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근처 떡방앗간이 하루종일 붑빕니다.
내일 모레 설을 앞두고 떡 하는 사람들로 종일 북새통입니다.
오전 11시 무렵, 오후 4~5시 무렵이면
고소한 떡냄새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끝내 오늘은 방앗간 주변을 어슬렁거려 봅니다.
흥일방아간은 꽤 오래된 방앗간입니다.
80년대 두 자리수 전화번호 국번을 쓰고 있습니다.
인상 좋은 할머니 한 분이 방앗간 평상에서 떡을 기다립니다.
송월동 솔개마을에서 오신 곽영례 할머니십니다.
올해 연세가 아흔이시라는데 손수 떡을 하십니다.
명절 떡을 준비하시는 건
일흔 넘은 며느리한테도 안 넘겨주신 당신만의 자부심입니다.
쌀을 빻고 찌고 치고 뽑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이 곳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집니다.
왠만한 주부들이라면
방앗간에서 미리 빼놓은 떡국떡을 사든지,
마트에서 삽니다.
저는 교회에서 샀습니다.
평상시에는 별거 아니어 보이는 저 가래떡이
지금 이 순간에는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떡 좀 잡솨 봐."
하시는 아주머니 말씀에 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지금은 작고 낡고 초라한 기계들이지만
한 때는 나주 제일의 떡방앗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돈벌어 아들, 딸 대학 가르치고
시집장가 보냈습니다.
순서가 한참이나 남은 곽영례 할머니,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떡이 젖을 새라
비닐 몇 장을 손에 꽉 쥐고 계십니다.
"할머니, 집에 어떻게 가실라고요?"
"아들이 델러 온다했어. 그냥 혼자 싸목싸목 걸어가도 된디 델러 온담만."
그 아들 참 효자십니다.
전화기도 참...
김연아폰이니 스파트폰이니
첨단을 구가하는 통신시설 앞에서
꿋꿋하게 구(舊)테를 자랑합니다.
아직까지는 전화기 소리도 우렁찹니다.
떼르르르르르르릉
떼르르르르르르릉
.
.
"아, 여보세요?"
"네, 누구십니까?"
"예, 손님입니다만, 무슨 일로..."
"아, 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요."
"예,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설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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