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에 2009년이 저물어 간다.
생계만 아니라면 저 눈 속 어느 깊숙한 골짜기 아담한 오두막에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모험을 감행해 보고픈 그런 충동마저 이는...
하지만 내 주제에 무슨...
점심나절 사무실 주변을 어슬렁 거려본다.
눈 쌓인 南坡古宅, 눈 속에 더욱 붉게 빛나는 피라칸사...
눈을 즐기는 또 다른 꼬맹이들
짐짓 무표정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저 녀석은...
손에 든 눈뭉치가 예사롭지 않은데...
헉~
저 미소의 의미는 무엇일까?
설마 나한테?
야, 임마! 카메라 다쳐!
휴~
표적이 다른 데 있었군.
기어이 쫓아가 한방 먹이고 오는...
2009년도 마지막 점심은 고기반찬이닷.
맘껏 먹어라 했더니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또 한 그릇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하는 이가
따로 있었네.
"집이는 굶고 사요?"
"마누라가 아침밥을 안 차려준디 어쩔 것이오."
"아침밥 안 묵는 것이 결혼공약이었담서라우. 어디 각서도 있다든디..."
"10년이 지났응께 시효 끝난 거 아녀?
내 새해소망이 뭔줄 아쇼?
마누라가 차려주는 아침밥 묵고 출근좀 해봤으면 좋~겄소."
"때론 이뤄지기 어려운 소망도 있답디다만, 한번 간절히 빌어보쇼."
"엄마도 언능 먹어."
"그려."
천사처럼 날다
눈 위에 누워 팔다리 파닥이며...
엄마, 우리가 날고 있어!!!
야~ 새집이다.
저기 새집이야.
새들이 추워서 못 나오나봐.
네 작은 모습 힘에 겨워 아픔의 눈물 흘릴 때
너 고개 들어 날 불러봐 그곳에 나 서 있을께
힘들고 험한 이 세상이 너를 멍들고 지치게 할 때면
나에게 기대어 쉴 수 있는 너의 작은 어깨가 되어줄게
세상이 너를 외면하고 널 비웃고 조롱할 때에
나의 두 팔로 너를 안아 영원히 널 지켜주겠어
너 걱정 하지마 두려워마 부딪치는 고통 속에서
이렇게 나의 두 팔로 너를 안고 온몸으로 널 감싸줄꺼야
저 하늘의 별이 꺼져가고 세상이 어두워질 때
나의 사랑의 불을 밝혀 영원히 널 비쳐주겠어
눈 속에 한가한 농가의 모습(나주시 산포면에서)
눈 속에 한해가 꼴딱 넘어간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사무실을 나서니
댕~~~~
댕~~~~
댕~~~~
다보사에서 울려퍼지는 제야의 종소리가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오고 있음을 일러준다.
얼어붙은 자동차를 세워두고
꽁꽁 얼어붙은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 내내
종소리는 나즉히 말한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원망이며 미련일랑 떨쳐버리고
새해 새날을 맞이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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