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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곡성에서의 한나절①...미실란을 가다

by 호호^.^아줌마 2009. 7. 6.

 ◇ 앞집에 핀 해바라기

 

일요일 오후, 두 딸의 성화에 못 이겨 곡성을 찾았습니다.

곡성에서 農都 전남의 희망을 일궈나가는 농촌희망지기 박사농부 이동현 님을 만나기 위해섭니다.

 

며칠 전 이 박사님 블로그에서 토끼를 본 큰딸이

겁없이 제 아이디로 박사님한테 토끼를 갖고 싶다고 간청을 한 뒤

흔쾌히 "그러마!" 답변을 하심에 따라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두 딸의 들볶음...

더 이상 미루다가는 제가 볶여 죽든지, 딸들이 보타져 죽는 사태가 발생한 것 같아

"그래, 가자 가!" 해서 이뤄진 방문입니다.

 

친절하게도 박사님께서 네비로 찾아오라고 전화번호까지 남겨주셨는데

네비 없이도 천부적인 지리 감각과  친절한 이정표에 힘입어 살아왔는데...

하는 배짱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물론 운전기사 대동하고...

 

혹시 몰라 인터넷에서 곡성가는 길을 다운받아 갖고 갔지만

오히려 화근이 됐습니다.

 

지리감각 없을 뿐만 아니라 지도감각도 없는

이 기사양반이 길을 잘 못 드는 바람에 서울을 향해 한참이나 달려가다 내려왔다는 것 아닙니까?

뭐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톨게이트에서 물어봤더니

"일루 가면 서울인디요!"

헐~ 반대반향으로 가고 있다네... 

돌아나올 길도 없어서 한참을 더 올라가다가 장성분기점에서

새로 뚫린 도로를 타고 순천방향으로 돌아나왔습니다.

 

그러고도 한참을 헤매다 물어물어 도착한 곡성,

깨끗하고 아름다운 섬진강을 따라 친환경 농업의 중심지 곡성에 자리잡은 농업기업 미실란의 문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2005년 11월에 농업회사 법인으로 설립된 이 곳은 

2006년 3월에 곡성군의 기업유치 전략에 따라 발아현미 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본사와 생산라인을

모두 이전해옴으로써 미래 지역농업 방향을 제시하며 튼실하게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미실란에 발을 들여놓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치 이스트섬의 모아이(석상)를 연상케 하는 플라타나스 나무群.

 

 

  

정원에서 풀을 뽑고 ㄱㅖ시다

우리를 보고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

 

이 분이 이동현 박사님?

어랏, 블로그에서 뵐 때와는 다르네?

 

하핫...

박사님은 지리산 피아골로 피정가셨습니다. 어제 오신다고 해서 내~ 기다리셨는데...

 

아뿔사

운명이 엇갈리는구나.  

 

 

 

 

  

 

 

박사님이 안 계신다는 말씀에

당장 절망에 빠져든 우리 큰딸...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이란 말인가?

벌써 며칠 전부터

토끼 기르는 법을 붙잡고 밤낮 없이 씨름을 해온 터였는데...

 

딸의 눈치를 채셨는지

 

"박사님이 토끼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얘기가 떨어지자 마자 토끼장을 향해 달려가는

두 딸과 큰딸 친구 경민이...

 

  

◀ 나는야 미실란을 지키는 정의의 황기사 누렁이랍니다.

아줌마, 사진 함부로 찍지 마세요.

나한테도 엄연히 초상권이란 게 있다구요.

"개뿔때기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런 게 있다는 증거 가져와 봐.

나 느그 주인하고 친하거든?"

"깨갱!"

 

 

 ▲ 아니 세상에 쥔장하고 친하면 단가?

복날도 다가오는데 우리 사진 보고 침흘리는 사람 있으면 어쩔라고 그래?

 

걱정마시라고요, 장닭아저씨! 전 장닭은 질겨서 안 먹거든요?

 

아니, 시방 지금 나를 무시하시는 거여, 뭐여?

 

무시하긴요. 장닭아저씬 복날과 아무 상관없다는 얘길 해드린 거죠.

 

그렇담 다행이지만... 놀다 가셔 아줌마, 푸득푸득 꼬끼오~

 

꼬꼬댁 꼬꼬... 아님 그럼 우린 뭐여,

우리 같은 암탉 이번 복날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여?

 

하이고~ 암탉아줌마, 아니랑께요!

저는 손님이거든요? 그리고 전 토끼 보러 왔다구욧.

                                                                                                                  

아니, 이건 또 뭔소리냐? 우린 아직 어려서 한 볼테기도 안 나온다고요. 토끼 살려!!!!

 

                                                                                                  

닭장에서 씨름하고,

토끼장에서 또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에

개 한마리가 다가옵니다.

 

"엄마, 개 걸음걸이가 이상해."

작은 딸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어랏, 이 개는 얼마전에

박사님 블로그에서 봤던 복복이?

 

교통사고 나서 죽을 처지에 놓인 녀석을

주인 내외가 동물병원으로 응급후송해

살려냈다는...

