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천...홀로 남은 백로의 고군분투 점심사냥
찬바람이 나면서 나주시 송월동 흥룡마을 왕대밭에 집단으로 서식하던 백로들이 겨울을 나러 남쪽나라로 떠났습니다.
그동안 닭똥 보다 징한 학똥이라며, 밤낮 없이 괘괘거리는 학떼의 소음에 골머리를 앓던 마을 주민들도 모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마을 숙원사업이던 소방도로 개설 공사가 백로떼 서식지 훼손이냐, 보존이냐... 하는 기로에서 중단됐는데 이제 다시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일 점심나절, 나주천에 백로 한 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미처 무리를 따라가지 못한 것인지, 홀로 남아 겨울을 나보겠다는 것인지, 아무튼 혼자 남아 점심식사를 하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우두커니 허공을 응시한 채 미동도 않는 녀석을 보고 "어? 저 녀석은 왜 안 갔을까?" 하고 지나쳤는데, 다시 돌아오는 그 시각까지 똑같은 자세로 멍 하니 있는 녀석을 보고, "별 녀석 다 있군!" 하고 지나치려는데 갑자기 물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더니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물고기 한 마리를 물고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고기를 잡으면 재빨리 뭍으로 올라오더군요.
혹시나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물고기가 부리에서 빠져나갈 경우
물 속이라면 놓칠 수도 있겠다는 계산에서겠죠?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몇 번 흔드니까 축 늘어집니다.
아마 기절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저걸 한 입에 삼킬 수 있을까?
지켜보는데 "걱정도 팔자유"하는 표정으로 단번에 꿀꺽 삼킵니다.
아직 양이 덜 찼는지 두번째 사냥에 나서는 녀석
눈초리가 매섭군요.
그런데 이번엔 물고기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몇 번이나 헛 부리질을 하더니
바짝 약이 오른 모습입니다.
나주에 백로서식지는 나주시청 옆에 있는 흥룡마을 뒷산 대나무숲과 동신대 후문쪽에 있는 연화제 옆 소나무야산이 대표적입니다.
백로가 마을 뒷산을 하얗게 뒤덮은 모습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신선이 사는 마을처럼 부러워들 하죠.
실제로 백로들은 생태계가 건강하지 않은 곳에는 둥지를 틀지 않는 새로 알려져 있으니만큼, 나주가 그만큼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하지만 백로 서식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배설물과 악취, 소음 때문에 지장을 많이 받는다고 하소연합니다. 더구나 흥룡마을의 경우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던 소방도로개설이 백로 서식지를 통과하는 문제로 중단되자 "사람 보다 새가 더 중요하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백로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서 백로들이 서식하던 대나무숲을 없애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인위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현실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나주시가 7일 오후, 주민들과 환경단체 관계자 등을 불러모아놓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주민들과 백로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한 현실입니다.
기계적으로 물을 흘려보내주지 않으면 당장 바닥을 드러내고 마는
저 황량한 나주천도 백로에게 먹이를 나눠주고 있지 않은가.
아줌마, 새가 밥 먹는 거 첨 보슈?
가서 점심이나 드슈.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오리가족.
남이사...
잠깐 오리가족과 토시락거리는 동안
푸드덕거리는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백로의 날갯짓이 몇번 일더니...
오홋~
저 우아한 날갯짓을 보라.
잡았군요.
누가 한 입 나눠 먹자고 할세라 재빨리 등을 돌려 뭍으로 향하더니
또 기절시키기 흔들기를 합니다.
황량한 나주천에도 먹고 먹히는 생태계 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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