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겉도는 공직사회, 보고 있자니 괴롭다
임성훈 나주시장이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고 해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정기인사를 두고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태에서 넥타이 풀고 한번 얘기 해보자는 자리려니 생각하고 내심 기대를 했다.
중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있어서 시장의 위치가 얼마나 벽이 높은 자리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발언을 하면서 목소리가 떨려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직원, 목이 타 동료가 건네주는 물을 들이키는 직원, “이 말을 하면 시장님이 화를 낼지 모르지만...” 미리 각오를 다지고 말하는 직원...
시장이 “나 그런 사람 아니다, 편하게 말하라” 대답하기 이전에 지난 1년8개월 동안 직원들과의 관계가 어떠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더구나 이런 자리가 정말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동원성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에게 출석표를 나눠주고 나갈 때 적어내도록 하는 것이 무슨 자율인가. 우스갯소리로 경품 추첨하는 것이냐 물었더니 옆에 있던 직원이 웃는다.
아마도 노조홈페이지에 시장과의 대화를 보이콧 하자는 의견이 올라오자 정말 참석자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런 것으로 이해된다. 더구나 누구의 발상인지는 모르지만 대화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언론인은 빠져달라”는 주문까지 하면서 말이다.
임성훈 시장과 직원들 사이에 오간 많은 얘기 가운데 귓가에 남는 한 마디가 있다.
“시장과 얘기 나누는 것이 뭐가 어렵습니까? 문제 있으면 언제든지 문 두드리십쇼. 저도 고민 많이 합니다. 내 의사와 관계없이 몇몇 참모들 얘기에 떨지 마시고 지레짐작하지 마시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시장도 이른바 측근정치의 폐해를 알고 있다는 부분인데, 이른바 시장의 오른팔, 왼팔을 자처하며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세하는 실체에 대해서 분명히 파천황(破天荒)이거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시장의 대화법은 매주 월요일에 하는 간부회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데, 이 간부회의가 중계를 통해 일반 직원들도 볼 수 있는가 보다.
이를 지켜본 한 직원은 시장보다 공직경륜도 훨씬 많고 나이도 많은 실과장들이 혹 답변을 잘못하고 실수라도 하면 바로 얼굴 붉히고 큰소리로 면전에서 창피를 주는 시장인데 누가 소신있는 발언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시장이 정말로 직원과 소통하고 직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직원들의 대표인 노조에 방문해서 그 동안 불거진 문제점들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게 시장과의 대화가 진행된 뒤 공직사회 분위기가 ‘노사갈등’에서 ‘노노갈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형국이다.
인사철회를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임 시장이 지난 8일 “차 한 잔 하자”며 김광열 지부장과 대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지부장이 임 시장의 ‘통 큰 결단’을 요구했고, 시장은 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실무협의회를 갖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근길 일인시위가 계속되자 시장이 “이런 상황에서는 통 큰 결단을 못 내린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러자 노조홈페이지에 노조 집행부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시장과 끝까지 담판을 해서 인사를 철회시키라는 주장과 함께 직원들 서명을 받아 감사를 청구하라, 노조를 해체해버리자, 지부장을 탄핵하자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대화와 소통의 단절로 시작된 공직사회의 갈등의 골을 대화로 풀어가나 싶더니 오히려 더 얽히고설킨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른지 한번 애정남이 되어 지켜보고자 하는데 그럴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은 나주시 공직사회, 좀 더 인내를 갖고 대화를 해보기 바란다. 아직도 시민들은 당신들을 공직(公職), 공복(公僕), 공무원(公務員)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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