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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쌀겨의 화려한 변신 ‘가축사료에서 건강.미용식으로’

by 호호^.^아줌마 2009. 1. 12.

신년기획…지역경제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①


쌀겨의 화려한 변신 ‘가축사료에서 건강.미용식으로’

미강(米糠) 상품화 성공 대양식품 박동옥 사장    

혈액순환 돕고 피부건강 탁월 가족들 먼저 ‘체험’ 


쌀 속의 보물 미강(米糠)


“그동안 농촌에 지천으로 깔려있던 게 쌀겨 아닙니까? 지금까지는 쓰임새를 모르니까 퇴비로 쓰기도 하고 가축사료로 쓰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사실은 쌀의 영양성분 95%가 바로 이 쌀겨와 쌀눈 속에 들어있었던 거예요. 진짜 보약은 동물 먹이고 사람들은 찌꺼기만 먹고 산 셈이죠.”


농촌에서 쌀농사를 짓고 나온 부산물인 쌀겨에서 ‘보물’을 발견한 대양식품 대표 박동옥(50․나주시 왕곡면 화정리)씨.

박 대표가 말하는 쌀 속의 보물은 바로 미강(米糠)이라는 것이다.

벼의 겉껍질을 ‘왕겨’ 또는 ‘겉겨’라 부른다. 왕겨만 벗겨내고 찧지 않은 누르스름한 쌀을 ‘현미’라 하고, 이 현미에서 흰쌀로 찧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쌀겨와 쌀눈으로 이루어진 얇은 속껍질이 있는데 이것을 미강이라 한다.

박 대표는 쌀이 지닌 영양성분의 95%를 이 미강이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질의 단백질과 식이섬유, 비타민A와 B1, B6, 철분, 인,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 미강은 영양의 결정체로서 쌀의 부산물이지만 영양에 있어서만큼은 쌀 이상의 효능을 갖고 있다는 것.

이런데도 미강은 지금까지 천대를 받아왔다. 그 옛날 재래식부엌을 쓰는 가정에서 땔감으로 쓰이던가, 퇴비 또는 가축의 사료로 쓰였던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이 미강을 제대로 알아본 사람이 바로 박동옥 씨였다.

 

* 박동옥 대표는 오랜 농촌생활의 경험을 살려 직접 미강 미세분말추출기와 저온 열처리 건조기 등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쌀겨의 화려한 변신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10년 남짓 쌀겨 취급하는 일을 해온 박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농림부(지금의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발행한 농림사업 홍보물에서 미강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됐다.

“이게 이렇게 좋은 재료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본격적으로 미강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특허청으로부터 미강 미세분말을 추출기와 미강 저온열처리 건조기 및 건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따냈다.

뿐만 아니라 ‘천연뜰’이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도 하고 나주시장이 품질을 인증한 농특산물이라는 인증도 받아냈다.

이를 기회로 삼아 박 대표는 지난 2004년 건물을 짓고 이듬해부터 제품생산에 나섰지만 개발단계에서 실패를 했다.

그러다 2007년 6월에 정식으로 공장 등록을 하고 전라남도로부터 농업인벤처자금을 지원받아 미강 분말추출기와 저온살균기 등을 직접 설계·제작하고 가공공장을 차렸다. 그리고 친환경 무농약 쌀에서 나온 미강을 이용해 환, 분말 등 가공식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환과 분말의 성분은 미강 90%와 검은콩 10%로 이뤄져 있어 식사나 간식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

하지만 미강의 변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요즘은 농약성분 때문에 쌀뜨물을 많이 안 쓰지만 예전에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쌀뜨물을 받아두었다가 국도 끓이고, 세수도 하던 것을 봐왔습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미강이 섬유질이 풍부해서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고 여드름 같은 피부질환에도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같은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박 대표는 직접 부인과 가족, 그리고 스스로 실험을 통해 체험을 했다.

미지근한 물에 미강가루를 풀어서 세안을 하면 피부가 놀랍도록 부드러워진다는 사실, 또 미강가루에 우유나 꿀을 섞어 팩으로 활용해도 좋고, 목욕물에 미강가루를 넣으면 보습효과는 물론 몸속의 노폐물까지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특히, 어린이들의 아토피 피부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 아예 아토피 부위에 미강가루와 물을 섞어 붙여도 뛰어난 보습효과를 발휘한다는 게 그의 체험담이다.


