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게 영산강 살리기 해법을 묻다
2009년 7월 5일 늦은 오후
미실란에서 네 마리의 토끼를 얻어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길치에
이정표 감각 없는 기사양반 때문에
압록이라는 곳을 향해 달리다
"이 곳이 아닌갑다!"
싶어서 돌아나옵니다.
그런 김에
옛 섬진강역에서
레일바이크(Rail bike)를 타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지나가면서는
"다음에 와서 타자" 했는데
돌아나오는 길에 보고는
"우리가 언제 또 오리?"
싶었던 거죠.
4인승 기준으로 2만2천원!
결코 녹록치 않은 가격이지만
섬진강 강바람을 쐬며
기찻길을 달린다는 기분으로
흔쾌히 "주세요!"
침곡역을 출발해서
네 명이 페달을 밟습니다.
섬진강-025호 열차
승차인원은
오늘의 기사양반과
은강이
은산이
은강이 친구 경민이
그리고
호호아짐^^
♬♬
기찻길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
혹시 그런 얘기 아시려나?
기찻길옆 오막살이 집에는
자녀들이 많데요.
왜 그런줄 아세요?
밤낮으로 기차가 요란을 떨며 달리는 바람에
잠이 없어진 부부가
잠 안자고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이들은 잘도 잘도 자겠다
부부가 은근짜를 부려보는디...
여보, 마누라~
일남이 동생 하나 봅시다
영감~
이남이도 동생 갖고 싶다고 하던디요?
마누라~
삼순이도 동생 하나 봐야제.
영감~
사남이 이 녀석이 통 슷기가 없어라우.
동생을 봐야 똘똘해지려나...
이렇게 해서 생긴 애들이
오순이
육남이
칠남이
팔순이
구순이
열남이까지
.
.
믿거나 말거나^^
어른들 주고 받는 농도 짙은 농담을 알리 없는 아이들은
마냥 신바람이 났습니다.
종착역까지는
5.1km 거리가 되는데
30분 정도 달려야 합니다.
네 명이 함께 페달을 밟으면 쉽게 전진합니다.
누군가 한 명이 발을 멈추면
금방 속도가 더뎌집니다.
딸들 놀리는 재미에 페달을 안 돌리고 있던 기사양반,
"아빠, 안 봐도 알거든?"
바로 견제에 걸립니다.
가족들에게 더 없이 좋은 놀이공간입니다.
기찻길 농담이 깊어갈 수록
부부의 눈빛도 야릇해져갑니다.
어쩌자고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섬진강은 예로부터 맑고 깨끗한 강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왼편으로 펼쳐진 섬진강, 그 옆을 가로지르는 강변도로,
그리고 그 옆을 달리는 기찻길...
섬진강이 왜 깨끗하냐고 물었더니
자칭 '영산강 박사'라는 기사양반이
"섬진강 주변에 오염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영산강도 담양 가마골 용소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맑은데
광주를 거쳐오면서 온갖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7~8급수가 된 것이다.
현재 영산강 오염의 주범은 광주시민들"이라며 짐짓 흥분까지 합니다.
그 정도는 호호도 알고 있다, 본질을 알려달라.
◇ 섬진강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이제 영산강 문제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6월 8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이 나온 이후
나주에서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영산강 살리기의 가장 큰 줄기는 영산강에 쌓인 퇴적물을 파내서 강이 깊고 푸르게 만든다는 것이고,
아울러 해마다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를 제대로 관리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논란이 여전히 들끓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이 영산강을 둘러 보러 나주에 왔을 때 취재해서 올린 글에
어제(7일) 한 블로거가 댓글을 달았더군요.
그 분 주장을 이렇습니다.
모처럼 영산강을 개발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났는데
이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반대를 할 것인지,
때는 이때다 싶게 찬성을 해야 하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영산강 수질을 개선하고 홍수를 막고,
관광유람선이 떠다니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영산강 살리기사업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그런 환경적인 오류가 발생한다면 큰 일이지요.
그런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제 결론인데 틀립니까?
단지 견해의 차이일 뿐인 걸까요?
◇ 섬진강에서 무엇인가를 노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물고기인지, 재첩인지, 다슬기인지...강물이 정말 푸릅니다.
강을 살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해 본... 금강/낙동강/한탄강/아산만/새만금 방조제 등등... 의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자연은 스스로自 그러할 然 입니다.
손을 대자면 최소한으로... 천천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 말이 저 경제논리의 머리통에 들리겠습니까?
나주는 공사하기 전에 다른 지역의 사례를 좀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땅값이 오르고... 돈벌꺼리가 생긴다는 따위의 말에는 귀를 막고... 강을 위한 공사를 해야 합니다.
땅값 오른 지역에서... 본래 살던 원주민이 사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돈벌꺼리를 돈 없던 원주민이 차지하고 돈버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 아, 이 얼마나 부러운 광경입니까? 영감, 마누라, 동네 아짐, 아제들이 섬진강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생계유지를 위한 것이든, 저녁 찬거리를 위한 것이든 저 강물 속에서 무언가 소득을 얻는다는 것은... 영산강에서 저걸 잡아다 준다면 먹을 자신 있습니까?
