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두런대던 골목길이 고요해지자
2층 창문을 타고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건듯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밤마실을 나옵니다.
무덥고 지루하기만 했던 여름은
8월이 다 가고 9월이 오는데도 버티고 버티더니만
단말마 비명처럼 태풍 한번 몰아치더니 결국 물러가며
이름 모를 꽃 한 떨기 남기고 갔습니다.
참으로 보기에도 앙상하고
얄궂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남긴 선물이기에 귀하게 담아왔습니다.
요리조리 뜯어보면 꽤나 기묘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번 주의 깊게 눈을 마주친 사람이라면
이름이 뭘까 궁금해 할 것입니다.
세상에는 나와 인연은 깊지 않지만
나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나름의 아름다움과 향기로 세상을 기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름을 모르는 이 한 떨기 꽃도 오늘 그런 기쁨입니다.
창문 너머로 귀뚜라미가 울고 또 서늘한 바람 한 두 줄기가
가을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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