치료비만도 130만원 들어다던가?

 

복복아,

교통사고 당한 네 운명은 가련하다만,

그래도 심성 고운 주인 만나

이렇게 새삶을 살고 있으니

네 팔자가 상팔자구나.

부디 완쾌해서 주인에게 잘 해드리거라.

 

그런 염려는 하덜덜 마시랑께요.

내가 은혜 갚은 복돌이 장남 아닙니까?

결초보은 할랍니다.

 

 

 

 

딸의 얼굴에 웃음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이 맛에 산다, 이 것들아!

 

 

 

미실란 정원에 가득 핀 백련.

우후~ 백련차도 먹어봤겠다 몇 송이 따가?

연차에 얽힌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청나라 건륭(乾隆)때 심복(沈復)이란 사람의 자서전 부생육기(浮生六記)라는 책이 있는데, 심복이 부생육기를 쓴 것은 그의 아내 운(芸)에 대한 사랑의 추억 때문입니다.

심복은 아침마다 아내가 내주는 차의 향이 특이해 같은 차로 수십번 자신이 우려봐도 그 향을 따를 수 없었다 합니다. 아내의 차다루는 방법을 훔쳐 보았습니다.

연못에 피는 수련은 저녁에 꽃심을 오므렸다가 아침이면 활짝 피지요.
아내 운이는 저녁나절 꽃송이가 오므릴 때 비단 주머니속에 차를 넣고 꽃심에 놓았습니다. 차를 품은 수련은 밤새 별빛과 달빛 이슬을 맞으며 차의 향을 촉촉한 수련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침 일찍 꽃봉오리가 입을 벌릴 때 비단 주머니를 꺼내 이 차로 차를 달였다 합니다.
말단 관리였던 남편 수입으로 향기로운 고급차를 끓일 수 없어 생각해낸 운이의 지혜였던 것입니다.


이같은 멋을 운이가 떠난 후에 알게 된 심복은 회한의 눈물로 아내와의 추억을 그리고 있습니다. 임어당은 운을 중국문학에 있어 가장 사랑스런 여인이었으며 뛰어난 재인으로 손꼽는다고 했습니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청순함과 고귀한 기품을 자랑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연뿌리가 담겨진 연못물은 옛부터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부병이나 신경통이 있는 이들은 연못가 수양버드나무 그늘에서 이 물로 멱물도 하고 발을 담그어 일광욕을 즐기기도 합니다. 머리를 감으면 창포물보다 좋다고 하여 단오제때 연 못물에 머리를 감기도 했다고 합니다.  연꽃차의 향을 즐기는 사람들은 꽃 한송이에 녹차 30g을 한지에 싸서 꽃심에다 넣어 종이끈으로 꽃잎을 오무려 살짝 묶어 둡니다.

꽃은 활짝 피지 않은 봉오리 꽃이 향기가 많습니다. 아침 일찍 거두어와 차봉지를 풀면
밤새 연향기를 머금은 차는 코를 어지럽힐 정도입니다.
꽃향기가 진하다 싶으면 다른 차와 섞기도 한답니다. 향이 진하면 차맛이 떨어집니다.

한지에 차를 싸서 꽃과 함께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 냉장실에 넣어둡니다.
하룻밤 지난 뒤 풀면 색다른 차가 됩니다.
연꽃차는 향기는 좋지만 축축한 것을 꺼리는 차의 성질 때문에 맛이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깨끗한 돌솥이나 무쇠 솥에 살짝 덖어 먹으면 차가 품고 있던 향기를 발산해 맛이 두 배가 됩니다.
그리고 남은 차는 냉동실에 보관하면 일년을 두어도 향기와 맛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합니다.

 

  

 

 

△ 닭장 위에 모여앉은 겁없는 참새떼.

 

미실란 안팎으로 먹을 것이 많다보니 이렇게 참새들이며, 구렁이들이 제 집 드나들 듯 한다는군요.

얼마전에는 1m50cm 정도 되는 구렁이가 나타나 연구대상으로 삼아볼까 하고 참새 몇 마리를 먹이로 던져줬다는 군요.

그런데 느릇느릿 하던 구렁이가 참새 나꿔챌 때는 잽싸더라는...

결국 도망갔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밖으로 나왔는데 바로 고추밭 앞에서 뱀 한마리를 스르르르...

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랍니다.

  

이 곳은 며칠전 모내기를 마친 논. 품종별로 이름표를 달아놨군요.   

  

 

자, 드디어 미실란의 심장부를 향해 들어갑니다.

 

 

 

 

 

 (주)미실란은 친환경 재배, 발아현미 수율,

GABA를 비롯한 기능성 성분, 이화학성분 및

식미 검정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분석해

농촌진흥청 브랜드인 고품벼, 수라벼, 새추청벼 등 Top-rice 품종과 설갱벼, 흑광벼, 적진주벼 및 큰눈벼 등 특수미 50여 후보품종을 선정, 고기능성 고품질 발아현미 상품을 개발해 국내 육성 품종의 우수성 홍보와 쌀 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여 각 품종의 고유 특성을 살린 품종브랜드를 출시, 최고의 명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뭔 말인지 통 모르시겠죠? 사실 퍼왔습니다.

