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려 하늘도 땅도 촉촉해진 남도.
아침나절 밖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문 열고 나가보니
사무실 뒤 팽나무에 깃든 까치집에서 까치가 수다를 떨고 있다.
춘치자명(春雉自鳴)이라 했던가?
봄이 오면 꿩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운다 했다.
그런데 어럽쇼?
저건 까치가 아닌가?
"야, 이 자발 없는 녀석아, 네 분수도 모르고 울어대고 있는게냐?"
"그거이 아녀요, 아줌마. 모르면 가만 계셔요."
"내 말은 지금 이거이 봄비가 아니고 겨울비란 말이다.
괜히 비 맞으면서 깍깍대면 너만 오해받는다 이 말이다."
"아줌만 춘작희보(春鵲喜報)란 말도 모르요?
겨울비던 봄비던 내가 울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기쁜 소식이 들린다...
이 말씀이외다."
"아하~ 그런 뜻이 있었더냐? 그나저나 고놈의 까치 모르는 문자가 없네?"
한참 까치와 수작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또 한 마리가 날아들어오는 것이었다.
"뭣이여? 뭔 일 났어?"
"아, 저 아짐이 무담시 와서는 나한테 봄도 아닌디 울고 있다고 지청구지 뭐유?"
"그려? 아줌마, 뭣땀시 우리 각시한테 시비요 시비는?"
"아니~~ 내 말은... 비까정 오는데 그라고 있다가 감기라도 덜컥 걸리믄 어쩔라냐...이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뿐이지."
"남의 집 가정사에 참견하지 말고 아줌마 일이나 보슈."
'하참~~고놈의 까치들 안팎으로 까칠하시.'
되돌아온 척 하면서 가만히 동태를 살펴보니
부부가 뭐라뭐라 수근거리는가 싶더니
방금 들어왔던 녀석은 역마살이 도졌는지 어쨌는지 다시 휑~하니 날아가버리고 한 마리만 남아 부산나게 움직인다.
한번 호기심이 발동하면 호락호락 넘어가지 못하는 호호아짐,
카메라 줌을 바짝 당겨 동태를 살펴보니
입에다 뭘 물고 있는 게 보인다.
저게 뭐지?
또 물어보러 갔다간 경을 칠 것이고, 가만히 살펴보니...
집 앞에서 옆으로, 옆에서 뒤로...
안팎으로 드나들며 부지런히 나뭇가지를 들었다 놨다 한다.
아하~~
집수리를 하고 있나 보구나.
까치는 원래 한겨울에 집을 짓는다고 한다.
모진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함이란다.
그래야 봄날 새끼를 낳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는
자연에서 터득한 생존의 법칙이리라.
아직 채 겨울이 끝나지 않았는데,
겨울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데 저렇듯 집단장에 나선 까치를 보니 내 사는 모습이 부끄럽다.
무슨 일이든 쉬운 일, 좋은 일부터 찾아나서는 못된 요령만으로 살아가는 40대 인생 아닌가?
사람들 사는 세상도 엇비슷하다.
사람들이 지은 집은 느닷없이 무너지기 일쑤고, 다리도 무너지고, 백화점도 무너진다.
대충 눈속임으로 일처리를 하는 대가가 아니겠는가.
바람이 거세진다.
그럴수록 까치집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둥지가 바람을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밤, 집단장을 마친 까치부부는 행복한 봄날을 꿈꾸며 둥지에 깃들 것이다.
2월엔 봄까치꽃이 핀다했으니
양지녘 어딘가에 피어있을 봄까치꽃이나 찾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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