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금 세상보기
지방을 살리는 일, 우리 자식이 사는 길
전공을 살린 일자리를 찾아 부모품을 떠난 후, 지방대학을 졸업했다는 핸디캡도 잠시, 나름대로 만족해하며 터를 잡아가는 자식들을 보면서, 연휴를 이용해 서울을 오르내린지도 벌써 5년여가 다 되어 간다.
별것도 아닌 먹을거리를 이것저것 조금씩 싸다보면 턱없이 무거워진 짐들을 양 어깨가 늘어지도록 이고지고, 차를 오르내리면서도 애써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더 기회가 많은 수도권에서 맘껏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비는 어미의 심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골에서야 지천으로 말라비틀어진 무며 시래기 야채들도 도시에서는 왜 그리 비싸던지... 돈은 돈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도대체 이게 뭔가!” 하는 독백을 되내일 때면 눈치 빠른 녀석들은 “엄마 몇 년만 기다려 주세요.” 라며 안타까워했지만 모두 함께 모여 살날이 말처럼 쉬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 이 곳 나주에서는 지방살리기와 혁신도시 건설을 촉구하는 전국 규모의 대회가 열렸다.
나 역시 눈물겨운 심정으로 거기 동참했었다. 백발의 노인 어르신들부터 유치원생에 이르기까지, 각 사회단체, 종교, 문화․예술인을 망라한 지역민들은 아예 하루일을 작파하고 참석한 모습이었다.
이 땅이 살 길은 혁신도시건설뿐이라고 열망하며 96%가 다 되는 토지보상 협의까지 마친 상태에서 원점 재검토라니 지역민의 허탈과 분노는 하늘을 찌를 수밖에.
우리집안의 경우만 보아도 국가의 균형발전의 당위성이 절실히 웅변되고 있다. 분당의 방 두 칸에 작은 거실이 나주에서 제일 좋다는 큰 평수의 아파트 보다 훨씬 비싸다면 등허리 휜다는 표현이 이를 두고 하는 말 아닌가. 불과 2년 전보다 눈이 튀어나오게 뛰어오는 전세값... 그래도 다음 사람이 줄을 서고 있다나?
수도권은 그야말로 심각한 주택난과 교통문제, 환경문제 등으로 몸살을 겪고 있지만 지방은 사람이 없어 텅텅 빈 아파트에 경제와 교육 등 모든 생활 기반이 붕괴된 현실이다.
부모품을 떠나서, 못 먹고, 못 입고 모든 경제적 비용이 훨씬 비싼 도시생활을 하는 젊은이들 의 한결같은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향의 경제가 좀 더 나아져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 부모형제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명박 정부에게 희망을 걸었던 우리 모두의 바람은 국가경제발전이었고 너나없이 잘사는 균형발전이었건만, 새 정부 출범한지 몇 날이나 지났다고 이전 정부에서 수립 시행한 균형발전 정책을 원점 재검토 한단 말인가?
참여정부 이전 국민의 정부 때부터,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오랜 시일 연구 검토하여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하여 시행해 온 사업에 대해 이제 출범 100여일 지난 정부에서 재조정 하려는 것은 너무나 지나친 졸속국정이 아닌가 묻고 싶다.
논에 도랑물 내려가는 소리와 자식 목구멍에 맛난 것 넘어가는 소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라고 했던가? 사랑하는 자식들 여우살이 하기 전까지 만이라도 눈에 넣고 품에 끼고 자식들 예쁜 냄새 맡으며 철마다 나오는 갖가지 싱싱한 야채로 볼테기 찜도 하게 해주고 싶고, 좋아하는 남작감자 뽀얗게 쪄서 호호 불며 먹게도 하고 싶다.
내 아이들의 자식들 세대에서는 태어난 곳이 어디든 부모 밑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또 살고 있는 곳에 관계없이 꿈을 펼치며 소득에 차별 없는 균등한 기회의 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가 꿈꾸는 이 소박한 바람을 위해서라도 이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등의 지방말살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나주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노금 세상보기-예술, 그 무한한 가치에 대하여... (0) | 2008.06.26 |
---|---|
광우병, 촛불, 재협상 (0) | 2008.06.11 |
김노금의 세상보기2 (0) | 2008.06.04 |
김노금의 세상보기1 (0) | 2008.06.02 |
2년 만에 이룬 면사포의 꿈 (0) | 2008.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