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목사고을시장 사람들③ 자부심으로 우뚝 선 양지식육점 김선임 사장

 

기획연재…나주 목사고을시장 사람들③ 자부심으로 우뚝 선 양지식육점 김선임 사장

 

 

◇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과 함께 일궈 온 양지식육점을 목사고을시장 대표 브랜드로 키워가고 있는 김선임 사장

 

 

“좋은 고기 싸게 팔아 돈 벌어 좋고 나주장 유명해져서 좋고”

 

 

“새벽 네 시부터 밤 아홉시까지 몸 고달파도 자부심 하나로 삽니다”

가족친지 함께 모여 토요야시장 고기파티로 “토요일은 밤이 좋아요”

 

 

흔히 재래시장이라고 불리는 오일장은 지방에서 열린 ‘향시(鄕市)’의 한 형태로 고려시대부터 점차 그 모습을 정비하기 시작해 조선시대에 들어와 전성기를 이루었다.

언제부터 오일장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전라도 지방에 기근이 심해 이를 극복하려고 ‘장문(場門)’이라는 향시가 열렸다는 신숙주(申叔舟)의 주장을 오일장의 시초로 본다면, 이는 대체로 15세기 중엽 이후가 된다.

목포대학교 고석규 교수에 따르면, 영산강이 흐르는 남도에서 최초로 장시(場市)가 섰다고 한다. 중종실록에 1470년(성종1년) 장문(場門)이라는 이름의 시포(市鋪)가 나주에서 처음 열렸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나주와 무안의 장시가 공식적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장문이었다는 것.

면면히 내려오던 오일장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공설시장이 생기면서 위축되기는 했으나, 오늘날까지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렇다고 보면 2년 전 나주 오일장과 매일시장이 합쳐져 만들어진 오늘의 목사고을시장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볼 때 우리나라 최초의 시장이라는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오랜 세월 남도의 물산과 경제, 서민대중의 문화와 소통의 근거지였던 나주장, 전남타임스와 나주목사고을시장 문화관광사업단(단장 조진상, 동신대 교수)이 공동기획으로 서민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지역경제의 한 축을 맡아왔던 목사고을시장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그 옛날 잉꼬부부가 운영하던 양지식육점

 

나주읍성 안 원도심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러봤을 나주시 금계동 매일시장 내 양지식육점.

 

유난히 금슬 좋은 잉꼬부부였던 남효윤·김선임 씨 부부가 운영하던 그 고깃집은 명절과 제사를 앞두고 어린 아이들에게 전감을 떠오라 심부름을 시키는 어머니도 안심하며 보냈던 기억이 어슴푸레하다.

 

“고기 떠오래요.” 하는 아이에게 “어데 쓸 고기라고 하디?” 묻는 아줌마, “전도 지지고, 떡국도 끓인다고요.”하는 어린 고객에게도 깍듯하게 대하며 심부름 보낸 어른의 의중에 맞춰 고기를 떠주었던 것.

 

그 뿐인가 천원 단위 뒤 몇 백원 정도는 “옛다, 뽀빠이 사먹어라.” 하며 에누리해주는 인심에 아이들은 뽀빠이 한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즐거움도 만끽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추억의 양지식육점이 2년 전 매일시장과 오일장 통합이전사업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지금의 목사고을시장으로 들어와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지난달 29일 나주장날, 지금도 맛있는 고깃집의 대명사로 불리는 그 양지식육점을 찾았다. 오래 전 금슬 좋던 주인장 내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 날 기자를 맞은 것은 안주인 김선임(53·나주시 성북동)사장과 딸 효선 씨. 마침 파장하는 시간이라 한가한 틈을 타 이웃 음식점에서 무쳐 온 육회로 요기를 하던 중이었다.

 

주인아저씨의 안부를 물으니, 아뿔사! 지난해 소 축사를 관리하던 중 사고를 당해 먼저 가셨다는 비보를 담담하게 전하는 김선임 씨.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네 시 반에 가게문을 열면 그때부터 정신없이 일을 하고, 밤 9시가 되어 문을 내릴 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그렇게 일 하다 보면 애들 아빠 생각을 접게 되고, 또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도 피곤에 지쳐 곯아 떨어져 잠들다 보면 서러워 할 시간이 없죠. 일이 약입니다, 제게는...”

 

30년이라는 길지 않은 세월을 늘 함께 하며 의지가 되어주던 남편의 빈자리를 김선임 사장은 일로써 극복해나가고 있었다.

 

 

고기는 양지, 인생도 음지 보다는 양지가 좋아

 

“양지가 고기 중에서는 맛있잖아요. 그리고 우리 인생도 음지 보다는 양지가 좋은 거니까, 그 이름 그대로 쓰고 있어요.”

