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3대명촌으로 손꼽히는 나주시 노안면 금안리 신숙주 생가 터가 볼품없이 방치되고 있어 방문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호남명촌 금안동 옛 명성 어떻게 찾나?
신숙주 생가 복원 20년째 감감무소식 한글마을 이름 무색
색 바랜 금안8경 간판, 쌍계정 기둥 썩어 들어간 채 방치
◇고풍스럽게 꾸며진 나주시 노안면 금안동의 흙돌담길
호남3대 명촌, 신숙주 생가로 유명세를 이어 오고 있는 나주시 노안면 금안동이 실상은 ‘신숙주’ 없는 ‘한글마을’을 추진하고 있어 ‘속 빈 강정’이라는 아쉬움을 낳고 있다.
영암 구림, 전북 신태인과 더불어 조선시대 호남 3대 명촌으로 손꼽혀 온 금안동은 고려말 설재 정가신, 보한재 신숙주 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마을로 나주의 ‘자존심’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실망감을 안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지난 6일 나주시가 나주관광SNS서포터즈를 대상으로 실시한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 항공사나 여행업체,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광상품이나 특정 관광지를 홍보하기 위해 여행사 또는 관련자들을 초청해 관광하는 것)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신숙주 생가를 찾은 서포터즈들은 초라한 빈집에 신문기사를 스크랩한 액자 몇 개와 퇴색한 현수막만 걸려있는 광경에 아연실색 했다.
한 참석자들은 “호남3대 명촌이라 해서 영암 구림마을 정도 될 것으로 기대하고 왔는데, 마을 전체적으로 유서 깊은 마을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고 나주시가 신숙주 선생을 욕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나주시 문화관광해설사 김 아무 씨는 “다도 도래마을과 비교해 금안동은 아직까지도 다음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마을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준비 안 된 관광문화유적을 홍보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난감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마을의 명물로 첫손에 꼽히는 쌍계정(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34호) 역시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쌍계정을 방문한 시민 박 아무 씨는 “조선시대 최고의 명필인 한석봉 선생이 직접 썼다는 쌍계정 현판 옆 나무기둥이 심하게 훼손 돼있는데다 전선이 아무렇게나 노출돼 있어 보기에도 안 좋고, 전선피복이 손상돼 있어 화재 위험이 있어 보였다”고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둥 곳곳에 못과 쇠붙이를 박아 전화번호부책을 걸어놓거나 옷걸이로 사용하고 있어 문화재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나주시는 초대민선시장인 나인수 시장 때부터 신숙주 생가 복원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후 김대동 시장 때 문중에서 부지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신숙주 생가복원 계획을 본격화 해 2009년 노안면 금안리 277번지 일대의 1만여㎡에 생가(165㎡) 복원과 함께 편의시설과 조경 등 조성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생가 복원사업에는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한 총 14억5천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었으며, 전남도에 국고지원 현안사업 신청을 하고 자체 부지 매입비 2억원을 확보, 상반기 내에 기본조사 및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나주시는 당시 사업비 2억원 중 5천만원을 생가 복원과 금안동 발전을 위한 용역 두 건을 추진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사업비 1억5천만원은 주민들이 토지를 팔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납하게 해 불용처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안면에서는 주민들이 ‘금안동 명촌 재건사업’을 위한 첫 단계로 특색 없는 시멘트 담을 헐어내고 마을 입구에서 경렬사 옆 척서정 주변과 인천마을 입구 주택 30여채의 도로변 500m에 높이 1.5m~ 2m의 흙담을 쌓았다.
이 사업은 희망근로사업비 2억3천여만원이 투입됐으며, 나주향교 개보수 과정에서 나온 기와를 재활용하고, 마을 인근에서 구한 적당한 크기의 돌과 논흙을 재료로 활용해 사업비를 절감했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공사를 시행해 주민 스스로 마을 가꾸기 사업에 참여했다는 보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당시 돌담 쌓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신숙주 생가 복원이 이뤄질 것으로 믿었던 한 주민은 “신숙주 선생의 후손인 고령신씨 문중에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종친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해서 생가복원에 필요한 땅 700여평을 어렵사리 매입했는데 나주시가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업비를 불용 처리한 것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나주시는 지난 2011년부터 또 한 차례 신숙주 선생을 내세워 총사업비 54억원을 들여 ‘나주 금안권역 단위종합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신숙주 생가를 중심으로 금안리와 영평리 일대를 호남제일의 명품마을로 만든다는 기치로 현재까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딱히 신숙주 생가 복원사업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20년 남짓 광주에서 금안동을 오가며 신숙주 생가를 관리해오고 있다는 문충공 신숙주 선생 생가기념사업추진위원회 신인식(79)공동위원장은 “나주시에서 문중에서 생가 부지만 구입하면 생가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을 해서 전국을 돌며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700평을 매입했는데 아직도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주차장과 진입로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지금이라도 나주시가 쌍계정 쪽 하천에 다리를 놔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당시 노안면장으로 재임하면서 신숙주 생가 복원작업을 추진했던 신 아무 과장도 “당시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금안동을 전통마을로 복원해 이슬촌 녹색체험마을, 태평사, 금성산을 잇는 문화관광 벨트화로 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진 행복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고 전했다.
신 과장은 “나주시가 지금이라도 나주의 최대 관광자원인 금안동을 호남명촌이라는 이름에 맞게 가꿔나가기 위해서는 신숙주 생가를 복원하는데 적극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밝혔다.
이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금안동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금안8경에 대한 역사적인 고증과 사료를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기존의 추진상황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숙주 선생은 외가인 나주에서 태어나 십대후반까지 살다 벼슬에 진출하는 부친을 따라 충북 청원군으로 옮겨 청년기를 살고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하다 죽어서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묻혔다.
한글학회에서는 1971년 한글날에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산53번지에 위치한 신숙주 묘정에다 ‘한글 창제 사적비’를 건립했으며, 충북 청원군에서는 신숙주의 영정을 봉안한 영당 등을 ‘충남도지정 문화재’로 지정해 신숙주 선생을 기리고 있다.
고령 신씨 문중이 신숙주 선생 생가복원을 위해 구입한 민가
신숙주 선생 생가터 입구에 그려진 선생의 초상화와 업적, 연보
금안동에 지어지고 있는 예절관 및 관리동
금안동 한 가운데 금안팔경을 그려놓은 간판이 어설프고 쌩뚱맞다
금안동 골목골목
금안동 쌍계정 느티나무
금안동 거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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