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나주인, 그들이 아름답다⑤
야생화 사랑, 어린이 사랑 교장선생님
영산포초등학교 양택승 교장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사회현실 속에서 웃음 한 번 터놓고 웃을 일이 없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 동료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읽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며 이웃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나주인, 그들의 삶 속에 숨겨진 햇살 같은 아름다움을 찾아가 본다. / 편집자주
“어린이 여러분, 남이 알아주는 큰일만이 보람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는 것이야말로 더욱 소중한 것입니다.”
영산포초등학교에 들어서면 현관 앞에 ‘내 일은 내가, 우리 일은 우리가’ 라는 구호가 눈에 띈다. 일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그래서 자기 혼자서 해야 할 일은 혼자서 열심히 해결하고, 여럿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하려면 힘이 들면서도 어렵기 때문에 이웃과 힘을 합쳐서 해결하라는 이 학교 양택승(60)교장의 가르침이다.
교장실에 들어서려다 멈칫했다. 마치 식물원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꽃이 가득했다.
지난 겨울 양 교장이 겨울방학도 반납하고 애써 가꾼 꽃들이란다. 선물로 들어온 화분들이 한철 꽃을 피우고 관리를 못해 말라죽어갈 즈음 양 교장을 만나면 다시 한 번 꽃을 피울 기회를 얻게 된다.
겨우내 화단에서 떨다 결국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게 된 나뭇가지들도 양 교장에게는 ‘반드시 살려내야 할’ 소중한 생명이다.
이렇게 키워낸 꽃들이 교장실과 교실, 그리고 화단과 교정 곳곳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양 교장의 야생화 사랑은 결국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노래를 하면서도 달래가 뭔지, 냉이가 뭔지, 씀바귀가 뭔지를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탐구심을 일깨워주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 꽃을 가꿉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교문에서 들어오는 운동장 입구 화단에 냉이꽃이 무성하게 피어있던 것이 이해가 된다.
양 교장의 이 같은 꽃 사랑은 주변 학교들에도 알려져 보기 좋은 꽃이나 야생화 모종이 있으면 잊지 않고 보내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야생화는 교장실에서 겨울을 난 뒤 봄볕이 무르익으면서 화단으로 옮겨져 어린이들과 도란도란 봄을 얘기하고 있었다.
2006년 9월 영산포초등학교 33대 교장으로 부임한 양 교장이 어린이들에게 처음으로 당부한 말이 ‘참되고 유능한 사람이 되자’는 것.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이웃과 국가에 꼭 있어야 할 사람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산포 어린이들은 이웃과 국가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 되지 않으시렵니까?”
양 교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이례적으로 ‘교장선생님말씀’이라는 코너를 마련,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들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 교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개학식, 방학식, 운동회, 독서의달 같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특히, 학생들로부터 편지나 댓글을 받았을 때 이곳에 글을 올려 소통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스승의날에 한 어린이로부터 편지를 받은 양 교장은 홈페이지에 답장을 썼다.
“희연아, 고맙다. 스승의 날이라고 교장선생님께 편지를 해주어서 말이야. 너의 편지를 보고 ‘이 교장이 너희들과 학교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구나’ 라고 느꼈다...”
황 교장은 이 편지글에서 학교의 환경문제에 대해 어린이들의 잘못을 완곡하게 지적했다.
“어제 일요일에는 연못의 생이가래를 건져 내버려 죽어버렸고, 아이스콘 껍질이며 돌멩이 심지어 폐건전지를 많이 넣어버려 연못물이 흐려져 버렸단다. 예쁜 금붕어와 꽃잉어를 키우고 싶은데 말이야!”
이에 대한 어린이들의 댓글이 명작이다. “교장선생님, 우리를 이끌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우리가 연못을 지키겠습니다.”
어린이들과 격의 없는 대화와 소통으로 미래의 꿈을 심어주고 있는 양택승 교장. 하찮게 여기기 쉬운 풀 한 포기에도 정성을 쏟고, 어린이들의 한명, 한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양 교장의 모습에서 이 시대 참된 교육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 김양순 기자
<사진설명>
하찮은 풀 한 포기에도 정성을 다하는 양택승 교장의 야생화 사랑은 곧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전달이 되고 있다.
Tip 힘보다 머리를 많이 쓰게 합시다.
영산포초등학교 양택승 교장
우리 어린이들은 머리를 쓰는 일 보다는 힘을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이것을 부모들이 조정해 주어야 합니다. 머리 쓰는 시간을 늘려 주어야 합니다. 쓸모 있는 지혜는 힘을 쓰는 시간보다 머리를 쓰는 시간에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늘 새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남을 따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남들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힘보다 머리를 지혜롭게 써야 합니다.
여러 장정이 모여 종각에다 종을 매달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종이 너무 무거워 매달 수가 없었습니다. 온갖 힘을 쓰고 방법을 강구하였으나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여섯 살 꼬마가 “무거운 종을 왜 들어 올려서 매달려고 하지요? 종 밑에 흙으로 단을 쌓고 그 위에 종을 올려놓고 매단 다음 흙을 파내면 될 텐데...”
이렇게 하여 무거운 종을 종각에 쉽게 매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십 명의 장정들의 힘보다 꼬마의 머리가 더 우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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