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FM에서 흘러 나온 노래 한 곡이 밤새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라벨의 볼레로 가락이 언듯 실린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세찬 빗소리에 이미 잠은 멀어진 상태, 새벽 여명을 느끼며 일어나 인터넷 창고를 뒤졌다. <다음>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자 <네이버>, <구글>, <야후>까지... 구석구석 뒤진 끝에 겨우 노래 제목과 가수를 알아냈다. '루퍼스 웨인라이트'라는 가수가 부르는 'Oh, What a World!'라고... 누구 올려 놓은 사람 없나 살펴도 나오지 않아 모처럼 마음 먹고 음악샾에서 구입하려니 했더니 음원도 없다. 겨우 동영상 하나가 떠돌아 다니고 있을 뿐이다. 고마운지고... 음악을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중학생 때 보았던 영화가 생각난다.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Bolero, Les Uns Et Les Autres) ‘남과 여’의 명장 끌로드 를르슈 감독이 세계적인 영화음악가인 프란시스 레이, 미셀 르그랑 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격동기(1936년 ~ 1960년)에 살았던 예술가들의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삶을 조명한 영화 아닌가. 극중에 소련에서 망명한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가 추던 춤과 노래는 지금도 생생하게 가슴 속에 피어오른다. 함께 가락을 노래하던 에디뜨 삐아프의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웠던 인생, 불멸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까지... 맨 아래 화면은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모리스 라벨 음악에 맞춰 루돌프 누레예프 역을 맡은 20세기의 독보적인 남성무용수이자 연기자이기도 하였던 조르쥬 돈(Jorge Donn, 아르헨티나, 1947~1992)과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20세기무용가 단원들이 춤을 추며, 음악가 자신의 지휘, 그리고 그들의 2세, 3세들의 노래로 클라이막스를 이루며 대서사시적인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 시절의 감동을 오늘 다시 한 번 느껴보는 건 재난상황 속에서 철없는 짓일까?
Oh, What a World!
Rufus Wainwright Men reading fashion magazines, Oh what a world it seems we live in Straight men Oh what a world we live in Why am I always on a plane or a fast train Oh what a world my parents gave me Always traveling but not in love Still I think I'm doing fine Wouldn't it be a lovely headline: "Life is Beautiful" on The New York Times Men reading fashion magazines, Oh what a world it seems we live in Straight men Oh what a world we live in Why am I always on a plane or a fast train Oh what a world my parents gave me Always traveling but not in love Still I think I'm doing fine Wouldn't it be a lovely headline: "Life is Beautiful" on The New York Times Oh what a world we live in Why am I always on a plane or a fast train Oh what a world my parents gave me Always traveling but not in love Still I think I'm doing fine Wouldn't it be a lovely headline: "Life is Beautiful"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Les Uns Et Les Autres, 1981' 어머니에게서 딸로,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그리고 손자에게로 다시 이어지는 이들 인생의 행로는 마치 하나의 테마로부터 갈라져 나온 변주곡을 연상시킨다. 다른 악기와 리듬으로 매번 새롭게 탄생되지만 그 뿌리를 이루는 멜로디의 자취는 결코 지울 수 없는. 끌로드 를르슈가 생각하는 인생의 원형은 음악의 속성과 닮아있다. 그 때문이었을까. 뮤지컬 영화가 아님에도 끌로드 감독은 영화에 사용될 음악 작업을 끝마친 뒤에야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의 촬영에 들어갔다. 그것도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와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이라는 당대의 프랑스 작곡가 두 명을 모두 데리고.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두 음악가의 손에서 탄생한 주옥같은 곡들은 다채로운 멜로디가 되어 영화 전편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비록 작곡은 프란시스 레이가, 편곡과 음악감독은 미셸 르그랑이 맡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의 공동작업은 협력이자 곧 경쟁이기도 했다. 유서깊은 폴리 베르제르 극장의 화려한 레뷔와 쇼를 위해 프란시스 레이가 카바레풍의 'Folies Bergeres'를 작곡했다면 그에 대해 미셸 르그랑은 아메리칸 스윙 재즈의 멜로디를 멋지게 재현한 'Serenade For Sarah'를 들려주고 있고, 영화의 테마곡 'Les Uns Et Les Autres'에 대해 미셸 르그랑은 'Un Parfum De Fin Du Monde'이라는 정적인 음률로 레이의 활기찬 선율에 화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특유의 멜랑콜리한 감성을 소유한 프란시스 레이의 감미로운 선율과 그 멜로디에 액센트와 방점을 찍는 미셸 르그랑의 기막힌 편곡 솜씨. 마치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처럼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서로 음악을 주고 받고 또 공유하는 두 음악가의 모습이 즐겁다. 프란시스 레이와 미셸 르그랑의 곡들이 세대와 사연에 따라 변주를 거듭하며 40여년의 시간을 따라 안느와 로베르 그리고 잭과 사라 글렌의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면, 발레와 자유를 좇아 프랑스로 망명한 세르게이와 '히틀러의 음악가'로 낙인찍힌 지휘자 칼의 가정을 둘러싸고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은 베토벤과 리스트, 브람스 그리고 쇼팽의 클래시컬한 선율에 실린다. 금세기 최고의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모리스 베자르Maurice Bejart가 짜낸 화려한 몸짓과 함께. 손과 발 그리고 몸짓으로 음악을 이야기하는 위대한 예술가의 뜨거운 인생이 눈으로 전해진다. 유니세프 자선 기금을 마련하기위해 파리의 토르카데오 광장에 열린 콘서트에서 영화는 마침내 절정에 이른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볼레로에 실려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갔던 네 가정과...
<다시듣고 싶은 영화 속 노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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