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나주관광, 이제는 시민들 생활문화 속에서 찾아야②
떠나볼까? 완행열차 타고 추억 따라 나주역에서 벌교역까지 하루여행
나주역 박석민 역장 “관광은 추억 팔아 경제를 사는 것, 나주역을 문화역으로”
“과거의 관광이 자동차로 비유할 때 ‘충전’이 아닌 ‘방전’의 관광이었다면, 앞으로의 관광형태는 농사체험, 계절체험, 자연체험으로 가고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건강, 치유, 미용 등 기능성 관광과 이벤트와 생활문화를 즐기는 참여형 관광이야말로 현대 도시인들이 찾는 새로운 관광패턴이 될 것입니다.”
지난 3일 나주시 금성관 동익헌 마루에서 열린 시민관광강좌에서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 엄서호 교수는 “나주관광의 비전은 생활여행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나주시는 올해를 ‘나주관광 융성 원년의 해’로 정하고 나주 곳곳에 남아 있는 오래된 이야기와 문화유산을 콘텐츠로 삼아 ‘2천년 시간여행이 가능한 스토리 관광도시 나주’를 조성해나가기로 했다.
그렇다면 나주의 관광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누가 누릴 것인가? 최근 나주역(역장 박석민)이 주관한 ‘추억의 득량역 코스프레, 벌교 기차여행’을 통해 나주관광의 한 테마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완행열차 테마관광을 제안한다. / 편집자 주
◇ 시골의 작은 역들을 문화관광역으로 탈바꿈 시켜 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는 박석민 나주역장
나주역에서 벌교역까지 하루면 되네?
“득량역 가서 7080 추억 즐기고, 벌교 보성여관 가서 ‘부용산’ 노래 한 곡 듣고 올까? 꼬막정식은 당연히 따라오는 요깃거리고?”
나주시의회 김노금 의원으로부터 뜬금없는 제안을 받고 그날의 일정표를 보니 이미 시간표를 차지하고 있는 한 두 건의 일정이 대답을 머뭇거리게 한다.
하지만 까짓것,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낮에 못하면 밤에 하면 되지, 하는 배짱으로 11일 나주역에서 벌교역까지 무궁화호 추억의 열차여행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나주역장에 부임한 박석민 역장이 단장을 맡고 김노금 의원과 40~60대 여성승객 8명이 모둠을 지어 열차에 탔다.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KBS광주방송총국 ‘필통’ 제작팀(담당PD 박정수, 영상제작 임근훈)이 동행취재를 하게 됐다.(방영일자 6월 24일 오후 7시 30분 KBS 1TV)
이날 여행단장을 맡은 박석민 역작은 최근 호남선 KTX 개통이후 판촉활동을 위해 나주는 물론 인근 자치단체와 강진, 해남, 완도까지 샅샅이 돌며 ‘열차 세일즈’를 하고 있다.
여기에 무심히 지나쳐 버리기 쉬운 시골역 활성화를 위해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한 느릿느릿 추억의 관광열차 홍보에도 한창 신이 나 있다.
시속 340km/h를 넘나드는 KTX 열차와 30~40km/h로 달리는 굼벵이 완행열차의 미묘한 대조와 조화, 박석민 역장은 “호남선 KTX를 타면 서울에서 나주로 점심시간에 곰탕을 먹으러 올 수 있는 신속함이 있는 반면,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철로 옆으로 지나가는 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주역에서 목포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가다 송정역에서 경전선 완행열차로 갈아탄 뒤 효천역, 남평역, 능주역을 거쳐 득량역, 벌교역까지... 도중에 몇몇 역 이름은 모르고 지나쳐도 상관하지 않는 일정이다.
창밖으로 펼쳐진 논밭과 푸르름이 짙어가는 들판을 바라보던 한 일행이 “오메, 오메, 저 보리밭 좀 보소. 보리가 누렇게 익었는디 어째서 아직도 안 베었을까잉? 밭주인이 어지간히 게으른갑다”며 핀잔을 준다.
그랬다. 시골에서는 제 때 농사일정을 못 맞추는 농부들에게 핀잔도 주는 것이 시골 오지랖인 셈이다.
