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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김진수의 들꽃에세이(13) 메꽃(旋花)

by 호호^.^아줌마 2012. 6. 22.

 

김진수의 들꽃에세이(13)

 

제초제를 아랑곳하지 않는 승리의 나팔수…메꽃(旋花)

 

학명: Calystegia japonica (Thunb.) Chois.

현화식물문 쌍떡잎식물강 통꽃식물목 메꽃과의 여러해살이덩굴풀 

 

 

황톳길 삼백리

꽃은 피고

새는 울고

강물은 한없이 맑아서

우리들의 마음 되비추이는 곳

 

산과 강과

길들이 어우러진 그 곳에

주름살 착한 사람들

마을을 부리고

들메꽃처럼 살아간다네

 

- 곽재구의 시 「꽃은 피고 새는 울고(부분)」

 

 

 

무릇 혼자서는 못하고 누군가를 붙들고서야 허리가 꼿꼿해지는 풀이 있다. 그렇다고 파파할머니의 다리처럼 거동이 부실해서가 아니다.

 

모든 덩굴식물들은 숙명적으로 무언가를 꼭 붙들지 않으면 하늘을 향해 일어서질 못한다.

그럼에도 파헤쳐진 땅바닥이나 자갈밭을 가리지 않고 한 시절을 풍미하는 야생화가 있다.

 

바로 ‘나팔꽃을 닮은’ 『메꽃』이다. 동속의 식물로는 잎이 동그란 해변의 ‘갯메꽃’과 꽃이 작은 ‘애기메꽃’, 이보다 초형이 큰 ‘큰메꽃’ 등이 있다.

 

『메꽃』은 그 토종의 역사만큼 우리들 ‘옛 삶의 나팔’을 잘 닮았다. 6~7월의 한낮, 작은 칼잎을 들고 연약한 꽃모가지들을 늘여 1m도 채 안 되는 작은 키를 살지만(나팔꽃은 약 3m), 서로 옥신각신 뒤엉켜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린 우리메 정답고 허물없는 들꽃이다.

 

메꽃에는 새식구식물인 나팔꽃의 저 남보랏빛 짙은 화장발 대신 흰색과 담홍으로 토닥거린 우리 어미들의 소박한 분내가 있다.

 

메꽃의 ‘메’에 대한 유래는 분명치 않다. 대신 누구나 그럴듯하게 받아들이는 ‘산(山)의 예스러운 말’로 강하다. 그러므로 곽재구의 시에 쓰인 ‘들메꽃’은 ‘산들꽃’이라 바꿔 불러도 좋을 만치 어감이 순조롭다.

 

가늘고 긴 덩굴성 줄기가 왼돌기로 올라가는 모습에서 ‘선회하는 풀꽃(선화 旋花)’이라 하였으며, 영어로는 ‘감는 풀(bindweed)’이다.

 

나팔꽃처럼 메꽃도 새벽같이 피어 저녁에는 시든다. 그래서 ‘낮 얼굴 꽃(주안화 晝顔花)’이며, 잎이 단검의 칼날처럼 뾰족하다고 하여 ‘하늘의 칼 풀(천검초 天劍草)’, 꽃이 어여뻐 미초(美草)이다.

 

이 풀뿌리가 근육과 인대, 뼈를 늘리는 효능이 있다 하여 ‘근육을 이어주는 뿌리(속근근 續筋根)’라 하였듯, 필자가 캐어봤더니 과연 희고 굵은 뿌리가 국수다발 같았다.

 

또한 메꽃을 ‘고자꽃(鼓子花)’라 하는데 이는 씨가 아닌 포기나누기로 번식하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붓꽃이나 양딸기, 잔디, 대나무, 감자, 수련들도 다 고자화인가! 남자라면 억울할 메꽃이다.

 

오늘날 농부의 눈칫밥을 먹고 사는 신세임에도 정작 농부를 위해서 ‘약몸’으로서의 자신을 잘 지켜온 약초이기도 하다. 메꽃은 오줌내기를 잘하며 혈압을 낮추고 당뇨병의 혈당치를 낮추는 효능을 지녔다.

 

“메꽃은 어찌하여 아주 깊은 땅속에 자신의 뿌리를 내리는가!” 그것은 비록 누군가의 도움 없인 일어설 수조차 없는 ‘불우한’ 운명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지상의 키만큼, 안으로도 길게 뿌리를 내이고 싶었을 것이다.

 

화려한 나팔꽃에 속고, 귀찮은 잡초로 내몰려도 꿋꿋하게 살아갈 방도를 찾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밭을 갈아 핍박하면 더욱 잘게 부서져 포기를 나누고, 누군가가 제초제를 뿌려 지겹게 지상을 압박해 와도 고통은 잠시, 마침내 승리의 나팔을 불기 위해 메꽃은 오늘도 땅 속 깊은 데에 들어앉아 명상을 즐기며 부산한 땅 위를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 회장<전남타임스 기고글>

 

 

◇ 나팔꽃을 닮은 우리의 토종 들꽃 ‘메꽃’. 메꽃은 오줌내기를 잘하며 혈압을 낮추고 당뇨병의 혈당치를 낮추는 효능과 함께, 그 풀뿌리는 근육과 인대, 뼈를 늘리는 효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