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20>
◇ 용담과의 두해살이풀인 자주쓴풀은 날씨가 궂으면 꽃잎을 닫고 개면 별모양으로 꽃잎을 활짝 편다.
작지만 당당하게 가을하늘을 우러르는 꽃…자주쓴풀(唐藥)
학명: Swertia pseudo-chinensis
쌍떡잎식물 용담목 용담과의 두해살이풀
「쓴풀」은 용담이 나는 곳에 용담과 나란히 꽃을 피우는 용담과의 두해살이풀이다. 대개 궂으면 꽃잎을 닫고 개면 별모양으로 꽃잎을 활짝 편다.
이 식물의 줄기를 자르면 매우 쓴 맛의 유액이 나오는데 이것을 ‘황련’이나 ‘영지버섯’처럼 약으로 사용하면서 ‘수황련’ 또는 ‘수영지’로도 부르게 되었다.
‘쓴 풀’ 하면 흔히 씀바귀로 답하고, ‘쓴 약’ 하면 보통 고삼이나 용담(龍膽)을 떠올리는데 하물며 이 쓴풀은 용담보다 열 배는 더 쓴맛이라 하니!
쓴풀에서 추출한 쓴맛 배당체인 스웨르티아마린(swertiamarin)은 모세혈관을 확장하고 피부세포의 효소계통을 활성화하여 조직의 생화학적 기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탈모증이나 아토피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 식물의 맛과 찬 성질을 이용하여 보통 위염, 황달, 골수염, 인후염, 편도선염, 결막염을 치료하는바 약명은 ‘당약(唐藥)’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했던가! 이 초름하고 씁쓸한 초생은 들어메칠 수 있는 ‘들배지기 병’도 많고 삶의 여러 ‘빗장걸이 지혜’도 갖추고 있다.
쓴 풀 류 가운데 꽃잎이 넉 장인 것으로 「네귀쓴풀(주로 높은 산 양지쪽에 자생한다.)」, 「대성쓴풀(꽃의 크기는 1cm 내외로 쓴풀 가운데 가장 작다.)」, 「큰잎쓴풀(네귀쓴풀처럼 키가 작아도 잎은 크다.)」이 있고, 다섯 장인 것은 「쓴풀(꽃에 갈색 줄무늬가 있으며 가장 늦게 개화한다.)」,「개쓴풀(쓴맛이 적고 꽃에 줄무늬가 없으며 습지를 좋아한다.)」.
그리고『자주쓴풀』이 있다. -「대성쓴풀」은 1984년 환경부지원으로 강원도 금대봉 일대의 식물상을 조사하다 처음 발견하였는데, 금대봉이 당시 대성산으로 불리었기 때문에 이렇게 명명 하였다 한다.-
『자주쓴풀』은 짙은 자주색의 네모난 줄기에 연한 자줏빛 꽃(드물게 흰색도 있음.)을 피우며 키는 겨우 15~30cm 자란다. 작아서 대성쓴풀처럼 가치작거리는 것 별로 없는 봄에 피거나 나머지 쓴풀들처럼 떠들썩한 더위를 피해 늦가을에 가서 절정을 이룬다.
『자주쓴풀』의 꽃말은 지각(知覺)이다. ‘알음’, ‘깨달음’ 과 같은 의미가 따라붙어 필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꽃은 작아도 하늘을 우러르는 당당함이 깃들어있다. ‘모르지 않다’는 듯 생의 희부연 안개 속에서도 붉고 꼿꼿하다.
누군들 못났거나 아프거나 가난하거나 작거나 약하거나 늙을 수 있는 법. 그렇다고 나약하게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을 외면하면 되겠느냐 묻는 듯하다.
한여름을 일삼는 수많은 꽃들의 무대에서 내려와 봄날 촉촉한 들녘을 거닐거나 늦가을 바람찬 언덕을 서성이는 ‘사색의 꽃’ 답다.
나이가 들면 절로 깨치는 것도 생기고, 일찍이 인생의 쓴 맛을 본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새벽 같은 조용한 곳에서 혼자만의 꽃을 피울 줄 안다.
우리는 종종 자주쓴풀에 와서 배워야 한다.
아직 덜 깨어난 세속의 봄에서 아직 견딜만한 인생의 가을까지 찬비와 무서리를 고스란히 담아낸 자주쓴풀의 이야기를 가만 경청할 필요가 있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전남타임스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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