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론조사 표심(票心) 읽을 수 있나
“이 상품 지금 주문폭주하고 있습니다. 매진임박이니 서둘러 주세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잠깐 시선이 머문 TV홈쇼핑 방송에서 쇼 호스트들이 하는 말에 귀가 솔깃해지는 건 충동구매에 약한 소비자들만의 특성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는 물건이라고 하면 생각지도 않던 물건이 갑자기 사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이처럼 다수의 소비자나 유행을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현상을 ‘밴드웨건효과’라 한다.
밴드웨건(Bandwagon)효과란, 어떤 상품을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품을 덩달아 소비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라이벤쉬타인은 밴드를 태운 마차가 북치고 장구치고 소란스럽게 연주를 하면서 마을을 지나가면 밴드웨건을 뒤로 하여 군중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관을 보고 이런 현상을 ‘밴드웨건’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와는 반대되는 현상으로 언더독(Underdog)효과도 있다. 개싸움 중에 ‘밑에 깔린 개(underdog)’의 승리를 바라는 것처럼, 게임 또는 시합에서 절대적인 강자가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기를 바라는 심리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선거철에 지지율이 약한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선거철을 앞두고 여론조사가 폭주하고 있다. 이제는 집전화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로까지 여론조사가 들어온다.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같은 여론조사를 하는 것일까. 굳이 내 표심을 드러낼 이유가 있는 것일까.
최근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에 넌덜머리가 난 유권자들이 의도적으로 조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에 목표로 한 표본을 다 채우지 못하는 날림여론조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전국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와 언론보도’ 연수프로그램에 다녀왔다.
둘째날 강연에서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인 신창운 기자는 현재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여론조사에 대해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상대에 따라 ‘귀에 걸어 드릴깝쇼, 코에 걸어 드릴깝쇼?’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그만큼 여론조사의 결과와 방향은 자의적일 수 있으며, 맹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한가지 예로, 2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동안 중앙일보 조사연구팀과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이 함께 실시한 총선 지역구 10곳 여론조사 중 서울 종로와 부산 북-강서을 두 곳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집전화의 경우 가상대결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둘 다 명백히 새누리당에게 호의적인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게 비호의적인 결과가 산출됐다.
하지만 집전화와 휴대전화 결합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게 호의적인 결과였다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공천후보 선정을 위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여론조사가 ‘집전화'와 ’집전화+휴대전화‘로 나뉘어져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인데, 두 당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방식을 각각 채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밴드웨건효과 보다 언더독효과가 더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농촌보다 도시에서, 중장년층보다 젊은층에서, 여당보다 야당지지층에서, 유럽보다 동양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근 들어 여론조사를 우습게 만든 ‘숨은 표’ 역시 그곳에 숨어있다고 한다. 동일한 방식으로 민심을 평가하기 때문에 일견 공정한 것 같지만, 후보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4월 11일 기권하지 않고 투표를 하는 것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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