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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왜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by 호호^.^아줌마 2009. 8. 21.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서거하신 지 나흘째.

 

나는 솔직히 대통령으로서 김대중 보다

고난을 이기고 꿈을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로서,

또 통일운동이나 세계 평화에 대한 그의 사상적 깊이를 존경해왔기 때문에

가슴 깊은 애도를 느낀다.

 

기자라는 신분 때문에 바로 분향소로 달려가 추모객들의 표정을 살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서거 이틀째,

나주시공무원들과 민주당 나주지역위원회 당직자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도 조문객이 없다.

점심나절 다시 찾았다.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조문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하는 마음으로 퇴근 후 발길을 향했다.

 

결국은 부서별로 돌아가며 분향소를 지키는 공무원들과 상주역을 자처한 민주당 관계자들 외에

특별한(?) 장면을 잡을 수가 없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자신들의 사무실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길거리 추모음악제까지 벌이던

나주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아예 조문조차 한 흔적이 없다.

 

시국에 대해, 농민.농업정책에 대해 늘 현수막으로 나부끼던 그들 사무실 주변 역시

추모의 문구 하나 찾을 수 없이 깨끗하니 어찌된 일인가.

 

 

다시 가서 확인할 일이지만,

현재 직무정지 중인 신정훈 시장도

조문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신정훈 시장,

그는 농민운동가 출신 무소속 시장이다.

 

현재 공산면 화훼단지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직무정지 중인

가운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나주에서

내로라 하며 온통 지역사회를 주름잡던

시민단체들이 덩달아 침묵하고 있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그들의 침묵이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침묵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 걸까?

 

나주시가 시민회관에 분향소를 차린

이튿날 이광형 시장권한대행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조문을 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블로거들을 통해

그 지역의 국장 분위기를 속속 읽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 아닌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오는 얘기가 국장치고는 너무도 초라하다는 것이다.

 

서울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민주당 중진의원인 이미경 의원 지역구라고 한다.

 

그곳에 사는 분이 동네 한 병원앞에 차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 다녀왔단다.


이미경 의원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는데

신호등을 사이에 둔 빈소가 왜 그리 초라하던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오두막집을 연상케 할만큼 초라한 빈소를 차마 찍지 못했다 한다.

 

그러면서 그 분이 그랬다.

지구당에 돈이 좀 없었나...
지난 번 고양시 가라뫼공원에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에 갔었는데, 그 곳은 좀 번듯했었다고...

                                                                                                                     

민주당 나주지역위원회 당직자들과

소속 나주시의원들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무소속 시의원들은 사흘째 되는 날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국장이 결정되기 전에 설치된 분향소>

 

대통령 김대중,

그는 죽어서도 외롭다.

 

집권당은 자기 당이 아니라서,

혹여, 그가 추앙받는 것이

현 집권당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까 두려워서 침묵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나주에서는 왜일까? 

적어도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금자탑을 쌓은 민주주의 신봉자, 통일운동의 선봉장 아니던가?

 

굳이 호남대통령이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가 있음으로 인해서 소위 민주세력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독재의 서슬 퍼런 시대를 뛰어넘어 

민주주의를 목청 높여 노래하고, 또 통일을 향한 염원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를 맛 보지 않았던가?

                                                                                                         

그런 대통령에 대한 나주 시민사회의 예우가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서글퍼진다.

  

 

나주의 동쪽끝 동강면 직원들이 조문을 왔다. 민주당 당직자들이 상주를 자처했다.

전국적으로 조문객 현황파악이 이뤄지다 보니 실적 때문에,

아니 굳이 그런 이유만은 아니라 할지라도 공무원들이 돌아가며 조문을 하고 있다.

  

추모객들이 남긴 메시지

 

 

5.18민주유공자동지회 고귀석 회장의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남평에서 온 이 분도...

 

 

아마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이 함께 분향소를 찾은 모양이다.

김대중을 모르는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역사에 기록된 김대중 대통령을 직접 추모했다는 기억이 새로우리라.

 

 

 

꽃 속에 미소 짓고 있는 지금 당신의 모습과 함께

모진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고난받던 그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나흘째 되는 21일 저녁에 분향소를 다시 찾았다.

나주가 원래 그런 곳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찾아오기를 잘했다.

 

 

가족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두 아들과 아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영석(43.성북동)씨네 가족.

김영석 씨는 상복까지 갖춰 입었다.

아들들에게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서 함께 왔단다.

 

 

 

저녁을 먹고 동네 어머니들도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기독교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분들.

 

 

노안에서 오신 할아버지.

 

 

발을 다친 어린 딸까지 추모의 예를 갖췄다.

 

 

직장을 따라 작년에 부산에서 이사를 왔다는 이진욱(37.주식회사 켐포트 근무)씨 가족.

올해들어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까지,

세상의 큰 어른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난 것이 못내 안타까워 분향소를 찾았다.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지도자들이 떠났으니 이젠 누구를 바라봐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란다. 

광주 옛 전남도청 앞 분향소를 찾으려다가 나주에도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고...  

 

 

세배하는 날도 아닌데 절을 하는 것이 이상해

주변을 쳐다보는 네살바기 주원이도

먼 훗날 자신이 찾아뵌 분이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대중 대통령이었임을 알고

감회가 새로우리라.

 

 분향하는 모녀

 

 

 

추모하는 방식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일 것이다.

 

 

"우리의 대통령 보고 싶습니다."

"대통령 할아버지 평안하십시오."

짤막한 저 문구에 담긴 뜻을 살아가면서 알게 되길...  

 

 

어린 초등학생에서부터 촌로에 이르기까지

남긴 뜻은 짤막하지만 추모의 정은 깊어보입니다. 

 

대통령께서 마지막까지

원하셨던 뜻은 화해와 화합의 의미를

이제는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