 

30년 전 사촌언니의 중매로 버스운전사인 남편을 만났던 김선임 사장. 버스운전기사라는 직업이 영 탐탁지 않았던 친정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는 결국 남편이 버스운전을 그만 두고 축산도축업을 하게 되면서 현재의 양지식육점을 시작하게 됐다.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양지식육점이라는 상호를 그대로 쓰고 있는 덕에 10년지기, 20년지기 단골손님들은 지금도 30~40분이 넘는 먼 거리를 걸어서 장을 보러 나온다. 장보러 오는 거리가 멀어져 발걸음이 뜸했던 어르신들도 장날이면 꼭 들러서 한 두 마디 말이라도 건네고 가는 인연이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양지식육점 고객은 동네사람들만이 아니다. 어쩌다 한 번 고기를 먹어 본 다른 지역 손님들이 멀리 경기도, 광주, 충청도에서 주문을 하면, 바로 바로 고속버스 택배로 보내기 때문에 오랜 시간 냉장고에서 보관된 고기와는 맛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손님들의 끊임없는 주문전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지식육점은 금천에서 직접 소를 키워서 그 날 그 날 도축작업을 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를 팔 수 있다.

부부가 운영할 때는 하루에 소 두 세 마리 분량의 고기를 거뜬히 팔았는데, 지금은 김선임 씨 혼자 운영을 하다 보니 하루 한 마리 파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란다.

 

김선임 씨 혼자 일을 감당하지 못 할 때는 광주에서 식육식당을 운영하는 동생이 잽싸게 달려와 구원투수가 되어 주고 있다.

 

 

전통시장의 별미 ‘깎는 재미’

 

양지식육점은 목사고을시장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상점으로도 손꼽힌다.

 

목사고을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돼 다양한 문화사업과 이벤트행사가 진행되면서 시장을 찾는 고객들의 연령층이 낮아지고, 장보기뿐만 아니라 관광을 위해 찾는 외지 손님들이 늘면서 목사고을시장이 나주의 새로운 관광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목사고을시장의 가장 큰 성과로 손꼽히고 있는 토요야시장 셀프야외바베큐 행사 덕에 시장 내 식육점 두 곳과 식당가가 주말이면 눈 코 뜰 새 없다.

 

목사고을시장 문화관광사업단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손님들의 고기 맛에 대한 선호도도 호평일변도지만, 가격도 성공한 재래시장으로 손꼽히는 장흥한우보다 20% 이상 저렴해 더욱 소문이 자자해졌다.

 

좋은 고기를 감별해 내는 특유의 혜안을 가진 김선임 씨와 동생 김주희 씨는 “언니가 파는 국거리 고기가 광주에서 구이로 내놓을 정도로 좋은 고기에다 가격도 저렴해 전통시장 특유의 넉넉함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간혹 시장보기의 별미인 “깎아주세요!”를 남발하는 깍쟁이 손님들에게 얄미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계산기에 찍혀 나온 금액을 곧이곧대로 고집하는 대형마트에 비하면 얼마나 인간적이냐는 게 재래시장 상인들의 인심이다.

 

작년 가을까지는 양지식육점과 이웃한 목사고을시장식육점, 대성수입육마트에서 한우와 한돈을 구입한 뒤 나룻터장어, 길가네곰탕, 신토불이, 목사골오리탕, 우리한우명가, 홍어마을 등 여섯군데 식당 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가  1인당 3천원만 내고 고기파티를 할 수 있었으니 이거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케팅이 아닌가. 오직 주말에만 가능한 목사고을시장 풍속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토요야시장 셀프야외바베큐 행사로 전환해 운영부스에서 파라솔과 그릴셋트(숯포함)를 5천원에 대여하고 현금을 시장화폐로 환전한 뒤 바베큐에 필요한 음식들을 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고 광장에 마련된 장소를 이용하면 된다. 차림상은 평소에도 가능하다.

 

 

소띠 아짐 김선임 사장의 꿈

 

늘 바쁜 생활 속에서도 휴일이면 남편과 함께 등산으로 여가를 삼아왔던 김선임 사장. 하지만 혼자 된 이후 등산도, 운동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엄마의 곁을 직장생활을 하는 딸과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아들이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딸 효선 씨는 엄마에 대해 “정말 성격이 꼼꼼하고 피곤한 중에도 손님들 얘기 다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엄마, 한 평생 좋은 고기 파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지금까지 한 번도 매로 자식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은 ‘좋은 엄마’ 였다”고 말한다.

 

일일이 챙겨주지 못했어도 어엿하게 자라 준 두 남매를 향한 김선임 사장의 소망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당당하게 하며 사는 것”이라고 다독인다.

 

큰 욕심 내지 않고 평생 일 할 수 있는 사업체가 있으니 이 또한 남편에게 감사할 일이라는 김선임 사장은 쉬는 날이면 친정인 곡성으로 달려가 올해 여든 여섯의 친정어머니를 봉양하는 일로 새로운 보람을 삼고 있다.

 

소띠 특유의 성실하고 차분한 성격의 김선임 사장의 미소가 세월 속에서 시들지 않은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 맛있는 고깃집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나주 목사고을시장 양지식육점.

양지식육점의 마케팅전략은 하루하루 작업한 신선한 고기를 거품 없는 저렴한 가격에 팔아

고객의 범위를 넓혀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