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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5·18민주화운동 33주년 추모시 '그날의 클랙슨소리는 우렁찼네'

by 호호^.^아줌마 2013. 5. 21.

 

5·18민주화운동 33주년 추모시 

 

 

 

그날의 클랙슨소리는 우렁찼네

                                         전 숙

 

님이여, 5·18은 추억이 아니어요

님이여, 5·18은 그리움이 아니어요

‘뭇 생명이 곧 하늘’인 파천황이 열리는 광명이어요

 

봄날처럼 연두로 싹터서

만 가지 표정으로 아리땁게 피어나고

  이윽고 갈맷빛으로 무성하게 우거지는,

  님들의 보혈이 태반이 되고

  님들의 함성이 수정란이 되고

  님들의 고난이 탯줄이 되어

  세상의 모든 아픔을 위해

  세상의 모든 핍박을 위해

  세상의 모든 억울함을 위해

  거룩하게 뿌리내린 ‘정의’의 포도나무여요

 

함초롬히 머문 민주의 새싹이 흉악한 총검에 짓찢기는데

수릇한 자유의 혈맥이 잔혹한 곤봉에 뒤틀리는데

새벽이슬 같은 평화의 꽃잎이 무참한 발길질에 수치를 당하는데

차마 눈을 감고 손을 내밀면 마주 오는 상처의 매듭마다에

그날의 통증이 도청 앞 분수처럼 솟구치는데

우리들 가슴에는 아직도 비탄의 강이 천둥소리로 흘러가는데

어느 부모가, 어느 자식이, 어느 이웃이

손놓고 넋 놓고 담벼락에 숨어서 까치발로 구경만 하겠는지요.

 

무릎을 낮추고 낮추어 향그롭게 피어내리는 보랏빛 등꽃처럼

가시마저 제 향기를 녹여 새들의 먹이가 되어주는 찔레덤불처럼

이웃의 아픔을 목숨으로 증언한 그날의 클랙슨소리는

가장 낮은 곳에서 불끈 몸을 일으킨 풀꽃들의 깃발이어요

세상의 양심을 깨우는 부모들의 애끓는 사자후여요

부모를 지키려는 자식들의 지극한 기도여요

선한 이웃들의 주먹밥으로 고인 인권의 징검다리여요

 

이제, 우리는 호랑이의 어금니에도 찢기지 않는 풀꽃이어요

내 아이도, 내 부모도, 내 이웃도 안전하게 지켜낼 방패여요

그날의 클랙슨소리가 피토하는 무등을 구원하였듯이

광주는 인권의 어두운 골짜기를 무량하게 비추는 빛의 무등이어요

 

님들의 뜨거운 보혈로 우리는 자유여요

님들의 우렁찬 함성으로 우리는 평화여요

님들의 꺾이지 않는 의기로 우리는 우리의 주인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