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나의 그리운 교단일기(마지막회)
최선을 다해 끝까지 걸어온 43년
김정음자(은퇴교사·나주시 대호동)
정년을 1년 6개월 앞두고 새로 근무할 학교를 선택하여 교육청으로 보고하는 날입니다. 작은 학교에 남아있으면 5,6학년 복식수업을 해야 하고 학교 업무는 교사 세 명이 감당해야 합니다.
학교의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학교의 일의 양은 똑같습니다. 이 학교는 내가 마지막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는데.......
업무는 너무 많고 5,6학년 복식수업은 내가 감당하기 힘들고, 그래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했습니다.
결국 6학급인 이웃학교로 내신을 썼습니다. 학교는 작지만 진도대교를 막 건너면 위치한 학교로 누구나 근무하고 싶은 학교입니다. 하지만 이 학교로 가는 일은 1%의 희망도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진도초등학교로 발령이 났습니다. 전교생이 34명인 학교에서 천명이 넘는 진도초등학교로 옮긴 것입니다.
광석초등학교는 5명의 교사가 있었는데 학급수가 줄어 세 명의 교사만 남고 두 명이 나가야합니다.
2월 20일 자정이 가까울 무렵 전화벨이 울립니다. 교육청에서 밤이 늦도록 불을 밝히며 인사작업을 하신 장학사께서 전화를 주신 것입니다.
“선생님, 연세도 많으신데, 큰 학교로 가시면 어떠실까요?”
점점 빛을 잃어가며 서쪽하늘 끄트머리에 걸쳐있는 교육계의 작은 별 하나를 바라보며 챙겨주는 후배 장학사가 있기에 그래도 이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그 장학사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합니다.
2007년 8월 29일, 43년 동안의 교단생활을 마치며 대한민국으로부터 황조근조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날 밤 훈장을 받았다고 남편에게 자랑을 했더니 남편 왈,
“훈장 받아서 엇다가 쓰는디? 차라리 양말을 주면 발이라도 따실 것인디.......”
일본의 혼도 자동차회사 사장은 “때로는 대학졸업장이 극장표 한 장만큼도 가치가 없다" 고 말했다지요. 제가 받은 훈장도 가격으로 따지면 양말 한 켤레만큼도 못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 훈장을 받게 되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약한 몸으로 인해 어려움도 많았지만 끝까지 나의 갈 길을 완주할 수 있었으니까요.
누구든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후회가 없습니다. 추억이 남을 뿐이지요.
지금도 떠나온 교단을 추억하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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