠을 자겠다며 뒹굴거리는 딸들을 끌고 목욕탕엘 갔습니다.
작은딸 몸에서는 좁쌀 같은 몽글몽글한 때가 나옵니다. "아야 아야..." 하며 팔을 비틀어 빼는데
검지도 희지도 않은 이쁜 때가 나옵니다.
어릴적 엄마가 빨간 고무다라이에 뜨거운 물을 퍼놓고 억지로 밀어넣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빡빡 밀어주시던 생각이 나 슬펐습니다.
큰딸을 밀어줍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녀석이라 뭉클뭉클 쥐똥같은 때가 밀려나옵니다.
제가 직접 밀겠다며 이제는 엄마의 손을 마다합니다. 머잖아 홀로 때를 밀면서
나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옵니다.
나도 엄마의 억센 손아귀에서 벗어나 거품 가득한 욕조에서 우아하게 목욕하는 꿈을 꾸며 벗어났으니까요.
다음주에는 좀 더 향기 좋은 비누와 샴푸를 준비해 가야겠습니다.
활처럼 굽은 엄마의 등을 그렇게라도 위로해드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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