영양의 보고(寶庫) 미강


실제 미강에는 비타민B, 비타민E가 많이 들어있고, 불포화지방산과 미네랄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부 면역력을 높여 아토피 등 건조한 피부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데 효과를 지니고 있다. 변비와 피부질환 해소, 노화방지 그리고 아토피, 고혈압 등에 큰 도움을 주는 유용한 식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뿐만 아니다. 미강은 음식재료로도 활용된다. 미강가루를 바로 먹어도 되고, 볶아먹어도 된다. 미강가루를 밥에 뿌려서 먹으면 밥맛을 높여주고, 나물에 같이 넣어 버무려도 좋다. 된장찌개 끓일 때 넣으면 훌륭한 조미료 역할까지 해 ‘엄마표 건강밥상’이 차려진다.

육류나 생선요리를 할 때도 한두 스푼 뿌려서 조리하면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면서 현미의 영양분까지 섭취할 수 있다. 이밖에도 부침이나 튀김, 카레나 죽, 수제비나 칼국수, 라면, 인절미나 백설기를 만들 때도 첨가하면 좋다고.

하지만 요즘은 다들 농약을 많이 하기 때문에 쌀도 여러 번 씻어먹게 되는데 미강이 안전하겠느냐는 의문에 대해 박 대표는 “걱정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

 “저희 미강가루는 특허 받은 기술로 가공해 일반 미강가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입자가 미세하고 부드럽다”면서 “마한농협에서 학교 급식용으로 계약 재배한 무농약 벼의 쌀겨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농약잔량이 전혀 남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박 대표는 특별히 밀가루 음식에 미강을 섞어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밀가루에는 섬유질이 없기 때문에 빵이나 밀가루 요리에 미강을 첨가하면 섬유질과 각종 비타민 등의 영양성분이 보충이 된다는 것이다.

 

기계.기술 특허내고도 ‘맨땅에 헤딩하기’ 

소상공인 지원정책 ‘언발에 오줌누기식’ 


디자인과 유통이 문제


이처럼 좋은 식품이라고 한다면 사업이 잘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떻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동안 묵묵부답인 박 대표.

자신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품질과 가격, 효능에 있어서 자신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영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운영체계에 있어서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박 씨는 직접 홈페이지(http://www.migang.kr)를 운영하며 통신판매와 마한농협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나주시에서 운영하는 나주시쇼핑몰에도 올라있지만 택배비와 카드결재 수수료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미국 켄사스주에서도 주문이 들어올 정도인데 물건 값보다 택배비가 더 비싸다보니 본격적인 영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이 뿐 아니라 디자인을 바꿔보라는 지적도 자주 받고 있다고. 상품의 효용이나 가치에 비해 디자인이 시각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디자인을 새로 만드는 것이 한두 푼 드는 일이냐며 한숨을 내쉬는 박 대표. 아직까지는 가내수공업 형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영세업체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박 대표는 그래도 2009년에 희망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나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학교급식에 대해서만큼은 지원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미강가루가 학교 급식용 조미료로 납품될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몇몇 음식점에서 고기요리를 찍어먹는 용도로 미강을 활용하면서 소화도 잘되고 담백하면서 뒷맛이 깔끔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일반 식당 납품도 벼르고 있다.

돼지곱창요리와 뼈다귀요리 특유의 냄새,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귀띔이다.

이를 위해서 박 대표는 새해 첫 과제로 미강을 과립형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조만간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박 대표는 나주가 도농통합도시로서 특성을 살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나서서 1차산업을 2, 3차산업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가을 나주에서 열린 대한민국농업박람회에 참석한 지인들로부터 왜 미강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고 털어놓는다.

나주시에서는 오로지 배를 홍보하는 데만 열을 올렸을 뿐 다른 브랜드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

더구나 지난해 11월 중순께 충남 대전에서 열린 농어촌기업컨설팅박람회에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장까지 나서 자기 지역 특산품을 홍보하고 판촉하는 데 열을 올렸지만 나주에서는 대양식품을 비롯해서 3개 업체가 참여를 했지만 나주시 관계자들은 얼굴조차 비쳐보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국 꺼져가는 농촌의 불빛을 밝히는 데는 더 이상 농업인의 몫이 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우리 고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일, 바로 제2의 농촌을 일구는 일이 박 대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몫이라며 다부진 자신감을 나타내보였다.

아울러 자치단체도 고유자산인 농수축산물을 가공해서 2, 3차산업과 연계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김양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