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기 좋은 이 계절에
공교롭게도 나주시의회가 6대 의회 개원 후 처음으로 정례회를 열던 날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대전 유성구 출장을 가게 됐다. 주변사람들이 온천관광이라도 가는 양 부러운 눈길을 보냈지만 실상은 온천욕은커녕 2박3일 빠듯한 연수일정 때문에 사라졌던 오십견이 도지고 말았다.
연수는 ‘지방자체단체 조례입법 보도 실무’를 주제로 ‘지방분권과 지방행정체제 개편(경남대 행정학과 최낙범 교수)’ ‘지방자치와 조례입법 일반론-조례안의 입법형식과 심의기법-(인천시 동구의회 김회창 전문위원)’ ‘조례입법의 이론과 실제-지방의회 의정활동 평가방법을 중심으로-(한양대 조례크리닉센터 전기성 센터장)’ 그리고 옥천신문 전 편집국장인 조주현 씨로부터 ‘조례입법 보도와 지역신문의 역할’에 대한 강좌로 마무리됐다.
이 좋은 계절에, 그것도 온천관광지에 와서 이런 생고생을 해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원숙기에 접어든 마당에 지방자치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이를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지역신문의 역할과 책임 또한 크다는 점에서 이번 연수의 의미를 찾기로 했다.
강의를 듣다보니 전국 지방의회의 천태만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범적으로 잘하는 의회, 전국적으로 조례 제정을 위한 발의를 가장 많이 한 의원, 임기 내내 한 건도 안한 의원, 상위법을 무시한 채 조례를 제정했다가 망신살이 뻗힌 자치단체 등.
얘기 끝에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가 화두가 떠올랐다. 의원들의 연수를 빙자한 해외여행 어떻게 볼 것인가. 십중팔구는 시민혈세 낭비라는 질타성 기사를 쓰기가 십상이라는 결론이다.
의원으로서 조례는 어떻게 제정하고, 예산심사는 어떻게 하고, 민원과 청탁은 어떻게 구분해서 처리해야 하는지, 기본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을 둘러본다 한들 ‘개발에 편자’가 아니겠는가 하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나주시의회가 다음달에 해외연수를 간다고 하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주는 지역신문들이 제대로 일을 안 하는가 보다는 질책까지 나왔다. 개원한 지 채 백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의회가 그런 발상을 하느냐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연수가 끝나고 돌아온 날 바로 나주시의회에 의원들이 연수나 연찬회를 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두 번 있다고 한다. 한번은 7월 개원을 앞두고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오리엔테이션으로, 또 한 번은 이번 정례회를 앞두고 중흥골드스파에서 조선대 강인호 교수를 초청해 의정활동 실무에 대해서 배웠다는 것이다. 한 번도 없다는 답변 보다는 그마나 다행이다.
의원들의 해외연수에는 분명한 목적과 성과가 있어야 한다. 지역에서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는 사안의 열쇠를 구하러 간다든지, 나주와 협력을 맺고 실질적인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는 협약을 맺으러 간다든지, 아니면 의정활동의 금자탑이 될 특별한 교육을 받으러 간다든지...
그런데 이번 나주시의회 호주 연수에는 그런 명분과 목적을 찾을 수 없다. 교육과 복지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위해 다녀온다는 설명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4박6일의 일정 속에 어디에서, 어떻게 그런 노-하우를 찾는다는 말인가. 차라리 예산이 세워져있고 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이니까 가게 됐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연수를 가야한다면 다녀온 뒤 보따리를 풀어 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저 의원들의 오감만족으로 끝나는 해외연수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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