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우리 동네가 달라졌어요①나주시 성북동
◇ 쓰레기가 넘쳐나던 나주시 성북동 빈공터에 주민센터 직원들과 공무원,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 양심화단을 조성하고 있다.
“몰래 쓰레기 버리는 당신, 꽃들이 보고 있어요”
나주시 성북동 쓰레기 상습지역에 ‘양심화단’ 꾸며 분위기 ‘확’ 바꿔
층간소음 줄이기, 극빈가정 결연 등 진화하는 행정 ‘최우수상’ 쾌거
“선생님, 파리를 기른다고 해서 제 손자가 나쁜 아이는 아닙니다. 그 애를 산으로 데려가면 곤충을 기르고, 강으로 데려가면 물고기를 기르겠죠. 하지만 난 아무데도 못 데려갑니다. 쓰레기가 모이는 여기 밖에 모르고 여기는 구더기나 하루살이, 그리고 기껏해야 파리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도 사람의 자식이니까 사람 친구가 있었으면 싶은 겁니다. 데쓰조도 어엿한 사람의 자식입니다.”
일본작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소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 나오는 대목이다. 일본의 한 공업지대 안의 쓰레기처리장과 이웃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어쩌면 ‘왕대밭에서 왕대 난다’는 말과도 같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은 어떤가?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태 속에 ‘이웃’은 사촌이 아니라 경계대상이 되고, 대문을 걸어 잠그면 그 누구도 근접할 수 섬나라가 되는 건 아닌지.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 희망이 있다. 2014년 새해를 맞아 지역주민과 행정이 더불어 희망찬 세상을 만들어 가는 지역공동체 탐방 ‘우리 동네가 달라졌어요’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쓰레기 불법투기 장소에 ‘양심화단’
넘쳐나는 생활쓰레기로 고민하던 나주시 성북동주민센터(동장 조영식)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CCTV를 설치하거나 경고문을 내걸기보다는 아기자기한 꽃밭을 가꿔 눈길을 끌고 있다. 이름하여 ‘양심화단’.
지난해 섣달 19일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주민센터 직원과 통장, 주민 등이 참여해 시내 한복판 청진동해장국 옆 공터와 나주천변, 동신대 뒤 칠전마을 입구 등 세 곳에 화단을 꾸몄다.
상가가 밀집돼 오가는 사람들도 많은 시내지역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쓰레기와 생활폐기물들이 쌓여있어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곳이다.
양심화단 조성에 참여한 주민 이재수(65)씨는 “평소 오가면서 지저분하다고 불평만 했지 치우려는 생각은 못했는데 이렇게 화단을 조성해 놓으니 깨끗하고 보기도 좋다”며 “이렇게 깨끗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없을 것 같다”고 기대가 크다.
양심화단 조성에 아이디어를 낸 성북동 주민센터 조영식 동장은 “나주의 중심동인 성북동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것을 주민들에게만 탓을 돌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고민하던 터에 사계절 꽃 피는 공간으로 양심화단을 활용하기로 했다”면서 “새해에도 꽃밭은 늘리고 쓰레기는 줄이는 사업을 계속 펼쳐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동신대 조경학과 학생들과 함께 화단설치가 어려운 자투리 공간을 꽃밭으로 바꾸는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게릴라 가드닝은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는 의미로 아무도 활용하지 않고 있는 빈 공터를 꽃으로 가꿔 도시민들의 피폐해진 정신을 치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 찾아가는 맞춤형 노인복지 실현
깨끗하고 서로 돕는 행복한 성북동
성북동은 찾아가는 맞춤형 주민복지와 주민공동체 화합을 다지는 캠페인에도 한발 앞서가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 상존하고 있는 지역특성상 시내중심권에서 상업에 종사하는 주민들과 도시외곽 농촌지역 주민들간 관심사를 두루 융합하는 하모니행정이 요구되고 있다.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주민들의 요구에 발맞춰 찾아가는 노인복지서비스와 공적인 사회부조로 감당하기 어려운 극빈생활자 10명을 발굴해 일대일 결연사업을 펼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갈등과 불화를 해소하기 위해 층간소음 줄이기 캠페인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조심하고 설혹 층간소음의 불편이 발생하더라도 관용하며 살아가는 주민의식을 일깨우는 데 행정이 매개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
대호동 한 아파트 주민 홍 모(38·여)씨는 “처음에 아파트로 이사 왔을 때는 위층에서 아이들이 밤낮 없이 쿵쿵거리는 소리와 한밤중에 울리는 세탁기, 청소기 소음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우리 아이들 때문에 아래층 어르신들이 힘들어 할 것을 생각하니 역지사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서로 이해하고 참아주는 미덕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희망공동체 청결질서 참여소통 헌신화합
성북동은 2013년도 나주시 19개 읍면동 종합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위는 이창동과 남평읍, 3위는 영산동, 노안면, 금천면이 차지했다.
평가항목은 '기초질서 지키기'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시대적 상황과 주민들의 요구에 발빠르게 부응하고 있는 행정의 종합적인 내용이 망라된 결과였다.
성북동의 이같은 성과는 행정과 더불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관기관과 단체, 특히 주민자치위원회의 활동력이 뒷받침이 됐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여세를 몰아 성북동은 새해 동정목표를 ‘깨끗하고 서로 돕는 행복한 성북동’으로 정하고 이를 위한 동정방침으로 ‘희망공동체 청결질서 참여소통 헌신화합’을 힘써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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