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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학교폭력, 학교가 무서운 아이들

by 호호^.^아줌마 2012. 2. 9.

 

학교폭력, 학교가 무서운 아이들 

 

 

자유당 정권이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시기. 국민학생 병태는 좌천된 공무원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을 온다. 5학년 2반으로 반 배정을 받은 병태는 첫날부터 급장인 엄석대에 대해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반 아이들은 물론 담임인 최 선생까지도 급장에게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이상한 학급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태는 엄석대에게 저항을 해보지만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뒤부터 오히려 엄석대의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 빠져드는 병태.

 

한편 병태와 석대는 6학년이 되고 서울에서 전근 온 김 선생으로 인해 석대가 구축한 왕국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병태만은 석대를 옹호해주려 하지만 더 이상 설 곳이 없게 된 석대는 궁지에 몰리는데...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줄거리다. 정치, 권력 등의 주제를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1987년 이상문학상을, 1992년 영화로 제작돼 그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특별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런데 소설과 영화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에 새삼 전율이 느껴진다. 소위 좀 노는 학생들이 힘없고 못 노는 아이들을 괴롭힌다. 재미와 이득을 위해서라면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얼굴에 침을 뱉고 입에 머금었던 물을 뿜고 급식으로 나온 음식을 모두 섞어서 먹게 하고 운동화나 핸드폰 등을 훔쳐오게 시키는가 하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벗기고 로우킥을 하는 등 인격적으로 해서는 안 될 만행들을 저질렀다.

 

더구나 요즘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형아들’이 동생들에게 쉬는 시간에 초등학교 저학년 여학생들의 치맛속을 찍어오게 하는 심부름까지 시킨다니...

 

남의 지역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아이들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상황이다. 그 어리고 힘없는 학생들이 받았을 고통과 상황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친구가 근심에 찬 얼굴로 물어온다. 딸이 얼마 전 배정된 중학교에 절대 가지 않겠다며,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켜달라고 조른다는 것이다.

 

아직 학교에 첫발도 들여놓지 않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나주시내 3개 초등학교 졸업생이 진학하게 되는 OO중학교. 입학하자마자 소위 선배들에게 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신입생들에게는 공포로 전파된다는 것이다.

 

9백여 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을 감당하지 못해 학교 관계자가 “두 세 학급만 이웃 학교에 떼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학교다. 학교가 스스로 학생을 통제할 능력과 책임을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학생들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가을 한 산행모임에서 중학교 교사가 자신을 “김정일도 무서워하는 중3 담임입니다”라고 소개한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물어보니 “말이 안 통하는 아이들이니 김정일인들 도리가 있겠느냐”는 것. 얼마전 그 교사에게 요즘 근황을 물으니 “김정일도 세상을 떠났으니 더욱 무서울 게 없어진 것 같다” 한다. 그저 우스갯소리로 듣고 넘길 것인가.

 

정부가 지난 6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학교폭력관련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우선 교원의 역할이 강화돼 가해학생은 즉시 출석정지 등 엄중조치가 허용되고 생활지도를 위한 복수담임제 도입 및 담임의 책무성이 강화된다.

 

또 학생들에게는 건전한 학교문화 형성을 위한 또래활동을 지원하고, 문제가 되는 학생의 학부모 소환 및 특별교육이수가 의무화 되는가 하면, 직장인 정시퇴근 문화확산 등을 통한 가정과 사회의 교육기능 회복을 전개한단다.

 

인성교육도 강화하고 중학교 체육활동시간을 주당 4시간으로 늘리고, 주5일제 수업에 맞춰 주말 스포츠 리그를 23개에서 890개로 확대하고 합창, 학생 오케스트라, 디자인, 영상 등 예술교육활동도 지원한다.

 

올해 지역사회가 할 일이 참 많다. 학교만이 아닌 우리의 자녀들을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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