쉽게 말씀 드리자면, 미실란에서는 유기농과 무농약 발아현미 12종을 가공 생산 판매하고 있는데요,

발아오색떡이라고 들어보셨을까나? 가래떡, 떡국떡, 절편, 꽃떡, 송편 등이 있고,

발아오색분말류도 있습니다. 미숫가루, 선식 등입니다.

또 발아오색냉면, 건면을 연구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아무리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만

으믹은 맛을 봐야 맛을 알겠죠. 당장 먹어봐야 겠습니다. 

 

 

 

▲ 우후~ 이게 뭔줄 아십니까? 볍씨 종자랍니다.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 처음 알았습니다.

미실란, 대단한 곳입니다.

 

  

 

 

▲ 미실란 내부의 실험실과 연구기자잽니다.

이거 기밀사항인데 누설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올립니다. 

 

우리딸 은산입니다.

복복이가 아프다는 걸 알고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만 가자고 하는데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익히고

또 세상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를 배운다는 생각입니다.

 

 

제 기억에도 어릴 때 키우던

염소며 토끼가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알려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미실란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미실란 뒤뜰에

이런 멋진 소나무가

있을 줄이야.

 

이런 나무,

어디 멋진 회장님댁

정원수로 딱 어울리지 않나요?

 

혹시 필요하신 분

미실란으로 연락주시랍니다,

 

 

 

 

 

 

 

  

 

소나무야 그렇다치고

아줌마의 관심은 당연히 고추밭으로 향합니다.

이렇게 탐스런 고추 보신 적 있수?

염치 불구하고 따 담았습니다.

같이 간 남편이 "어허, 뭔 짓인가? 꼭 아줌마 티를 내요."

말리는데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미실안의 회색 토끼 두마리와

어떤 할머니가 미실란에 기증한

흑토끼 두마리까지

모두 네 마리의 토끼를 데리고

돌아올 수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마냥 신나하지만

앞으로 토끼풀 뜯으러 다닐 일을 생각하니

깝깝합니다.

 

아,

그리고 소개를 안 드렸군요.

 

 

                                            ↑  이 분은 미실란 마케팅담당 황맹연 씹니다.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은 생각인 드는데

주윤발하고 같이 영화에서 뵌 분이 아닌가 하는...

 

 

'곡성에서의 한나절 2탄 ...섬진강에서 영산강의 치유책을 찾다' 를 정리중입니다.

개 봉 박 두!!!

 

PS 후기:

 

그리고 다음날...

 

채 7시도 되기 전에 일어난 딸들이 제 아빠를 조릅니다.

토끼 먹이 가져오라고...

 

투덜투덜 나가더니 아파트 화단에서 뜯어왔는지

콩잎 몇장을 가져옵니다.

이거 102호 할머니가 알면 난리납니다.

 

앞으로 동네 텃밭이나 화단에서 뭐가 없어졌다 하면 

범인 잡으러 멀리갈 것 없이 저희집으로 몰려오시면 됩니다.

 

 

물기가 있으면 안된다는 딸을 코치로

제 아빠랑 일일이 펴 말리는 저 정성...눈물납니다.

 

토끼들은 태어나서 처음 와 본 집에서 얼이 빠졌는지 얌전한 모습입니다.

흑토끼 녀석들이 벌써부터 말짓을 합니다.

어떻게 나왔는지 우리를 빠져나와 화분을 엉망으로 만들어놨습니다.

그래도 혼은 내지 않았습니다.

군대에서도 자대 배치 받고 처음 한동안은 얼차려 안 시킨다면서요?

 

 

 

 

섬진강에서

섬진강에서

둥둥둥 북소리에 끌려왔더니

섬진강은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종이처럼 얇고 깨끗하다 짐을 부리기 전인 데

이미 강이 됐는가 했더니 너는 물이 되어 흐른다

여기 저기서 길이 한자 두치 둘레 여덟치 북소리에

평생을 갇혀 산 김명환의 북소리가 가슴을 두드린다

나중엔 핏속으로 흘러들러 온몸을 죄기 시작한다

작설차에 젖은 오후 역마의 슬픈 사랑을 기억하는 매화가피기 시작한다

굽이굽이 주막이 있고 색시가 있고 은어회 맛내는 육자배기 가락이 있어

산수유꽃도 개나리 꽃도 가만있질 않는다 지나간 시간들이 밀려가고 있는 이곳

내가 너를 기다리는 오래 전부터 네가 기다린 곳은 이런 데가 아니었는가

비어 있으면 채우기가 쉬운 법인데 너에게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하동 화개 쌍계사 구례 곡성 남원 그리고 지리산이 목판화 되어

둥둥둥 떠나간다 둥둥둥 떠나간다
 

함동선 시
정영택 곡
테너 하석배
 피아노 손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