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나주지역아동센터 석식비 중단 그 후
◇ 나주시가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석식비 지원을 중단하면서 부실급식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남평 오계지역아동센터가 학부모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정상급식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부모 없는 집에 저녁밥 안 먹여 보낼 순 없어요”
나주시, 지역아동센터 석식비 중단 두 달째 “간식비로 대체해라”
센터별 고육지책 강구 “한 끼 2천원짜리 식사준비 눈물 납니다”
나주시가 지역아동센터에 지원하던 아동들의 저녁식사비(3천원)를 중단하는 대신 간식비를 1천원 인상해 2천원을 지급하면서 센터별로 2천원짜리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어 부실급식 논란이 일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달 나주지역아동센터연합회 인터넷 카페를 통해 5월부터 석식비 지원이 중단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나주지역 22개 센터 가운데 저녁돌봄사업을 하고 있는 금천과 영강지역아동센터를 제외한 20개 센터가 해당된다.
센터장들의 반발이 일자 제1차 추경에서 간식비 1천원을 2천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해 지급하고 있다. 이를 대부분의 센터에서 간식 대신 저녁식사비로 사용하면서, 어린이들은 학교가 끝나고 센터에 갔을 때 반겨주던 아이스크림과 신선한 과일, 감자 같은 간식의 행복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2천원짜리 식사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이런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19일 오후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나주시 남평읍 오계리에 있는 오계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방문하기 30분 전에 전화로 취재차 방문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마당에 삼삼오오 모여서 딱지놀이와 소꿉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손을 씻고 주방 앞으로 나란히 줄을 섰다.
저녁식사 메뉴는 쌀밥에 닭볶음요리, 방울토마토, 오이와 부추무침, 김치, 그리고 배추된장국이었다. 식사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더 없이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나주시가 지난 5월부터 지역아동센터에 지원하던 저녁식사비를 중단하면서 센터별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렇게 풍성한 저녁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한미향 센터장의 설명이다.
“한 끼에 3천원으로 준비하던 식사비가 2천원으로 줄었으니 당연히 고민이 되죠. 시에서는 밥 대신 간식을 풍족하게 주라고 하지만 학교에서 12시에 밥을 먹은 아이들이 7시에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떻게 밥을 안 먹여 보낼 수 있겠어요. 그 시간에 집에 가봐야 부모님들이 농사일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집이 많아요. 더구나 시험기간 되면 저녁 9시까지 공부를 하고 가는 아이들도 있는데 밥을 안 먹일 수는 없지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학부모간담회를 열었다. 사정을 얘기하니 학부모들의 이구동성으로 저녁식사를 계속 주어야 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신 쌀과 채소 같은 부식은 농사를 짓는 부모들이 제공하겠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서울과 광주 등지에서 알게 모르게 십시일반으로 후원하는 이름 없는 기부자들의 몫도 포함됐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나주시가 아동들의 석식비를 중단한 것에 대해 여전히 불평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예 연초부터 예고가 됐다면 나름대로 준비를 하겠지만, 난데없이 5월에 지원중단을 통보해 온 것은 소위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갑을관계’의 전형적인 행정행태라는 것.
나주시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그동안 전남도교육청이 지원하는 토요일과 공휴일 저소득층 결식아동급식비 예산이 다소 높게 책정돼 이를 지역아동센터 석식비로 지원해 왔으나, 올해부터 예산의 목적을 벗어난 지원을 할 수 없게 돼 지원을 중단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나주시가 별도의 예산을 세워서 계속 지원하는 방안은 없을까?
나주시 전체예산 가운데 경상적경비로 민간과 사회단체 등에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의 비율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다소 모호한 이유를 댔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나주시가 농번기철 농촌지역 마을공동급식을 시작하면서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석식비를 중단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표’가 되는 어른들의 점심경비를 대기 위해 어린이들의 몫이 깎인 것이라는 것.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저소득층 아동의 급식비는 3천500원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 4천500원, 서울·경남 4천원, 부산·광주·울산·제주 3천500원, 대구·인천·경북·충북 3천원이고 전북이 2천500원으로 나타났다.
전남지역에서는 여수시와 영암군이 3천원, 함평군이 2천5백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나주시는 3천원에서 2천원으로 줄어들었다. 성장기 어린이들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는 나주시의 부실한 지역아동센터 정책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나주시 남평읍 오계지역아동센터를 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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