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62>…벌개미취(紫菀)
개미처럼 부지런한 중년의 성품…벌개미취(紫菀)
학명: Aster koraiensis Nakai
쌍떡잎식물강 국화목 국화과 참취속의 여러해살이풀
가을의 산과 들에는 산국이나 쑥부쟁이들을 아우르는 보통명사 ‘들국화’가 많다. 가는잎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개미취, 좀개미취... 이런 것들은 대개 비슷비슷하여 딱 잡아 이름 부르기도 쉽지 않다.
만약 이들 가운데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했거나, 핀 꽃이 쑥부쟁이보다 크거나, 큰 주걱모양의 경생엽에 위로 뻗는 가지의 힘이 힘차게 느껴졌다면 이것이 『벌개미취』이다.
『벌개미취』는 「개미취」의 기본종에 ‘벌’이 붙어서 너른 벌판에서 자란다는 뜻이 담겨있다.
우리나라 제주도가 자생지인데 원예용으로 널리 퍼져 요새는 어디서나 흔한 편이 되었다. 같은 과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에는 20여 종이 자란다.
『벌개미취』는 한국 특산종이므로 종명이 ‘koraiensis’로 되어 있다. 꽃모양에 따른 속명 ‘Aster’는 희랍어로 ‘별’인데, 방사형 두화를 서양에서는 자주 별에 비유한다. 영명은 ‘Korean Daisy’이다.
데이지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 원예식물로 보통 15~30 개가량의 흰 설상화(舌狀花)가 노란색 통상화(筒狀花)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을 특징으로 하는데 벌개미취의 화형에 부합한다.
또‘Korean starwort(한국의 별꽃)’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고려쑥부쟁이」, 「별개미취」, 「조선자원」이라 부른다.
「개미취」는 나물을 의미하는 ‘취’를 기본종으로 하며, 꽃대에 다닥다닥 뭉친 잔털이 개미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체가 소형이면 「좀개미취」로, 키가 작고 잎이 가는 데 비해 꽃은 크다.
『벌개미취』는 보통 누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며, 키는 1~2m이고, 뿌리에서 나온 잎은 꽃이 필 즈음 사라진다. 뿌리가 매우 왕성하며 지표고정효과가 뛰어나 노출된 절개사면이나 유휴지, 도로변에 식재할만한 식물이다. 종자는 10월중에 채취하여 건저장하고 파종은 3~4월에 한다.
『벌개미취』의 전초는 쓴맛이 있으므로 데쳐서 물에 우린 다음 묵나물로 이용하며, 꽃은 그대로 응달에 말려 차로 쓴다. 꽃에는 플라보노이드와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고, 전초는 정유와 아스테르사포닌이 들어 있다.
뿌리는 색이 자줏빛으로 윤택하고 부드럽다는 뜻에서 「자완(紫菀: 생약명)」이라 한다. ‘무성할 완(菀)’은 또한 뿌리, 잎, 줄기, 꽃의 생육이 왕성한 것을 잘 표현한 한자로 보인다.
성미는 달고 쓰고 매우며 따뜻하다. 폐로 귀경하여 기침을 가라앉히고 담을 삭인다. 위로 치미는 기를 내리고 특히 만성, 허약성, 노인성 천식과 해수에 좋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입이 마르고, 달아오르며, 기관지 출혈이나 혈담이 있는 사람에겐 적당하지 않다.
어성초, 삼백초, 쉽싸리처럼 땅속줄기로 기는 식물들은 하나같이 생명력이 강하다. 한번 싹이 트면 몇 해만에 둘레를 보랏빛 꽃덤불로 장식한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부지런한 한국 중년남성들의 성품이다. 뼈가 닳도록 일을 하고 열심히 저축하여 늘리고 넓히고 키우는 성실한 가장(家長)의 그것!
각진 줄기의 힘과 땅의 지배력, 사방 하늘로 가지를 치는 거침없는 생장동력으로 마침내 큰 꽃송이를 피워낸다.
그리움이란 그런 이미지 아닐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애타게 기다리며 언젠가 돌아올 수도 있는 그녀를 위해 꽃다발 하나를 둥글게 감추는 그림. ‘그리움의 꽃’은 장미나 히아신스가 아니라 『벌개미취』로 그려야 마땅하다.
『벌개미취』의 꽃말은 ‘추억’이다. 또 ‘먼 곳의 벗을 그리워하다’, ‘이별’, ‘너를 잊지 않으리’처럼 모두 쓸쓸하다. 생태 상 완력의 남성미에 비추어 꽃말의 정서는 무척 여리다.
아무래도 이 대조적인 감상의 포구에는 분명 가을이라는 계절의 배가 닿아있을 터, “만상의 설레임이 사라져가는 애틋한 시절에 푸른 눈썹으로 들을 지키는 순정남!” 필자가 이 초화에 던지는 싱거운 독백이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 한국 특산종으로 제주도가 자생지인 벌개미취 꽃에는 플라보노이드와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차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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