◇ 보성의 작은 시골역 득량역이 마련한 코스프레 행사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옛 추억에 흠뻑 빠진 나주 관광객들
추억을 파는 거리 득량역 코스프레
정확히 오전 11시 52분, 보성군에 소재한 작은 시골역 득량역에 도착했다. 하루 평균 100명도 왕래하지 않던 이 역에 최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지난 5월 ‘득량역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가 열리면서부터다. 축제가 열린 열흘 동안 전국에서 관광객 1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1970년대를 테마로 한 구멍가게, 이발소, 그리고 다방과 ‘국민학교’를 배경으로 옛날 교복과 교련복을 빌려 입고 학창시절을 만끽할 수 있다. 추억의 거리에 들어서면 다방, 전파사, 의상실 등 옛날식으로 꾸민 가게가 보인다.
득량역에서 빌려준 교복을 입고 역 앞 거리를 건들거리며 돌아다니다 득량국민학교에 들어갔다.
득량국민학교는 추억의 거리에 조성된 테마 공간인데 선생님 역할을 자임한 박석민 역장이 칠판에 ‘떠든 학생 김노금, 김양순’을 적고, ‘숙제 안 한 학생 서계화, 임양신’, ‘지각학생 김행숙’을 적어 내려가다 ‘연애하다 들킨 학생 최미현’을 적자 폭소가 쏟아진다.
득량역에는 추억을 테마로 한 역답게 누구나 쳐볼 수 있는 풍금이 곳곳에 있고 바람개비 정원과 거북선 레일바이크 등이 마련돼 있다.
득량역에 웬 거북선? ‘득량(得粮)’이란 단어는 ‘식량을 얻다’는 뜻인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로 임명될 당시 보성의 한 섬에서 군량미를 조달했고, 그 섬은 훗날 ‘득량도’, 또한 이 일대는 득량면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선로 옆 공터에는 풍금과 음악을 테마로 한 볼거리가 곳곳에 마련돼 있어 모두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역 앞 식당에서 득량쌀로 지은 백반으로 점심을 먹고 추억을 되새기다 벌교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채 20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벌교역, 읍소재지치고는 꽤 큰 도시다. 나주의 원도심과 비슷한 상권을 이루고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보성여관으로 발길을 향했다.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 속 ‘남도여관’ 무대 보성여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남도여관’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보성여관’은 소설에서처럼 해방 이후부터 한국 전쟁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기억하는 근현대 삶의 현장이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억의 장소다.
당시 교통의 중심지였던 벌교는 일본인의 왕래가 잦아지며 유동인구가 증가했고, 그 역사의 중심에 있던 보성여관은 당시의 5성급 호텔을 방불케 할 정도의 규모였다.
2004년 역사 및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되었고, 2008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보성여관의 관리단체로 지정돼 2년간의 복원사업을 거쳐 2012년 6월 예전 모습을 되찾은 보성여관을 새롭게 개관하게 되었다.
새롭게 복원된 보성여관은 벌교와 보성여관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전시장과 차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휴식공간인 카페, 다양한 문화체험의 공간인 소극장, 그리고 소설 속 남도여관을 느낄 수 있는 숙박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은 다다미방으로 다목적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성여관은 일제강점기 벌교의 가장 번화한 중심가에 위치하였으며, 현재는 홍교다리, 소화의 집, 죽도방죽을 잇는 태백산맥 문학거리의 중심이며, 문학적 역사적 주요한 거점으로써 가치를 발하고 있다.
‘태백산맥 문학거리’로 조성된 거리는 벌교우체국, 벌교읍사무소, 금융조합 등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시설물이 현존하고 있어 문학인과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문학기행로다.
보성여관 매니저 김성춘 여사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버선발로 달려 나온 보성여관 매니저 김성춘 씨, 생활한복의 옷고름을 곱게 맨 김성춘 씨에게 일전에 한번 들러 통성명을 했다는 김노금 의원이 자신의 저서 ‘역사를 바꾼 여인들’과 ‘거북선을 만든 나대용 장군’을 선물한다.
김성춘 씨의 안내로 보성여관을 둘러본 뒤 후원에 마련된 마루에서 차를 대접 받는다.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보성의 가치와 벌교의 애환을 얘기 하던 중 나주 남평 출신 음악가 안성현이 작곡한 노래 ‘부용산’을 들려준다. 일행 중 한 명이 부용산 노래 2절을 이어받아 노래하고, 또 한참의 정담 끝에 김성춘 씨가 벌교 출신 민족음악가 채동선의 ‘고향’을 들려준다.
