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마다 나주뉴스 오기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영감인디
어째서 신문을 안 보내주요? 일년치 구독료 선불까지 했는디 돈 받았다 이거요?"
"어르신 그것이 아니고요, 요즘 선거공보물이며 뭐며 우편물이 많아서
배달이 하루 좀 늦는가 보네요. 저희는 보냈거든요?"
"뭔 소리여? 아니 그러면 우체부를 다그쳐서라도 똑바로 제때 배달을 해야 할 것 아니요.
당신들 시방 촌에 사는 영감이라고 무시허는 것이여, 뭐여?"
"아니, 그것이 아니고요...예, 어르신 제가 그럼 지금 바로 달려갈랍니다."
왕곡 구기촌에 사는 할아버지 한 분이 신문이 안 들어왔다고
어찌나 불호령을 하시던지 무작정 신문을 들고 나섰다.
왕곡 구기촌이면, 몇년 전에 취재를 한 번 했던 마을이니까...
하고 나섰는데 한참 가다보니 동수동 지나 오량동 지나...
이 길이 아닌갑다...
여긴 옛날에 이웅범 씨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와봤던 동네 아녀?
맥 없이 돌아 나오는데 마을어귀에 오동꽃,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참, 오묘하게 생긴 꽃이다.
종모양 같기도 하고,
백합꽃 같기도 하고...
오동꽃 향기를 처음 맡았던 때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늘 창가에 앉기를 고집했던 그 시절 바로 이맘 때,
모교인 조대여고 뒷산에 핀 오동꽃에 정신이 팔려
공부는 안중에 없었던...
그런데 오동꽃 향기가 참 향기가 진했다.
매웠다.
뭔 꽃향기가 맵담?
게다가 그 시절 5월이면 어김없이
최루탄 냄새가 코를 마비시키던 시절이었으니...
참으로 오묘한 꽃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돌아나오는 길에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기분 좋아서 나오는 노래가 아니라 그냥 그대로
넋두리하는 노래가락이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 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찔레꽃도...
논둑 밭둑에 핀 찔레꽃
누군가의 무덤가에 핀 저 찔레꽃
이렇게 저렇게 피었다 지고
찔레꽃이 핀줄도 모르고 보내던 5월이
오늘에야 눈 앞에 펼쳐진다.
그러고보니
그 성미 고약한 영감님 덕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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