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72>…쇠비름(馬齒莧)
잡초와 작물의 중재자…쇠비름(馬齒莧)
학명: Portulaca oleracea L.
쌍떡잎식물강 석죽목 쇠비름과의 한해살이풀
『쇠비름』의 속명 포르툴라카(Portulaca)는 라틴어 포르타(Porta: 문, 출입구)에서 유래된 말로, 열매가 익으면 뚜껑이 열리면서 까만 씨앗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모양을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종소명 올레라체아(oleracea)는 ‘먹을 수 있는 야채’의 뜻을 가지고 있다. 쇠비름은 ‘쇠’와 ‘비름’의 합성어로, 쇠(金) 또는 소(牛)의 접두사에 비린내 나는 나물이 연결되어 비름과의 비름(개비름이나 털비름)보다 더욱 억세다는 의미다.
쇠비름과에 속하는 종은 전 세계에 10속 500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쇠비름 1종이 자생한다.
우리 말 풀이름에 쥐, 소, 돼지, 닭, 말, 개, 뱀, 새 등을 앞세운 것들은 기본에 비해서 뭔가 모자라거나 흔하거나 다르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쇠비름은 그런 풀이다. 도둑풀이니 돼지풀이니 말비름이니 하여 지상에서 귀한 취급은 일찌감치 포기한 조무래기 잡초들의 왕초쯤 될까?
기르지 않아도 절로 크고 꽃도 잎도 조촐하며 뿌리라서 빈약하여 어디다 내보일만한 게 못 되니 밭가에 내팽개쳐도 별 수는 없겠다.
그러나 다육질의 반드러운 줄기는 땅에 닿자 무섭게 뿌리를 내려 되살아나고, 극단의 뜨거운 콘크리트바닥에서 까맣게 타들어가는 순간까지도 하루살이 꽃을 피우는 내건성(耐乾性)의 생명력은 우리들 필부필부(匹夫匹婦) 인생에게 넌지시 용기를 북돋아주는 시구를 남겨주기도 한다.
백합의 골짜기에서도/쇠비름은 쇠비름의 꽃이라야 꽃이다/
장미와 히아신스의 숲에서도/개비름은 개비름의 꽃으로서야 꽃이다/
태생은 어김없이/생김대로의 생김일 밖에/살아가기 위하여/
오늘도 낯선 땅에 서보지만/사랑을 위하여/오늘도 눈썹을 깔고 콧날을 치켜세우지만/
신의 성채에선 말똥비름 나도/무를 수 없는 한판 너처럼 꽃이다 - 졸시 「장미와 말똥」
잡초취급의『쇠비름』은 근간 약용작물의 어엿한 체모를 회복해가는 듯하다. 자연과 식물에서 치유의 패러다임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민들레며 엉겅퀴, 인동덩굴은 물론 차즈기, 한련초, 개미취, 쇠무릎지기들에 와서도 대하는 눈빛들이 많이 달라졌다.
인간세상에서야 늘 달고 향긋하며 이쁜 것들이 앞이지만 신의 세계에서까지야 그러겠는가. 건강한 신성의 자리에선 되레 말똥비름이나 쇠비름의 이름이 더 떳떳할 수 있다.
잎은 푸르고(木), 줄기는 붉으며(火), 꽃은 노랗고(土), 뿌리는 희고(金), 씨앗은 까맣다(水) 하여《본초강목》에서는 쇠비름을 「오행초(五行草)」라 부른다. 당연 우리들 오장을 고루 이롭게 하는 약초로 받아들인다.
다섯 가지 색의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면 성인병과 암 발병률을 8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이것을 한 몸에 담고 있는 쇠비름에 반색하여‘컬러푸드’라 일컫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것을 오래 먹으면 장수하고 늙어도 머리가 희어지지 않는다.” 하여 「장명채(長命菜)」라고도 하였다.
잎 모양이 말의 이빨을 닮은 비름처럼 먹을 수 있는 풀이란 뜻의 「마치현(馬齒莧:약명)」이며, 과거에 종기치료에 유용한 생약‘이명래 고약’을 만든 주성분이기도 하다.
쇠비름이 나물로서 오래된 기록이 있지만 오늘날 살충제나 제초제를 살포한 밭의 쇠비름은 먹을 수 없다.
다육성의 탱크에 잔류물들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한편 쇠비름에 대해 ‘줄기와 잎 사이에 수은이 있는 것을 약으로 넣는다’는 한자 기록이 동의보감에 있는바 오늘날 연구하고 설왕설래하는 수은에 관한 논란이다.
모든 식물은 토양의 중금속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지만 특히 쇠비름에서 수은 함량이 높다는 것. 이 때문에 장기간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쇠비름 100g에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오메가-3 지방산이 무려 400mg이나 들어 있어 양상추보다 15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뿐 아니라 비타민E, 비타민C,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요소도 풍부하다.
『쇠비름』은 성은 차고 맛은 시며 대장과 간 경락으로 들어가서 청열해독작용을 한다. 도파민(dopamine)이라는 해독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부스럼이나 습진, 벌레에 물린 데를 치료한다. 같은 과의 채송화를 ‘반지련(半支蓮)’이라 하여 항암치료에 사용하듯 쇠비름도 같은 이치로 치료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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