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 시장 재판 승리 파티라고?
김양순 기자
엊그제 한 지방일간지의 중견기자로부터 받은 e-메일이 뇌리를 스친다.
‘비록 사랑해도 그 악한 것을 알고, 미워해도 그 선한 것을 안다(愛而知其惡 憎而知其善).’
'예기' 곡례 상(上)에 나오는 말이란다.
지역의회는 서로 뜻을 달리하는 의원들이 두 달이 넘도록 명분을 알 수 없는 싸움박질을 계속하고 있고, 시민사회는 신정훈 시장의 무죄판결이 ‘사필귀정’이냐, ‘고도의 정치술수’냐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어찌됐든 내편은 허물도 허물이 아니요, 반대편은 잘해도 잘한 것이 아닌 사회가 지금 우리 나주사회가 아닌가?
8월을 보내는 마지막 토요일, 모처럼 주5일 근무의 여유를 만끽하며 한가한 오전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전남저널> 애독자라고 하는 분으로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평 드들강에서 신정훈 시장의 재판 승리를 자축하는 대규모 파티가 열리고 있다는 일종의 제보전화였다.
재판 승리를 자축하는 파티라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인데, 그게 취재거리가 될까? 하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챙겨 현장을 찾아가보니 대체나 백 명은 훌쩍 넘어보이는 사람들이 보여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한껏 들떠있는 분위기에 취재랍시고 찾아가면 불청객 취급당할까 싶기도 하고, 우선은 모처럼(?)의 잔치에 찬물을 끼얹는 잘못을 저지를까 싶어 사진 몇 장만 찍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틀 뒤, 그 행사가 누가, 어떻게 마련한 행사였는지나 알자 하는 마음으로 나주시 자치행정과 시정담당 공무원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금시초문’이라는 것이다. 남평읍사무소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결국 이틀에 걸친 수소문 끝에 ‘자치와 분권실현을 위한 자치연대’ 회원들의 모임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이 단체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카페에서 ‘신정훈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를 통해 신정훈 시장이 그날 모임에 참석했음은 물론이고, 시의회 김양길 자치행정위원장도 참석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축하파티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신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축하파티를 하는 걸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그렇다고 굳이 이런 행사를 ‘쉬~쉬~’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신 시장 재판 결과가 나오던 날, 나주시내 술집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기뻐서 한잔, 허탈해서 한잔...
신 시장에 대한 무죄판결이 나오자 일부 지지자들은 재판정에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밥맛을 잃어 점심을 굶었다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신 시장의 무죄판결이 말 그대로 ‘사필귀정’이든, ‘손을 쓴 정치적인 결과물’이든 지금 그것을 논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더욱이 신 시장 자신이 임기 내내 30여건의 송사에 시달리느라 기진맥진했다고 고백했다면, 그 역시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니 무고니 하는 내용으로 고소․고발한 사안들을 거둬야 할 것이다.
나는 면죄부를 얻었으니 너도 한번 당해봐라 하는 보복심리가 남아있다면 또 다른 뇌관이 터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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