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전국에 부는 공동체바람 ‘마을 만들기’ 현장을 가다③
◇ 귀농한 국악인 유현순 씨의 제안으로 민요동아리를 운영하면서 할머니들이 놀면서(?) 마을사업을 이끌어가는 완주군 용진면 신봉마을. 올해 완주군 참살기좋은마을에 선정됐다.
농촌활력사업으로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완주군 ‘약속프로젝트’
행정→<주민>←전문가 중간지원조직 통한 잘 사는 마을 만들기 민관협력 구축
전국에서 마을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농촌에서는 특산물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체험활동을 곁들여 도시민들을 끌어들이는 관광형 마을 만들기가, 도시에서는 삭막한 도시공간을 문화와 건강한 삶이 어울리는 공동체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사업이 한창이다.
경기불황 속에 녹록치 않은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눈을 돌리는 도시인들이 늘면서 오랜 타성에 젖은 농촌을 갈아엎고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살아보려고 하는 도시인들이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과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또한 마을 만들기 사업의 현주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사무소가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전국의 지역일간지와 지역신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을기업과 마을 만들기’ 연수를 실시했다.
마을 만들기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들의 진단과 현장탐방을 통해 우리나라의 마을 만들기 현황과 과제를 짚어 본다. / 편집자 주
농촌활력정책의 모태 ‘약속프로젝트’
마을 만들기 사업의 시작은 강원도, 번성은 전라북도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전북 일부 자치단체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성공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주자격인 완주군의 농촌활력정책은 농업농촌발전을 위해 구상한 ‘약속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됐다.
2008년 5월 농업활성화와 농촌활력증진을 위해 시작한 농업농촌발전 ‘약속프로젝트’는 생산과 유통, 농업회생과 농촌활력을 위해 12개 시책사업에 대해 5년간 100억원의 군비를 집중 투입하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사업이었다.
완주군은 이와 함께 2008년 3월 31일 재단법인 희망제작소(상임이사 박원순)와 ‘완주군 희망만들기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협약하고 다양한 사업을 함께 추진하게 됐다.
완주군 직원을 희망제작소에 파견해 협력사업을 발굴하도록 했고, 희망제작소는 주민중심의 발전정책을 만들고 지역주민 및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희망제작소는 완주군의 주민자발적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신택리지사업’, ‘커뮤니티비즈니스사업’, ‘정원도시 완주’ 등의 사업을 제안하게 된다.
한편, 2010년 6월 지방자치선거가 끝난 후 완주군은 행정조직을 개편하는데 약속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농촌활력과를 신설했다.
농촌활력과는 이전에 여러 부서에서 산재되어 벌어지고 있던 농업, 농촌사업 중에 연계효과를 높여야 하는 사업을 한 부서에서 통합해 추진하도록 했다.
농촌활력과에 약속프로젝트의 핵심인 마을회사육성, 로컬푸드, 두레농장 사업과 함께 커뮤니티비지니스, 도시민유치, 지역일자리 사업을 통합한 것.
농촌활력사업의 요람 ‘완주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의 중요한 특징은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행정조직은 주민과 밀접하게 일하기 어렵고 담당자의 잦은 교체로 연속성과 창의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완주군은 분야별 전문가 및 활동가가 행정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행정의 부족한 역할을 보완해야 한다고 판단해 농촌활력사업을 담당할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마을회사육성센터, 로컬푸드지원센터, 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 도농순환센터 등이다.
이러한 중간지원조직이 고산면 삼기리의 삼기초등학교 폐교를 개조해 ‘지역경제순환센터’라 이름붙인 공간에서 함께 일하도록 했다.
초기 지역경제순환센터에는 4개 지원센터가 운영되었으나 지금은 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만 활동하고 있다. 농촌활력사업의 추진과정에서 관련 인력이 완주군청으로 흡수되기도 하고 개별 사업단으로 발전하였다.
완주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는 희망제작소의 ‘완주군 커뮤니티비지니스 육성방안 용역’에 기초해 농협, 신협과 같은 완주군 관내의 주요 민간기관과 지역주민의 출자에 의해 재단법인으로 2010년 6월 설립했다.
2010년 커뮤니티비지니스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주로 작은 규모의 주민 창업공동체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했지만 2012년부터 완주군의 마을사업에 대한 지원과 귀농귀촌교육까지 확대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완주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는 2011년까지 센터의 경상 운영비와 커뮤니티비지니스 지원사업을 위탁형태로 완주군의 예산에 편성해 운영해왔다.
그러다 2012년부터는 기본 운영비의 위탁사업비를 낮추는 대신 농림부, 고용노동부 등의 중앙정부 공모사업과 함께일하는재단, SK행복나눔재단 등 민간단체의 공모사업을 통해 예산을 마련하고 완주군의 지역주민을 지원하고 있다.
