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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나주시문화관광해설가협회 박선례 회장

by 호호^.^아줌마 2009. 3. 22.

일하는 나주인, 그들이 아름답다②


“나주의 역사문화 제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나주시문화관광해설가협회 박선례 회장


봄, 겨울을 뚫고 다가온 봄기운에 모처럼 기지개를 활짝 켜본다. 어둑어둑한 사회현실 속에서 웃음 한 번 터놓고 웃을 일이 없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 동료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읽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며 이웃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나주인, 그들의 삶 속에 숨겨진 봄 햇살 같은 아름다움을 찾아가 본다. /편집자주


절기상으로 춘분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오후, 한가롭기만 하던 반남 고분군에 젊은 대학생들을 태운 버스들이 속속 도착한다. 부산 신라대학교 학생들이 새학기 MT를 남도답사로 정했나 보다.

 

90명 남짓한 대학생들 틈사이로 자그마한 체구의 한 여성이 고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대다수 학생들의 눈길은 이미 높으막한 고분군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도 그 여성의 해설에 귀를 기울이는 몇몇 학생들의 모습은 짐짓 진지하기만 하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이 곳 반남 고분군을 찾는 사람들에게 해설을 하는 일을 맡고 있는 이는 바로 나주시문화관광해설가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선례(64.나주시 남외동)회장이다.

 

박 회장의 역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홍어축제, 유채꽃축제, 영산강문화축제 같은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는 어김없이 그녀가 있다.

 

“나주라는 곳이 알면 알수록 정말 매력적인 곳이더라고요. 사람들이 저마다 천년목사고을이라는 말들은 합니다만, 정작 천년목사고을의 갖는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없죠. 오늘의 나주 역사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 나주의 진정한 가치는 고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발자취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2002년, 나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라도 알자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던 문화관광해설가 교육을 계기로 이듬해부터 나주시문화관광해설가로 활동하게 됐다.

 

나주의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나주를 알리는 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나주의 문화를 겪어보자는 생각에 천연염색도 배워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됐고, 언젠가는 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나주의 모습들을 남겨두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광주시여성발전센터에서 운영하는 사진교실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렇듯 분주한 박 회장의 일과는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된다.

하루를 여는 기도 후 나주시민회관을 향해 출발, 5시30분부터 에어로빅교실 10년째, 월·화요일 광주여성발전센터 교양강좌 수강, 수요일 나주공공도서관 POP강좌 수강, 목·토요일 나주 반남고분군 문화유적 답사 안내...

 

박 회장은 여성장애인들의 자활모임인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을 이끌고 있으며, KBS 사랑의 리퀘스트 후원으로 직접 자신의 집을 개조해 여성장애인들의 자활모임을 이끌고 있다.

 

1945년 8월 2일, 해방둥이로 태어난 박 회장은 당시 나주에서 가장 크게 싸전을 하던 할아버지(고 박동준)의 후광으로 남부럽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겪었으니, 100일 갓 지난 아기 선례를 업고 꽃구경을 갔던 동네 언니가 꽃가지를 꺾는다면서 몸을 곧추세우는 순간 허리가 넘어가 척수장애를 입게 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광주여고에 진학, 제법 공부를 잘했던 여고생 선례는 약학대학 진학을 위한 모임에서 공부를 하던 중 집으로 급히 내려오라는 부친의 전갈을 받고 내려갔다가 여자가 공부 많이 하면 연애편지나 쓴다며 진학을 막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하게 됐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컸던 박 회장은 지금이 그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할 때라며 배울 수 있는 것은 원 없이 배우고 싶단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체형 때문에 기성복을 입기가 불편해 양재며, 한복기술을 배워 손수 옷을 해 입는다. 가방이며 각종 생활소품도 천염염색 공방에서 배운 기술로 직접 만들어 쓴다.

 

박 회장은 올해 광신대와 예원대 사이버강좌를 통해 사회복지학과와 유아교육과를 전공하고 있다.

2년 과정으로 이뤄지는 두 대학 학비는 학기당 150만원. 이미 40여개에 이르는 자격증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 봄 새내기 사이버대학생이 된 박 회장 역시 끊임없이 일하는 아름다운 나주인이다. / 김양순 기자


 

* 지난 19일 반남 고분군을 찾은 부산 신라대학교 학생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