선생님은 참 대단한 논객이시군요.
다른 면모는 모릅니다만,
위에 주신 논리만으로도 공감백배 충분합니다.
제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부분들과 공통분모가 비슷합니다.
선생님 같은 분의 논리를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인 것입니다.
그게 먹히지 않는다고 한걸음 물러서서 혀만 찰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여론화 하고 입장 나타내면서
그렇게 따르도록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로 힘을 뭉쳐가야 하겠지요.
그래서 그들이 강 갖고 장난치지 못하게 말이죠.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는 섬진강 관련 사업도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이것 역시 부정합니다.
섬진강만큼은 그대로 두라. 섬진강을 그대로도 충분히 살아날 능력이 있다...
섬진강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 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며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김용택의 등단작이자, 첫 시집이면서
대표 시집인 '섬진강'의 표제시이기도 한 이 시는
오늘의 김용택을 있게 한 작품입니다.
영산강이 배워야 할 결론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섬진강이 그만큼 맑고 투명했기에 김용택이라는 시인이 나올 수 있었고,
또 그가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섬진강은 맑고 푸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에서 보는 것처럼
섬진강 강변 마을의 아름답고 서럽고 한맺힌 삶의 실상은
곧 질박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남도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섬진강은 지역에 따라서는
영산강을 가까이 불러내기도 하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한편,
지리산과 무등산 사이를 굽이치며 흘러가면서
남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두 산을 교통, 결합시키기도 합니다.
이렇듯 어느 한구석도 빼놓지 않고
남도 전체를 푸근히 얼싸안고 흘러가는 섬진강이기에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로 제시된 위정자 내지 정책 당국이
아무리 남도 사람들의 삶을 위협한다 해도
그들은 결코 위축되거나 굴복되지 않을 것임을 몇 번씩이나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섬진강은 남도의 지극한 한과 설움의 세계로까지 심화, 확대되어
마침내 누구도 건들 수 없는 문명과 문화를 획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섬진강변에 핀 자귀나무가
버드나무와 어울려
은은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섬진강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속에
사람들의 겸손한 애정과
자치단체의 욕심없는 투자가 만들어낸
결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제 결론은 그렇습니다.
영산강 사업은
환경과 문화를 살리자는 것이지
결코 사람을 살리자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운하 절대 안 한다!”
정부의 굳은 맹세, 지켜져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짜 강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인지는 계속 살펴야 합니다.
지류에 물이 넘쳐 곳곳의 마을과 논밭을 휩쓰는데 본류 4개만 깊게 파면 홍수를 막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혈관 곳곳이 막혔는데 장세척하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아울러 보를 설치해 강의 유속이 떨어지고 물이 고여 수질오염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일고 있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정부가 나중에 수질대책 5천억 원을 더 집어넣었다고 하는군요.
손 댈 때마다 사업비가 왜 늘어나는지를 알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4대강 살리기 한다면서
수중보를 만들어 수질이 나빠지니 그걸 틀어막느라 수질대책비가 들어가는 셈 아닌가요?
영산강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새들과 곤충, 참붕어, 누치, 쏘가리가 갈 곳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건설업자들에게는 골재덩어리로밖에 안 보이겠지만
강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동섬들을 마구잡이로 파 내서는 안될 것입니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솔개(새)가 하늘에서 날고 물고기는 강에서 뛰듯이, 강물은 위에서 아래로 멈추지 않고 흘러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순리일 것입니다.그런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지 강이 살지 않겠습니까?
남도의 젖줄 영산강이 섬진강 처럼 흐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
어느새 종착역인 가정역에 도착했습니다.
와우~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나주에도 호남선 복선화 공사를 하면서
영산포역, 고막원역, 노안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나마 나주역은 남아있기는 하지만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 달린
부속시설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나주의 옛 역과 철길을 추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똑같은 공무원들이고 단체장들일 텐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지역의 명성과 민복을 위해 일합니다.
이런 사업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일을 이뤄놓은 사람이 누구이던 간에
곡성을 다녀온 사람,
섬진강을 가 본 사람이라면
그 곳에서 만난
이 작은 에피소드를 영원히 추억하게 될 것입니다.
◇가정역에서 레일바이크 승객들을 출발지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셔틀버스.
지도자의 발상이 이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추억은 결코 현재가 아니면서
미래에 대한 선입견을 역전시킵니다.
섬진강에서는 과거와 함께 미래가 눈 앞에 펼쳐져 보입니다.
나주에서도 미래를 찾아야 되겠지요?
그 옛날 젓배 드나들던 영산강의 영화도,
통학열차 안에서 수다스럽던 남녀 통학생들의 재잘거림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나주 어딘가에 남아있을 희망을 찾아
일궈 나가야겠지요.
그것이 영산강이 되길 소망하면서요.
골짝나라 섬진강에서 그 해법을 얻어서 돌아갑니다.
김용택 시
박찬숙 곡
이근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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