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십구재’
심향사 추모법회 ‘상록수’ 합창 속 애도물결
‘사람 사는 세상과 이별하며’ 추모음악회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49일째인 지난 10일
나주에서도 종교행사와 음악회 등 추모행사가 잇달았다.
10일 오전 심향사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추모법회가 열렸다.
사단법인 나주불교사암연합회와 민주당 나주시지역위원회가 주관하고
‘49재 추모법회 나주시민봉행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추모법회는
나주지역 불교 신자들과 기관단체장,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재연스님(죽림사 주지)과 살풀이춤 연구가 이은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추모법회는 거불과 헌향, 독경, 헌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소개,
추모사, 추모시, 고인의 애창곡인 ‘상록수’ 합창 등의 순서로 꾸며졌다.
참석자들은 사회자
이은 씨가 박노해 시인의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를
낭독할 즈음 추모의 정을 못 이겨
연신 눈물을 훔치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상록수’를 합창하면서
추모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어둠속에서 바하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를 연주한 송원진
또 이날 저녁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는 지역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나주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고 무지크바움과 시민추모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음악회는
‘사람 사는 세상과 이별하며’라는 주제로 추모곡과 헌정곡으로 꾸며졌다.
연주곡은 블로흐의 ‘유태인의 생애 중 기도’를 첫 곡으로,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비운의 천재 여성 첼리스트에게 헌정된 곡으로 유명한 오펜바하의 ‘재클린의 눈물’,
그리고 파시즘과 전쟁의 희생자들에게 바쳐진 작품이기도한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8번’,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 등이 연주됐다.
특히, 샤콘느가 연주될 때 무대와 객석 조명이 모두 꺼져 칠흑같은 어둠이 연출되면서
비탄의 느낌이 더해졌다.
참석자들은 작곡가 김선철(광주대 겸임교수)씨가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주제로 작곡한
「현악앙상블, 피아노 그리고 바리톤을 위한 ‘운명이다’」를 연주할 즈음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애도했다.
베이스 황성철 씨의 낮은 읖조림 속에 한 구절 한 구절 유언이 전해질 때마다
객석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음악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문화예술회관 야외에서 별도의 추모집회를 갖고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베이스 황성철
이번 음악회를 기획한 무지크바움의 조기홍 대표는
“고인의 49재를 맞아 나주시민들의 추모의 정을 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번 음악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히며
“준비하는 과정에 일부 출연자들이 돌연 출연을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와
모종의 압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이번 음악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편, 칠칠재라고도 불리는 사십구재는
사람이 죽은 지 49일째가 되는 날에 치르는 불교식 제사 의례로
우리나라에서 6세기 때부터 불교의 윤회사상과 유교의 조령숭배사상이 절충돼 전해지고 있는 전통의식이다.
무지크바움 현대앙상블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
시인 박노해
오늘은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웁니다.
기댈 곳도 없이 바라볼 곳도 없이
슬픔에 무너지는 가슴으로 웁니다.
당신은 시작부터 바보였습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도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살수 있다고
웅크린 아이들의 가슴에 별을 심어주던 사람
당신은 대통령 때도 바보였습니다.
멸시받고 공격받고 또 당하면서도
이제 대한민국은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군림하던 권력을 제자리로 돌려준 사람.
당신은 마지막도 바보였습니다.
백배 천배 죄 많은 자들은 웃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고 저를 버려달라고
깨끗하게 몸을 던져버린 바보 같은 사람
아, 당신의 몸에는 날카로운 창이 박혀있어
저들의 창날이 수도없이 박혀있어
얼마나 홀로 아팠을까
얼마나 고독하고 힘들었을까
표적이 되어 표적이 되어
우리 서민들을 품에 안은 표적이 되어
피흘리고 쓰러지고 비틀거리던 사랑
지금 누가 방패 뒤에서 웃고 있는가
너무 두려운 정의와 양심과 진보를
두 번 세 번 죽이는데 성공했다고
지금 누가 웃다 놀라 떨고 있는가
지금 누가 무너지듯 울고 있는가
"당신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인생을 사셨는데"
"당신이 지키려 한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지도 못했는데"
지금 누가 슬픔과 분노로 하나가 되고 있는가
바보 노무현
당신은 우리 바보들의 위대한 바보였습니다.
목숨 바쳐 부끄러움 빛낸 바보였습니다.
다들 먹고 사는 게 힘들고 바쁘다고
자기하나 돌아보지 못하고 타협하며 사는데
다들 사회에 대해서는 옳은 말을 하면서도
정작 자기 삶의 부끄러움은 잃어가고 있는데
사람이 지켜가야 할 소중한 것을 위해
목숨마저 저 높은 곳으로 던져버린 사람아
당신께서 문득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그리운 그 음성으로 말을 하십니다.
이제 나로 인해더는 상처받지 마시고
이제 아무도 저들 앞에 부끄럽지 마라고
아닌 건 아니다 당당하게 말하자고
우리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처럼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향해
서로 손 잡고 서로 기대며
정직한 절망으로 다시 일어서자고
우리 바보들의 위대한 바보가
슬픔으로 무너지는 가슴 가슴에
피묻은 씨알 하나로 떨어집니다.
아 나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
속 깊은 슬픔과 분노로 되살아나는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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