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주사람들

글그림화가 거람 김반석님과 친구들 나주 방문기

by 호호^.^아줌마 2010. 4. 22.

 

6백년 수령의 고목에 새순이 돋았다.

나주향교 대성전 뜰을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 

길고 험한 세월에 중심가지 몇 개가 싹뚝 잘려져 나가고,

병들어 도려내진 그 공허한 속을 인공의 물질로 채워두었는데

봄기운에 새잎이 돋아나 올해 또 나이테 하나를 더 두르게 됐다.

  

 

나주시 교동 주택가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나주향교는

아직도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듯 고색창연한 돌담과 주변 가옥들로 인해

천년목사고을 나주의 역사와 전통을 말해주는 대표문화재다. 

  

 

 

나주향교 대성전 뜰 은행나무 옆에 서 있는 호두나무가지에도

붉으스름한 빛이 감도는 연둣빛 새순이 돋았다.

호두나무 새순이 이런 모양인 것을 처음 보았다.

 

새순 나고 처음 찾은 나주향교,

멀리서 나주를 찾는 귀한 분들이 계셔서

이 곳에서 만나자 했다.

  

 

 글그림화가 거람 김반석님과 친구들 나주 방문기

 

블로그를 통해 몇 번 인사를 나눈 적 있는

거람 김반석(金磻石) 선생이 남도여행길에 올랐다.

 

다시면에서 천연염색공방을 하시는 곰~녀 신문순 님과 

인연이 닿아 그 첫여행지로 나주를 꼽았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람 김반석 님에 대해서 간단히 귀띔을 해드리자면,

나이는(오른쪽 →→) 보신대로, 느끼신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동문(부산상고)이시라는데,

전공을 살려 제일은행에 입사할 즈음,

 “딱 쉰 살까지만 다니고 제2의 인생을 살자”

결심했는데 때마침 IMF가 닥쳐서 물 흐르듯

24년 은행원 생활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한다.

이런 경우를 두고 ‘울고 싶을 때 비온다’고 하나?


암튼, 그렇게 해서 지난 2003년 여름 울산에 반석갤러리를 개관하고

지금까지 쭈욱~ 글그림작업에 매진하고 계시다 한다.

그동안 열 번의 개인전을 열고, 세 권의 시집을 냈다.

 

1999-봄 / 사람속에 산이있다

2000-봄 / 당신이 오심은 우연이지만 마음을 나눔은 영원입니다

2003 - 봄 / 지금 당신의 생각이 당신의 얼굴이 됩니다


아울러 그림과 시를 모아 시화전까지, 거기에 수상경력도 솔찬하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주최 제1회/한글 문화상품·아이디어 공모전/ 좋은상 수상(2005.10.9)

(작품명 - 강강수월래, 치마저고리, 소리, 오리)


제2회/한글 문화상품·아이디어 공모전/ 좋은상 수상(2006.10.9)

(작품명 - 3인다기.소리)


2007경주세계문화엑스포포스타공모전/장려상 입상(2007.3.23)

(천년의빛 글그림)


민주평통일추진협의회 주최 2007 제1회 평화색채공모전 / 동상 수상(2007.12.13)

(작품명/우리글 우리나라)


2008 제1회부경대벽화공모전/우수상 수상(2008.10.5)

(작품명/ 젊음,자유,꿈,희망,사랑)


2009 제1회 카톨릭미술대전 출품(2009.10.16)

(작품명/순교) 이 작품은 얼마전 천주교성지 절두산순교박물관에 기증했다.

(바로 이 그림☞☞) 

 

 

 

나주향교에 관심이 많다.

 

 

대성전 앞 계단의 용머리와 몸통이

'ㄴ'자 모양으로 이어진 것을 보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궁금해 하신다.

몰라서 대답을 못해드렸다 -.-;;

 

 

 

호기심 많은 거람 선생에 질세라

탐구심 발동한 곰~녀님.

서까래와 창살까지 샅샅이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그리고...

맨날 드나들면서도

비자나무려니 하고 말았던 그 곳에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휑~하게 비어버린 비자나무 속에

달마대사의 미소 처럼

사람의 웃는 모습이 보인다나, 어쩐다나...

글쎄다. 

 

 

점심시간에 맞춰 심향사로 향했다.

곰탕은 이미 드셨다 하니, 뭔가 나주의 맛으로 기억될 특별한 음식이 없을까 궁리끝에 생각해낸 곳이다.

주지스님은 서울 출타 중이라 하고, 이미 객(客)의 수준을 넘어 식솔이 되다시피한 조기홍 선생이 대신 맞아 주신다.

 

경내에 들어서니 중창불사가 한창이다.

 

 

아직 점심공양 전이라 하여

조기홍 선생의 안내로 사무실 건물 2층 음악감상실에 자리를 잡았다.

 

茶道 무시,

格式 무시,

體面  무시.

 

주인장 허락은 받은 것이나 진배 없으니

되는대로 차를 내려 몇 순배 돌릴 즈음

점심시간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주지스님과 얘기할 때는

한 너댓명 모시고 갈테니 점심좀 주시라 했는데

한 사람, 두 사람 불러모으다 보니 열댓명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느닷없는 호호의 호출에 달려온

친구들과 지인들이야말로

교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니,

한 친구는 사십 수년을 나주에 살면서도 심향사 들어오는 길을 몰라

동네를 몇 바퀴 돌았다지 않은가.

