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아침
김황흠
아침에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다.
뒷산 비탈의 앙상한 아카시아 나뭇가지에
앉아 서로 바라보며
뭐라 뭐라 소리를 친다.
한쪽은 까치 몇 마리 한쪽은 산 까치 몇 마리
색상이 구분되는 것들이 끼리끼리 모여 앉았다.
까치들은 차분하게 소리를 내는데
산 까치들은 소리가 요란하다.
억양이 서로 다른 소리인데 알아듣기는 할까,
사진을 꺼내어 몇 장 찍는다.
잡아당기는 기능으로 바라보니 손이 몹시 흔들린다.
마당 가운데 서 있는 승용차 범퍼에 어깨를 걸치고
초점을 가늠하여 찍는다.
회색빛 깃털이 반질거린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걸 보니 겨우내 잘 보냈나 보다.
암수인 듯 서로 바라보다가 부리로
털을 고른다.
한참 옷매무새를 간추리는 것 같더니
아래에서 찍는 나를 보았다.
째려보는 눈빛이 사진에 오롯이 찍혔다.
들킨 것이 기분 나쁘지 않은 따뜻한 아침,
듬성듬성 돋는 풀빛 농도가 짙다.
김황흠 시인
• 전남 장흥 출신
• 2008년 <작가>지 신인상 수상
• 2010년 제6회 농촌문학상 시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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