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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김진수의 들꽃에세이<24> 미선나무(尾扇)

by 호호^.^아줌마 2013. 1. 31.

김진수의 들꽃에세이<24> 미선나무(尾扇)

 

 

◇ 선녀의 부채 같은 미선나무 열매. 꽃, 잎, 열매에서 항암치료 효능이 인정돼 특허등록과 함께 여성들의 피부미백과 활성화, 아토피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단 1종인 한국의 특산식물…미선나무(尾扇)

학명: Abeliophyllum distichum

쌍떡잎식물 용담목 물푸레나무과의 낙엽관목.

 

이른 봄 천지간에 하얀 향기를 흩날리는 아주 여리고 사랑스런 꽃나무가 있다. 이름 하여 「조선육도목(朝鮮六道木)」. 개나리와 외양이 비슷한데 흰꽃이 피므로 'White Forsythia(흰개나리)'라고도 부른다.

 

마치 선녀의 부채처럼 특이하게 생긴 날개열매로 한여름을 나는 토종의 우리나무다. 키 1m가량에 보라색을 띠는 어린 가지는 네모에 가깝고 개나리처럼 휘우듬 늘어진다.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종모양의 통꽃이 네 갈래로 나뉜다.

 

분홍색은 「분홍미선(for.lilacinum)」이며, 상아색은 「상아미선(for. eburneum)」, 꽃받침이 연녹색인 것은 「푸른미선(for. viridicalycinum)」, 둥글게 꽃피는 것을 「둥근미선(var. rotundicarpum)」이라고 한다. 미선나무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소박하여, 화려한 것들을 즐기는 시류의 입맛에는 썩 와 닿지 않는 걸까, 아직 우리나라에서 조차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선나무』는 지구상에서 단 1종 1속이라는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다.

 

필자는 영춘화나 개나리들 보다 인동과의 길마가지나무나 괴불나무류의 소박하고 향기로운 봄을 더 사랑한다. 춘삼월이라지만 아직 뼛속까지 시린데 그 바람 속에서 발랑 까뒤집는 어린 꽃입술의 연분홍은 소녀처럼 이슬처럼 맑다.

 

 ◇ 미선나무 꽃

 

학명 Abeliophyllum-에서, 『미선나무』는 댕강나무속(Abelia)의 잎(phyllon)과 비슷하며, -distichum은, ‘두 줄로 나란히’의 뜻으로 잎이 달린 모양(대생)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채처럼 둥그스레한 열매의 모양에서 왔다.

 

오늘날에도 많이 볼 수 있는 태극선(太極扇)을 비롯하여, 공작의 깃털로 만든 공작선, 오동잎모양을 본뜬 오엽선(梧葉扇), 여덟 가지 좋은 쓰임이 있는 팔덕선(八德扇) 그리고 파초잎모양을 살린 파초선(芭蕉扇) 등이 있다.

 

‘파초선’은 대오리를 촘촘하게 짠 대형의 부채로 주로 의장용으로 쓰였으며, 조선시대 왕이나 귀족들의 나들이하는 모습을 그린 <행렬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선나무의 시과(翅果: 평평한 섬유질의 날개가 달린 열매)가 바로 이 ‘파초선’의 가장자리 우아한 선을 닮았다.

 

시과(翅果)는 바람을 타고 어미나무로부터 보다 멀리 씨를 날릴 수 있다. 그래서 익어도 터지질 않는다. 느릅나무속의 씨들은 날개의 중앙에 박여있고, 단풍나무속은 날개의 한쪽으로 쏠려있다면, 미선나무의 씨는 날개 양쪽으로 각각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미선나무』는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산림청 제173호-1997)이며, 보호양생식물(환경부 제49호-1998)이다. 미선나무 천연기념물 자생지는 현재 괴산군 3곳(송덕리 추점리 율지리), 영동군 1곳(매천리), 부안군 1곳(중계리)으로 지정되어있다.

 

최근 꽃, 잎, 열매에서 항암치료 효능이 인정되어 특허등록을 하였으며, 여성들의 피부미백과 활성화, 아토피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선나무는 세계적으로 외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모양이 비슷한 개나리를 친구로 맺어주려 한다. 분류학상 당연하지만 필자라면 인동과의 여러 「괴불나무」들을 초대하겠다. 오래 전 필자가 해남 어느 산기슭에서 순전히 향기 하나에 홀려 돌이 많은 물가에서 ‘길마가지나무’와 상봉한 적이 있다.

 

봄이 일러 차디찬데 덤불에 가려진 채 오로지 향기 하나로 자신의 존재를 외치고 있었다. 사는 환경이나 네모난 갈색의 어린 줄기, 가장자리가 밋밋한 잎사귀 하며, 같은 흰색 꽃의 기분, 그리고 무엇보다 그 향기의 애달픈 빛깔에서 이 둘은 신통방통하게 닮았다.

 

이 미선나무를 개나리보다 먼저 알았더라면 봄빛은 더 일찍 우리 마을에 놀고 봄바람은 더 멀리 향기를 내보냈으리라. ‘우리나무’라는 말을 쓰고 보니 글자에 욕심이 베어나 자꾸 텅 빈 내 뜰의 가장자리가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