 

그래서 종교도 소통이 필요한 것이리라.

 

 

점심을 먹고 다시 음악실에 모였다.

이번에는 소원스님이 팽주(烹鑄)가 됐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차를 끓여내는 사람을 팽주라 한다 한다.

주전자를 삶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나? 맞는 말인지는 모를 일이다. 

 

 

글그림이 무엇이냐는 좌중의 질문에

거람 선생이 설명을 대신해서 직접 시연해 보인다.

'황소'라는 글씨로 황소를 그렸다.

 

 

이번에는 눈, 코, 입, 귀라는 글씨로

그려낸 글그림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전체적인 형상은 부처다.

하지만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면 글씨가 보인다.

 

 

 

 

 기독교인들을 위해서 '하나님'이라는 글그림도 선보였다.

 

하나님은 빛이시니

산 위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두 팔 벌려 찬양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거람은 원래 불교신자지만

기독교, 카톨릭과 관련된 작품을 위해

성경을 읽기 시작했는데

두 번을 통독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위의 '순교' 글그림 참조>

 

거람의 글그림은

단순히 글씨를 그림으로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와닿는, 그래서 영감이 가는 글을 그려내고 있단다.

한글도 한자처럼 상형화 할 수 있다는 원리를

밝혀내고 있는 과정이란다.

 

 

오늘의 시연회를 위해서

값이 적잖은 삼베모시를 선뜻 제공한 천염염색가 신문순 님과

한복디자이어 정순화 님.

 

 

다음달 넷째아이 출산을 앞둔 친구 김양미를 위해

작품을 주문했더니 주저없이 '사랑'이라는 작품을 그려내신다.

 

물을 달라는 아이의 손을 잡고

샘이 있는 곳까지 길을 안내하는 어미의 모습으로

'사랑'을 그렸다.

 

아! 그런데 아이의 胎名이 '사랑'이란다.

 

 

 

거람과 사랑이 엄마 김양미                                                 조기홍 선생과 거람 김반석 선생 

 

 

 

 

사랑채에서 저녁을 먹고

금성명다원으로 모였다.

 

금성명다원 주인장 무송 송영건 선생의 차차차차 강연이 이어지자

다들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다.

 

몸과 마음을 좋은 기운으로 가득 차게 하는 茶

그래서 안 좋은 것들은 모두 차버리게 하는 茶

늘 허리춤에 차고 다니면서 먹는 茶

몸의 더운 기운과 감정을 차게 식혀주는 茶

 

메모를 않고 이 네가지를 오롯이 기억할 수 있을 것인가

염려스럽다 했더니 다들 한바탕 웃었다.

 

"네가 기억해내면 용치" 하는 의미였을 것 같은데

네 가지 다 기억해 냈다.

용타.

  

 

저녁 먹고 찻집에 들어설 무렵

부슬부슬 흩날리던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차 한잔 하시자고

연락 드린 분들이 빗속에 장소를 못 찾아

나주시내를 배회하고 계신다는 소식에

마중갔다 돌아오니 꽤 많은 분들이 모였다. 

 

 

 

작곡가 윤대근(고구려대학 유아교육과, 왼쪽 사진 가운데)교수,

화순에서 천연염색을 하시는 분<오른쪽 사진 검은 수염>,

톱밥(목분)공예의 선구자 안명수 님<오른쪽 사진 왼쪽>,

그리고

식당에서 우연히 옆방에 든 인연으로

나주교육진흥재단 심운기 이사장과 김일환 이사, 남기봉 이사가

늦으막히 합류했다. 

 

  

 

알고 보니 거람은 글그림 뿐만 아니라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 연주, 노래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에 놀라움이 더해졌다.

 

고향의 산 '치술령'을 노래한 곡 등 세 곡을 노래했는데

앙콜곡을 요청하니 또 한 곡,

노래도 1, 3, 5, 7, 9로 해야한다는 조기홍 선생의 우김에

또 한 곡 해서 연거푸 다섯 곡을 들었다.

 

마지막 노래는 거람이 글그림을 그릴때

마음으로 염원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하늘 · 땅  · 사람

.

.

 

노래가 끝난 뒤 조기홍 선생이 즉석에서 소쿠리를 돌리자

노잣돈 기만원이 담겼다.

 

이어서 명색이 남도를 찾은 손님인데

남도의 소리 한가락 정도는 들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호호의 오지랖에 무송 송영건 선생이 나섰다.

 

임방울 선생의 소리로 유명한

적벽가 중 새타령 대목을 고수도 없이 들려주신다.

 

 

일고수 이명창이라 했던가?

고수가 없는 그 빈자리를 관객이 추임새로 대신하는디,

얼씨구~, 좋~다, 그렇지....

하며 잘 받아나가던 화순의 그 양반이

어느 대목에 이르자 '오우케이~' 하는 것이 아닌가?

키득거리는 소리가 한층 재미를 더했던 밤이다.

 

안주인인 오수희 선생께서

돼지껍데기에 명태코다리, 묵은지를 안주로 해서

와인 한 병과 소주 세 병을 내오셨는데

거람 선생 일행이 숙소인 나주천연염색문화관 게스트하우스로

자리를 옮길 시간이 돼서 아쉽지만 뿌듯한 작별을 나눴다.

 

더욱 굵어진 빗줄기에

가로등 붉은 빛이 태양처럼 빛났다.

 

36

오세은 '노래하는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