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가 수레를 가로 막아?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 때의 일이라 한다. 어느 날 장공이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던 도중 웬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수레를 쳐부술 듯이 덤벼드는 것을 보았다.
마부를 불러 그 벌레에 대해 묻자, “저것은 사마귀라는 벌레이옵니다. 이 벌레는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을 모르는데, 제 힘은 생각하지도 않고 적을 가볍게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자 장공은 이렇게 말하면서 수레를 돌려 피해갔다고 한다. “이 벌레가 사람이라면 반드시 천하에 용맹한 사나이가 될 것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 20여년 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치른 한 언론사의 시험문제로 나온 말이다.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말이니 자기 분수를 모르고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과 대적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 때 이 말뜻을 몰라 미끄러졌으니 내 평생에 지워지지 않을 말로 기억된다.
얼마전 나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도 이런 진풍경이 벌어졌다. 박순복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2012년도 나주시 예산안에 대해 심사결과를 보고한 뒤 토론이 오가는 자리에서다.
3선의원이면서 행정복지위원장인 홍 모 의원이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된 보훈회관 매입비가 예결위에서 삭감되지 않고 살아난 부분에 대해 반대토론을 했다.
그러자 찬성토론을 자청한 초선의 임 모 의원이 발언대로 나오더니 다짜고짜 “초선의원으로 지난 1년 6개월을 지내오면서 선배의원들에게 배운 게 하나도 없다”며 짐짓 흥분된 어조를 감추지 못했다.
임 의원은 계속해서 “상임위에서는 삭감할테니 예결위에서 살리고 생색을 내라 하더니, 예결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본회의장에서 굳이 반대하는 (다선의원들의) 저의를 모르겠다”며 반대토론을 한 홍 의원과 또 다른 반대토론 예정자인 4선의 정 모 의원을 행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의회가 여당 대 야당, 민주당 대 무소속을 가를 이유가 무엇이냐, 집행부와 의회, 언론이 함께 가자”고 마무리하고 들어갔다.
뒤이어 발언대로 나온 4선의 정 모 의원,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보아 예산안은 서로 찬반논쟁은 치열했을 지라도 모두 여야 합의제로 처리가 됐다. 문제점을 지적하면 상의해서 의원들 설득하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집행부가 할 일이지, 공무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사정을 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시켜서야 되겠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말미에 “다선의원으로서 초선의원들 예우하지 않은 적이 없다. 앞으로도 예우할 것이다”며 벌언을 마쳤다.
여기에 왜 ‘당랑거철’이라는 말을 끄집어 낸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면 좀 더 쉬운 속담도 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다. 하룻강아지는 본래 ‘하릅강아지’가 변한 말인데 ‘하릅’은 나이가 한 살 된 소, 말, 개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다산 정약용은 이 속담을 이담속찬이라는 책에서 ‘一日之狗 不知畏虎(일일지구 부지외호)’라 하였으니, 예나 지금이나 지나친 용기와 의욕이 때로는 조롱거리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가슴에 금빛완장을 찼다한들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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