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시 강동면에 정동진(正東津)이 있다면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에는 정남진(正南津)이 있다.
북에는 중강진, 동에는 정동진, 남에는 정남진!
정동진<위 사진>은 조선시대에 한양의 광화문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쭉 내닫다 바다와 맞닥뜨리는 나루라는 뜻으로, 구전문학형식으로 유래된 지명이다.
정동진은 그 당시 위도와 경도의 개념이 없이 말을 타고 가든지, 걸어서 가든지, 우마차를 이용해서 가든지,
아무튼 그냥 무작정 동쪽을 향해서 똑바로 달려가다 보면 육지의 끝에 다다른 나루였다.
정동진이 있다면 정서진, 정남진도 있을 터,
호호가족, 오늘 모처럼 풀린 날씨를 따라 정남진 답사에 나섰다.
서울을 중심으로 정북쪽 방향의 가장 추운 지방이 중강진이라 했으니
정남쪽에는 가장 따뜻한 지방이 정남진이겠군.
가자, 따뜻한 남쪽나라 정남진을 향해!!!
무작정 네비 양에게 "정남진까지 부탁해!" 지시해 놓고 출발한 지 한 시간여 만에 장흥에 들어섰다.
오~~ 산세가 보통이 아닌데...
여길까나?
정남진이라는 이정표도 있고하니 일단 한번 들어가 보자.
정남진이다!
정남진은 국토지리정보원이 밝힌 경도 126도 59분, 위도 34도 32분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수평선 동쪽 약 20㎞ 지점에 고흥반도 소록도와 아름다운 섬으로 유명한 완도군 금당도(꽃섬) 등
바다가 훤히 바라다 보이는 해변이다.
그런데 자료에 나와있는 바로는 정남진이 관산읍 신동리라 했는데,
이 곳은 용산면 남포마을이다.
이유는 아래 표지석을 읽어보시라.
정남진 표지석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영화 '축제' 표지석이다.
2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뼈를 묻은 장흥의 얼굴 이청준 선생.
임권택 감독이 그의 소설 '축제'를 영화로 만들었던,
바로 그 배경마을이자, 촬영 현장이다.
남포마을 앞 전경.
바닷물이 빠진 갯벌이 한가롭다.
빈 배만 물 들어올 시간을 기다린다.
마을 주민들의 석화공동작업장이다.
바닷물이 닿지 않는 갯벌 안쪽에 비닐로 차양막을 만들어
잡아온 석화를 까고 있다.
어느 일터에나 좌중의 흥을 돋우는 감초가 있기 마련.
빨간바지 아주머니가 하라는 일은 안 하시고
(장소팔) 고춘자 만담을 하고 계신다.
“장소팔이가 왜 장소팔인지 아남?
소팔이 아버지가 외양간에 메어놓았던 소를 끌고 장으로 팔러 나가셨는데
그때를 못 참고 소팔이가 '응앵'하고 이 세상밖에 나왔대.
그래서 소팔이 아버지가 장으로 소 팔러 간 사이에 나온 놈이라 해서 장소팔이라 한 거야.
고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내가 바로 장소팔이의 숨겨놓은 여인이었거덩...
크하하하하하하핫”
"아주머니, 오늘 많이 하셨어요?"
"하루죙일 까봐야 한 보시기도 안 나와?"
"추운데 힘드시겠어요."
"구들장에 죙일 이불 뒤집어쓰고 뒹글거리느니 일거리 삼아서 하는 거여. 한 입 잡숴 봐"
"예.....흐음~~~ 짭조름한 갯맛이 그대로네요."
"감서 만원어치 사가. 떡국 끓여묵으믄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는디..."
"그래요. 많이 주세요."
종일 쪼그리고 앉아 갈고리질 하시는데
어찌 힘들지 않으랴.
삶이 고달퍼서든, 가르칠 자식이 아직 남아 있어서든,
어머니들은 저 산더미 같이 쌓인 석화랑 씨름을 하신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남포마을 소등섬이다.
썰물때라 마치 길이 열렸다.
가보자!
해변의 여인들!
사실은 저희가요, 인어족 공주들이랍니다.
호호공주가 인간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파문 당하고
지금 잠시 사람 행세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인어랍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벌거벗고 있는 그 인어상 있죠?
걔 사실은 우리랑 잘 아는 애랍니다.
오늘 소등섬은 저희 인어모녀가 접수할랍니다.
소등섬 전설
오~ 우리딸 폼좀 나는데...
게를 잡는다 뛰어들었는데
게들이 방학해서 다들 놀러갔나...
실망하는 딸!
정남진의 저녁은 일찍 들이닥친다.
막 4시가 넘었는데 벌써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뉘엿뉘엿 넘어가의 해.
정남진 가까이에는 삼산 방조제를 비롯해서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으로부터 명량대첩 과정에 이르는 호국역사의 마당인 회진(1종항)과 회령진,
도립공원 천관산과 천관산 문학공원, 고려 인종왕비이자 의종·명종·신종의 어머니로서
장흥이란 지명을 낳게 한 공예태후 임씨의 탄생지,
그리고 방촌 문화마을과 지석묘 군, 영화 <축제>의 촬영지로 해맞이 행사가 일품인
남포 소등섬, 안양 수문의 해수탕 등 해안 주변에 관광자원이 많다.
또 이 일대 해안마을들은 해마다 키조개 축제, 갯장어 축제, 개매기 체험행사 등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앗, 그리고 이곳이 정남진이라면 정서진도 있을 터인데 그곳은 어딜까?
정서진은 다음을 기약하며 정남진의 겨울 별미 석화구이 먹으러 후다닥~~~
직접 장작불에 석화를 구워 먹는 맛이
끝내줍니다.
촌스런 딸들은 군고구마맛이 더 구미가 당기나 봅니다.
타닥타닥...
장작불이 내뿜는 연기에
켈렉켈렉...
눈물콧물 다 쏟을 즈음
'퍽! 피익~~~'
석쇠 위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난다.
"나 다 익었어유! 잡숴유!!" 하는 신호다.
아잉~~ 자갸~ 한 입만!!!
충성!!!!
애들은 애들끼리 통하나 봅니다.
처음보는 애들끼리 잘도 놉니다.
돌아나오는 길에 정남진토요시장에 들러
한우직매장에서 고기를 산 뒤
식당에 들러 궈먹는다.
여덟명이 부채살과 꽃등심을 구워먹고
매생이와 석화를 넣어 끓인 떡국으로 입가심을 하는데
채 10만원이 들지 않는다.
오늘 호호남편 평생에 없는 과소비 한번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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