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의회 18일 동안의 파행 10분 만에 ‘땅!땅!땅!’
예결위원장은 민주당, 스포츠타운 예산은 반타작
나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무려 18일 동안의 파행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긴 채 2009년도 정리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전날 밤샘대치 끝에 협상안을 마련한 예결위원들은 31일 오전 11시 회의를 열어 위원장 및 간사 선출과 추경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했다.
예결위원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무소속 박종관 의원이 임시위원장은 맡아 위원장 선출에 들어가자 김성재 의원(무소속)의 추천으로 김종운 의원(민주당,오른쪽 사진)을 위원장에 선출했다.
이어서 박영자 의원(민주당)의 추천으로 박종관 의원(무소속)을 간사에 선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분이었다.
아울러 채 5분도 되지 않아 제3차 추경예산안 심사도 마무리됐다.
당초 스포츠센터 건립 예산 148억2천만원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주당 의원들과 전액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무소속 의원들이 63억2천만원을 삭감하는 데 합의, 이를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어 11시 50분에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은 예결위의 이같은 삭감내용을 골자로 한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역시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집행부가 이번 스포츠타운 예산과 관련해서 이미 사업비를 집행했다는 소문과 이로 인해 시 금고가 바닥상태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어 자칫 이 문제가 ‘제2의 공산면 화훼단지’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나주시의회 파행 17일째 14시간의 여정
30~31일 의원·시민단체·공무원들까지 뜬눈으로 밤샘
◇시의회 예산 파행에 항의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의장실에서 강인규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구랍 29일 ‘나주시의회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시의회를 찾아와 30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통첩을 하고 갔으나 의회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민주당 김세곤 의원과 무소속 홍철식 의원이 대표로 이견을 조율해왔지만 서로 평행선만 달리기를 수차례.
30일 10시에 예정됐던 본회의는 오후로 연기됐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민단체가 오후 5시께 의회를 다시 방문해 예산안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3층 소회의실을 차지했다.
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의견조율이 된 것 같다”고 귀띔했지만 예산 삭감 폭과 관련해 또다시 절충안 실패.
밤 9시30분께 시민단체 회원들은 의장실을 방문했다. 몇몇 회원들은 3층 소회의실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며 술잔이 오갔다.
의장실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민주당 청년당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시민단체 회원 안 모 씨는 “집행부 사과문을 핑계로 예산 처리시한을 넘기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고 정 모 씨는 “예산심사는 의회 고유권한이니만큼 정당한 집행을 요구할 수 있다”며 “시민단체로서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노 모씨는 “나주시민의 빚을 내서 체육행사 하라는 시민단체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따지자 시민단체의 이 모 씨는 “나주 망해도 좋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해 사태의 심각성을 촉발시켰다.
서로 언성을 높이며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간 상황에서 강인규 의장과 홍철식 부의장의 중재로 일단 설전은 마무리됐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의 음주와 관련해 홍철식 부의장은 자리를 뜨면서 “술 드신 분은 대화에 도움이 안 된다”며 “돌아가 기다리고 계시라”고 한마디 던졌다.
밤 11시가 넘도록 합의가 도출되지 않자 11시 30분께 본회의를 열어 회기를 하루 연장했다.
김세곤 운영위원장과 홍철식 부의장은 새벽 4시까지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결국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새벽 5시에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예결위원들 역시 새벽 5시무렵까지 예산안을 심의했지만 서로의 의견차가 커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다시 흩어졌다.
민주당 대 무소속 파행 책임 떠넘기기 ‘성명전’
민주당 “위법한 예산 삭감하지 말라니 말 되나?”
무소속 “스포츠타운 예산 삭감 도민체전 어렵다”
예산안 심사를 놓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나주시의회 민주당과 무소속은 잇달아 성명서를 발표하며 시민사회의 비난여론 잠재우기에 부심했다.
먼저 포문을 연 무소속 홍철식 의원<오르쪽 사진>은 “지난 10월 집행부의 의원설명회에서 지방채발행 및 운영계획 따라 148억 2천만원의 교부세 감액분은 체육시설 사업 등에 포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홍철식 의원 “민주당 의원들이 지방채 발행 목적과 다르게 예산이 편성됐다는 이유로 종합 스포츠타운 건설 예산 148억 2천만원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며 “이렇게 되면 2012년 전라남도 도민체전의 개최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무소속의원들은 종합스포츠타운 관련 예산 148억원 회기내 처리 상임위에서 삭감된 국 도비 보조금 사업의 삭감 철회를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왼쪽 사진>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체전 개최를 위해 스포츠타운 건설사 업에 313억 2천만원을 배정하자는 무소속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 시의회가 승인한 지방채 313억 2천만원 중 148억 2천만원은 당시 7개 민생 사업을 목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했다.”며 지난 10월 집행부가 시의회에 제출한 2009년 지방채 발행 계획안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민주당의원들은 “중앙 투융자 심사위원회의 승인조건인 국비 추가확보 방안, 사업규모 축소를 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합스포츠 타운 예산을 무리하게 편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측은 “이번 정리추경 313억 2천만원 전액을 일괄 집행하게 되어 있다.”며 “지방 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집행은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려는 의심이 든다.”며 집행부와 시공사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의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집행부의 위법 부당한 예산 편성에 대해 예산심의를 통해 이를 반드시 바로 잡고, 시민의 혈세인 예산을 아껴 쓰기 위해서 예산심사와 승인에 관한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나주시의회 정상화 촉구 나주시민대책위도 성명을 내고 “당리당략적 의정활동을 중단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시민중심의 예산심의에 즉각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집행부 예산 촉구 “유감입니다”
이광형 나주시장권한대행 본회의에서 밝혀
이광형 시장권한대행을 비롯한 집행부 간부 공무원들이 시의회의 추경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한 대해 의원들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이 권한대행은 “조속한 예산안 처리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깊은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어렵게 편성된 예산안이 가급적 원만하게 의결되기를 바라는 공무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충정을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발표내용 중 ‘자기당착적인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표현과 ‘하루빨리 원안대로 꼭 통과되어야 한다’는 등의 표현에 대해 시정의 책임자로서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었지만 의회의 고유권한과 자존심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며 의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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