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전염병-우울증
청량한 기운과 파아란 하늘이 아름답던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계속되더니 잿빛하늘인 요즘은 어쩐지 우울한 기분이 든다. 풍요로운 가을임에도 가슴 먹먹해지는 증상이 잦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탤런트 안재환에 이어 국민배우 최진실의 잇단 자살로 한동안 온 나라가 뒤숭숭하더니만 엊그제는 김영철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한 사람이 죽음을 선택하기까지는 숱한 밤을 고민으로 밝혔을 것이다. 목숨을 끊기까지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제3자가 뭐라 하기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누군들 한번쯤 거친 세상을 살아가며 죽음을 떠올려 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마는 어쨌거나 그것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옮겨져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24.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연령별로는 40대 자살이 전체의 20%로 가장 큰 비중이며 노년층 자살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타인의 자살을 보고 동반 자살하는 베르테르효과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이즈음 몇몇의 연예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끊었다. 저렇게 이쁜, 저렇게 멋진, 저렇게 높은 지위의 사람도 자살을 하는데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인간이 살아서 무엇하나 하는 극단적 선택이 보태어진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개의 경우 자살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울증에서 나온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한국의 중장년층의 60%이상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한다. 조선시대 호열자나 염병이라 불렸던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사회를 휩쓸었다면 현재는 우울증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중이다.
엄마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부모의 기대에 부응키 위해 다른 아이보다 무럭무럭 자라줘야 하고 두세 살 때부터 조기교육이다 뭐다 하면서 제 나라 말조차 익히기 전에 꼬부랑 영어 테잎을 틀어가며 눈과 귀를 혹사당해야 하는 아이들...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요즘 같으면 온 들판을 헤집고 다니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메뚜기를 잡고 산으로 들로 내달리며 건강하게 호연지기를 길러야 할 아이들이 늦은 밤까지 홀로 학원을 서너 군데 전전하며 작은 공간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유년기의 스트레스는 얼마나 큰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초등학교 들어서부터는 전쟁이 따로 없는 교육 시스템에 둘러싸이는 이 나라 아이들의 슬픈 현주소... 이른바 ‘스카이’라는 서울대, 연대, 고려대 출신이 우리나라의 상층부를 독점하고 한국의 학부모는 자식만큼은 목숨을 걸고라도 스카이에 보내려 하고 있는 현실에서 겪는 청소년들과 부모들의 피눈물 나는 고행...
대학에 들어가서는 대학의 낭만이나 싱그러운 청춘 예찬을 부르기도 전에 새벽밥을 싸들고 도서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위해 경쟁을 해야 하고 이미 시작된 취업 준비 때문에 누구하나 붙들고 삶에 대한 진지한 대화 한마디 못 나누고 대학 생활을 마쳐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
88만원 세대니 이태백이(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자조 섞인 세대를 살아가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매진하는 20대의 우리의 아들딸들이 지금 내 곁에 멀쩡한 모습으로 있어줌에 그저 신기하고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부모세대가 겪는 고통과 아픔은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다.
농민이나 자영업자 급여생활자들이 모두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 세금에 고통스러워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의 세습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에 가슴을 치는 이 계절, 당신들께서는 효와 부양의 의무는 지셨으되 자식들에게 단 한마디도 자신들의 아픔을 입 열어 말할 수 없는 기막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노부모님들...
이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강자가 아닌 약자, 소수가 아닌 대다수의 복리 증진에 보다 깊은 관심과 애정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절망의 전염병인 우울증. 그 우울증이 호열자나 염병처럼 이사회를 휩쓸기 전에 말이다. 땀 흘린 만큼의 작은 소득에 기뻐하며 소박한 내일의 꿈을 이루어 갈수 있는 그런 세상을 소망한다.
피땀 흘려 가꾼 알곡과 과실이 대풍을 이뤘음에도 예년보다 몇 배 더 형편없는, 아니 농자금 빼고 나면 몇 천만 원의 빚더미를 안고 깡소주를 마셔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이제 정부가 직접 나서 줘야 하는 극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 했지만, 일하지 않고도 골프다, 사우나다, 해외여행이다 외제차에 번쩍거리며 사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오히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주 못해줄 일은 아닌 것 같기에 해본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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