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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기획…시민자치로 가는 지름길 ‘주민참여예산제도’

by 호호^.^아줌마 2009. 9. 14.

기획…시민자치로 가는 지름길 ‘주민참여예산제도’


주민참여예산, 법적 의무사항 아니지만 지방자치 ‘옥동자’

 

폭넓은 여론수렴으로 특정 단체·계층 쏠림현상 극복해야

 

 

나주시가 내년도 예산편성을 앞두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일거리’ 공모에 나섰다.

내용은 바로 시민들이 직접 사업과 예산을 정하는 ‘주민참여예산’사업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은 법적으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집행부의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 일부를 지역민들에게 돌려주는 제도로서, 지방자치가 정치·행정적인 지방자치에서 시민자치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민들에게 인식에 덜 돼 있는 탓에 지역 주민자치위원들과 이·통장, 그리고 몇몇 시민단체에 의해 주도되는 인상을 안겨주고 있다.

시행 2년째를 앞두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의미와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지방재정 민주주의의 실현

 

내년도 예산편성을 앞두고 나주시는 지난 10일까지 한 달 동안 19개 읍면동을 순회하며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에 따른 교육을 실시했다.

직접 강사로 나선 나주시 기획홍보실 최기복 실장<오른쪽 사진>은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14년째를 맞아 정치적인 지방자치와 행정적인 지방자치는 어느 정도 인식이 확산된 반면, 시민자치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최 실장은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행정의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일정 부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제도로서 나주시는 올해 예산부터 이 제도를 통해 시민자치시대의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지난 2002년 11월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준비해왔다. 5년에 걸친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2007년 조례 및 시행규칙이 마련되고 지난해 6월 80명을 위원으로 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꾸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각 지역 주민자치위원과 이·통장, 몇몇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돼서 읍면동별로 지역회의가 구성되고 주민참여예산연구회도 별도의 조직으로 조직돼 있다.


◇ 주민참여예산제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참여예산제도는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치적 과정이자 거버넌스 행위로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반영결과 그 자체보다는 과정의 합리성과 합목적성이 요구된다.

예산은 곧 지방자치단체가 표방하는 정책의 표현이며, 예산의 배분과정은 곧 정치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우선순위와 주요 사업을 결정할 때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반영 결과보다는 반영과정에서 주민들이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는지, 어느 정도 활발한 논의과정을 거쳤는지, 예산 배분과정에서 기계적인 배분이 아니라 타협과 양보의 과정이 있었는지, 공무원들의 수용태세는 어떠하였는지, 주민들과 공무원들 간의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주민들의 역량 및 시민사회의 성장 촉진 기대


주민들이 참여예산제도에 참여하는 것은 다양한 공익적 요구와 견해를 예산배분이라는 정치과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주민 입장에서 볼 때 개인의 이익을 초월해 특정집단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경우 이를 모두 공익적 사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공익과 지역이기주의가 혼재하여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

더욱이 참여예산제도가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의견 수렴’기능의 확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 만큼 이 제도의 초기과정에서 지역이기주의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며 오히려 자신과 이웃의 이익 실현이  라는 동네의 숙원사업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통해 참여예산제도의 실효성과 긍정적 측면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참여예산제도는 동네의 영역을 벗어나 자치단체 전역을 사고하게 되고, 당장의 이익 실현보다는 중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기 이해서는 다향한 시민사회의 참여가 요구된다.

 

나주시 주민참여예산 연간 300억원 웃돌아

학교 무상급식 지원 등 쟁점으로 떠오를 듯


◇ 의회 역할과 기능 보완하는 방향으로


아울러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참여민주주의의 실행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집행부와 지방의회로 구분되는 대립형 구조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구조에서 예산편성은 집행부에 있고, 의결 및 결산은 의회의 권한으로 분산되어 있다.