그리고 소리의 고장 보성에 왔으니 화답으로 ‘쑥대머리’를 들려주는 나주 일행,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단지, 차만 타고 멀리 나갔다가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을 구경하고, 맛있다는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 한 끼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성여관 앞 식당에서 꼬막정식으로 이른 저녁은 먹은 일행은 벌교역에서 오후 5시58분발 열차를 타고 송정역에서 환승을 해서 나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짬 하루여행을 마쳤다.
◇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고장 벌교관광의 멋과 의미를 더욱 뜻 깊게 도와주는 보성여관 관리자들
나주관광의 메카 나주역
나주시는 얼마전 나주역과 연계한 관광문화 상품개발과 홍보를 위해 애쓰고 있는 박석민 나주역장을 시정발전 유공자로 선정해 표창했다.
박석민 역장은 본격적인 호남선 KTX시대를 맞아 나주역 광장과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나주역과 연계한 관광문화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특히, 나주역과 연계한 시티투어 ‘나주로 마실가자’ 상품 홍보와 함게 나주역과 연계한 강진·완도·해남 등 관광상품 개발 홍보에도 힘써왔다.
현재 나주역에는 KTX가 상하행 각 12회씩 총 24회 정차한다. 주말 하루 이용객도 2천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동안 광주, 목포, 여수, 순천으로 몰리던 관광객들을 나주시를 통해 함평, 무안, 강진, 보성, 진도, 완도 등으로 이끌어 내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득량역과 벌교역에서 내려 누릴 수 있는 관광상품을 나주에서는 무엇으로 충당할 것인지 고민하고 내보여야 할 것이다.
나주곰탕과 금성관 주변 역사문화유적지, 영산포홍어와 영산포근대문화거리, 그리고 매주 토요일 운영되는 나주시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나주역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하고, 나주읍성, 나주곰탕거리, 황포돛배, 천연염색문화관, 국립나주박물관 등을 돌아본 뒤 나주역에서 마치는 시간은 오후 6시35분이다. 이용료는 황포돛배 탑승권을 포함해 1만원이니, 이 정도면 횡재 아닌가?
다만, 여기에 2% 부족한 것이 있다면 둘러보는 관광이 아닌 직접 체험하고 감동할 수 있는 느낌이 있는 생활관광이다. 나주관광의 숙제가 하나 생긴 셈이다.
화순 능주역에서...
화순 능주역
능주역사 안에서 능주의 역사를 만나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기꺼이 커피 한 잔을 권하며
능주의 역사와 문화, 관광지를 안내하는
이정윤 능주역장
능주역에서 득량역까지...
나, 김양순
득량역 앞 추억의 거리
득량역에서 빌려준 교복을 입고
역 앞 거리를 건들거리며 돌아다니다 득량국민학교에 들어갔다.
득량국민학교는 추억의 거리에 조성된 테마 공간인데
선생님 역할을 자임한 박석민 역장이
칠판에 ‘떠든 학생 김노금, 김양순’을 적고,
‘숙제 안 한 학생 서계화, 임양신’,
‘지각학생 김행숙’을 적어 내려가다
‘연애하다 들킨 학생 최미현’을 적자 폭소가 쏟아진다.
보성군에 소재한 작은 시골역 득량역.
하루 평균 100명도 왕래하지 않던 이 역에
최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를 테마로 한 구멍가게, 이발소,
그리고 다방과 ‘국민학교’를 배경으로
옛날 교복과 교련복을 빌려 입고 학창시절을 만끽할 수 있다.
벌교역, 그리고 보성여관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버선발로 달려 나온
보성여관 매니저 김성춘 씨,
생활한복의 옷고름을 곱게 맨 김성춘 씨에게
일전에 한번 들러 통성명을 했다는 김노금 의원이
자신의 저서 ‘역사를 바꾼 여인들’과
‘거북선을 만든 나대용 장군’을
선물한다.
김성춘 씨의 안내로 보성여관을 둘러본 뒤
후원에 마련된 마루에서 차를 대접 받는다.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보성의 가치와
벌교의 애환을 얘기 하던 중
나주 남평 출신 음악가 안성현이 작곡한 노래
‘부용산’을 들려준다.
일행 중 한 명이 부용산 노래 2절을 이어받아 노래하고,
또 한참의 정담 끝에 김성춘 씨가
벌교 출신 민족음악가 채동선의 ‘고향’을 들려주자
화답으로 이어지는 나주일행의 쑥대머리 한 대목
대화와 차의 향기가 이렇게 깊을수도 있구나!
벌교여행의 마무리는 꼬막정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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