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같은 놈들을 묻어야 합니다"
◇ 지난 7일 남도에 들이닥친 집중호우로 양계장이 침수돼 닭 5만5천마리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나주시 남평읍 우산리 형시혜 씨 농장에서 8일 오전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하루아침에 꺼져버린 농민의 희망
“하늘이 한 일 원망한들 소용 있습니까?
남평읍 우산리 이장 형시혜 씨
“자식 같은 놈들을 한꺼번에 보내는 심정 어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눈앞이 캄캄하지요.”
지난 7일 쏟아진 폭우로 닭 5만5천마리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농민 형시혜(63)씨의 비탄에 잠긴 얘기다.
형 씨는 이튿날 도지사가 재해지역 순방을 온다는 말에 몰려든 기자들과 카메라 무리에 잠시 넋이 나간 듯 하더니 곧 정신을 가다듬고 뒷수습에 들어갔다.
우선 죽어있는 닭들을 중장비를 동원해 매몰지로 보내고, 축사에 차있는 흙더미를 치워내는 일이 급선무다.
이장으로서 평소 성실하게 마을일을 도맡아 왔던 그를 알기에 마을사람들이 너나없이 달려들어 거든다.
형 씨는 망연자실한 상태에서도 하늘을 원망하거나 당국에 시비를 걸지도 않는다.
“워낙 많은 비가 내리다 보니 배수로가 무용지물이 되고,
도로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을 막을 재간이 있겠습니까?
하늘이 한 일인데 뭐라 할 수도 없는 일이죠.
다만, 나주가 재해지역으로 지정이 돼서 재기하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된다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오랜 세월을 농사를 지어온 형 씨는 이미 크고 작은 재난에 대해서도 초월한 농부가 되어 이었다.
고향 부모의 소식을 듣고 객지에 나가있던 자식들이 속속 도착해 복구를 거들었다.
부천에 산다는 막내딸 혜정(31.오른쪽 사진)씨는 “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아버지에게 왜 이런 불행이 닥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이며 “그동안 부모덕으로 살아왔던 자식들이 이런 불행 앞에서 해드릴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플 뿐”이라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 일부 숨이 붙어있는 닭들도 이미 물에 한번 잠긴 이상 상품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 죽은 동료의 길을 따라야 한단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퍼득이는 닭들을 사지로 몰고 가는 농민들의 가슴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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