외형적으로는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되어 있으나 상대적으로 행정부의 권한이 강한 정치적 전통      과 지방자치제도에 의해 의회의 권능은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의회의 역할에 대해서 견제기구로서의 성격이 과도하게 강조되면서 정책생산기능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어 집행부와의 정책경쟁에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 전체의 사업과 전체 구성원을 위한 공익의 실현보다는 해당 지역구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려는 지역이기주의적 경향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지방재정의 효율적 운영을 제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의회의 정책생산기능의 한계, 견제기능의 한계, 지역이기주의적 경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는데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인식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지방의회가 예산심의 과정이 충분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주민에 의한 사전적 심의는 의회 기능을 보완하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또한 다양한 지역사회의 현안이나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주민참여예산제의 기능이 있다.

따라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대의기관인 의회의 기능적 취약성과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참여민주주의의 실행 수단으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정책실패 최소화 하는 여과장치로서 기능


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합리적 정책결정과정을 견인하는 한편, 정책실패를 최소화하는 유력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선거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시된 공약이라 할지라도 이를 추진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고, 공약 여부에 관계없이 임기를 의식하여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실현하기 용이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강해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나주시의 참여예산제도는 제도적 보완보다는 주민들의 참여의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재정법에 의해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모범사례를 창출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록 지방재정법에 참여예산제도의 근거를 확보하였지만 취약하고, 중앙정부의 표준조례도 미숙하거나 여전히 관주도의 제도운영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참여예산제도의 정착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창의적 발상과 적극적 참여를 바탕으로 모범사례가 창출되고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공유하는 비율이 늘어날 경우 법률의 개정, 곧 입법을 선도하는 역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 참여예산, 주민숙원사업 수준 벗어나야


나주시는 그동안 반쪽으로 운영했던 주민참여예산편성을 예산학교 운영, 주민총회와 지역회의를 통한 의견수렴, 실단과 검토,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의, 예산협의회 조정 등의 절차를 거쳐 예산에 반영함으로서 어느 정도 기틀은 마련됐다.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으로 2009년 본예산에 28건 41억원을 반영시킴으로써, 2008년 12건 1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활성화시키고 정착시키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오른쪽 표 참조>

하지만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는 사업이 많아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었으며, 효과도 반감되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시민.사회.직능단체 의견을 비롯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접수(서면, 인터넷) 및 심의방법이 미흡하여, 전 시민의 삶의질 향상과 장기적인 차원의 정책이나 시책사업 발굴이 되지 못했다.

이 제도를 활성화 시키고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시행방법, 절차, 내용 등에 있어서 일반시민은 물론이고 지역회의, 예산위원회 등 참여자들에게 정확한 방향설정이 되지 않아 의욕적으로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많은 문제점이 도출됐다.

그러다 보니 나주시의 발전과 주민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시책사업 신청은 적고 대부분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는 사업이 많아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주민총회 및 지역회의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주민참여예산제가 시민자치를 실현하는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관주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 내년도 예산편성 참여하고 싶다면


나주시는 한 달 동안의 일정으로 지난 10일까지 19개 읍면동을 순회하며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아울러 서면과 인터넷, 방문, 전화 등을 통해서도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시는 이달 말까지 일반시민과 읍면동 단위로 조직된 지역회의위원, 시민.사회.직능단체 명의의 건의서를 취합, 분과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워크숍을 개최해 건의의견에 대한 사전검토를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역단위에서 올라오는 요구사항들이 대부분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이라는 점을 감안, 읍면동별로 지역회의 개최를 개최한 뒤 주민숙원사업을 확정하고 해당 사업 실단과별로 타당성 검토를 할 예정이다.

따라서 나주시 예산에 주민의 입장에서 사업을 추진해 보고 싶다면 이달말까지 의견을 제출하면 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은데다 실질적으로 주민참여예산에 관여하는 시민단체들이 지역별 주민자치위원들과 나주사랑시민회, 농민회 등 몇몇 단체에 한정돼 있어 결국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최근 나주지역 일부 정치권과 노동단체, 시민단체, 학부모단체 등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학교급식을 전면 무상급식으로 확대하려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내년 본예산에 15억원 정도만 편성된다면 동지역 초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주민참여예산으로 반영한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나주시는 다음달에 각 분과위원회별로 주민참여예산 건의사업에 대한 심의를 한 뒤 11월에 주민참여예산협의회를 개최해 이에 대한 최종심의.조정을 하고 내년 본예산안에 이를 편성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