맛있고 멋있는 마을→참살기좋은마을→파워빌리지→마을공동체회사로 진화
완주의 맛과 멋 마케팅하는 ‘마을여행사업단’ 힐링관광·수행여행지로 급부상
완주군 마을사업, ‘맛있고’ ‘멋있는’ 마을 만들기
완주군의 마을사업은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는 마을주민이 협력적인 사업을 경험하고 작은 성과를 도출하는 사업인데 ‘맛있는 마을’은 마을의 농특산물을 개발하고, ‘멋있는 마을’은 마을의 공간을 개조하는 사업이다.
2단계는 ‘참살기좋은 마을’로 마을의 자원을 상품화하는 단계이고 3단계는 ‘파워빌리지’사업인데 마을의 1,2,3차 자원을 융합하는 사업이다.
마지막 4단계는 마을의 주민조직을 고도화하여 공동체회사로 육성하는 ‘마을공동체회사’이다.
완주군은 지난 4년간 맛있는 마을 39개소, 멋있는 마을 21개소, 참살기좋은마을 41개소, 파워빌리지 17개소를 지정 육성하였다.
마을사업이 단계별로 지원되기 때문에 중복해 지정받은 마을들이 있어 완주군의 마을사업을 통해 마을공동체사업을 하고 있는 마을은 약 100여 곳에 이른다.
물론 지원을 받은 모든 마을이 성공적으로 혹은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몇 개의 마을은 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고 몇 개의 마을은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 있기도 하다.
마을사업의 특성상 지금 침체되었더라도 차후에 다른 계기로 인해 사업이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마을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 완주군 용진농협이 외국의 파머스마켓을 벤치마킹해 개설한
로컬푸드 직판장. 그날 수확한 농산물을 그날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돈 되는 사업…두레농장, 밥상영농조합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임경수 센터장에 따르면,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은 중간지원조직 뿐만 아니라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사업조직을 육성하는데 역점을 둔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한 밥상영농조합이다. 건강한 밥상은 마을지도자, 농민지도자의 출자에 의해 2010년 5월 영농조합으로 조직되었으며 완주군의 소농, 가족농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로컬푸드운동 방식에 의해 유통하고 있다.
주요사업은 꾸러미 사업과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인데 꾸러미 사업은 소비자가 한달에 10만원을 내면 매주 2만5천원원 정도의 농산물을 직배, 혹은 택배를 통해 공급한다.
공급품목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철에 생산되는 소농, 가족농이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동체 사업단의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2012년 8월 현재 꾸러미 회원은 약 3천명에 이른다.
로컬푸드와 관련해서는 용진농협이 외국의 파머스마켓을 벤치마킹한 직판장을 2012년 4월 개설해 그날 수확한 것을 그날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두레농장은 마을단위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농장의 기반시설 뿐 아니라 공동취사장 조성과 사무장 인건비를 포함하는 농장운영비를 함께 지원한다.
두레농장은 8개소가 지원을 받았는데 참나물, 버섯, 수박, 토종닭, 블랙베리 등 농업분야의 사업이 대부분이다. 두레농장의 경우도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있지만 마을사업에 준하여 함께 관리하고 있다.
◇ 완주커뮤니티 마을여행사업단 임채군 단장. 완주군의 ‘맛’과 ‘멋’을 자원으로 농촌체험관광과 힐링캠프, 공동체훈련 등 각 마을의 사업을 권역으로 엮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완주의 맛과 멋 마케팅하는 ‘마을여행사업단’
또 하나의 사업조직은 (사)마을여행사업단이다. 마을여행사업단은 마을 중심으로한 체험여행을 지역단위로 묶어내는 일을 한다.
완주군의 마을공동체 중에는 모객, 체험, 식사, 숙박 등을 자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마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한두 가지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스스로 체험고객이나 도시 소비자를 모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마을을 서로 연계하여 1박2일 혹은 2박3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업조직이 바로 마을여행사업단 통이다. 현재는 소규모 수학여행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결국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의 구조는 행정과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는 중간지원조직이 마을사업, 커뮤니티비지니스, 두레농장 등의 공동체 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이러한 공동체 사업조직이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소비자, 고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외곽의 사업조직이 협력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대부분 공동체 사업이 컨설팅 기관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모든 문제에 대응하면서 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완주군의 공동체 사업조직은 안팎의 지원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완주군의 마을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결은 임정엽 군수의 농업정책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와 임기 연임으로 사업추진에 지속성을 가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전주와 통합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잘 사는 농촌도시로서 독자성을 견고히 하고 있는 완주군의 미래가 장밋빛으로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각종 무공해채소와 농산물로 농가레스토랑과 전통가옥체험을 운영하고 있는 완주군 소양면 인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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