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골...전남대 교정의 가을
전남대학교 교정에 가을이 물들어갑니다.
정문에서 캠퍼스로 진입하는 길에 늘어선 메타세콰이어가
휠씬 듬직해졌습니다.
20년 전 저 나무들은 그늘이 저렇듯 길지 않았거든요.
저들은 세월을 통해 휠씬 건강한 팔다리와 무성한 잎을 얻습니다.
옛 본관건물과 용봉탑입니다.
숫처녀가 지나가면 탑 위의 저 학이 날아간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설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나 봅니다.
그리고 피사의 사탑을 닮아가는 걸까요?
건물이 기울어가는 것은...
ㅋㅋ
원인은 카메라 작동부실탓입니다^^
전남대 교정에는 플라타너스와 튤립트리가 많습니다.
지난번 프랑스에 갔을때 보니까
파리 샹제리제 거리나 시내 곳곳, 또 지방을 가도
플라타너스가 참 많다고 느꼈는데
전남대도 그렇더군요.
특히, 튤립트리는 봄에 여린 연둣빛 빛깔도 좋고
여름에 진초록 향연도 좋고,
가을에 저렇듯 황금빛 단풍이 참 좋습니다.
하지만 플라타나스는 이파리에 쐐기가 들끓어서
여름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나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후문쪽...
지나가다 머리 위로 뭐가 '툭' 떨어지는 느낌에 만졌다가는...
"끼악!!!!!!!!!"
바로 이렇게나 말입니다.
제2학생회관 앞의 플라타나스 나무 위에
석양이 비끼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농과대학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농업생명대학이라고 하던가...
그쪽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2학생회관 건물입니다.
지금도 2층에 신문사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4층에 있던 고전음악감상동우회 동아리는 그대로 있나봅니다.
입학해서 처음으로 찾아들어간 방이었는데...
제가 다녔던 사회과학대 건물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루이제린저가 북한방문기에서
'북한은 어린이의 천국'이라고 한 글을 보고
'정말일까?' 호기심에 그녀의 글을 탐독하다가
그녀가 심리학과를 다녔다는 사실에 심리학과를 선택했더랍니다.
그때 저는 자연계열이었는데 인문계열 학과를 들어가게 되면
동일계열 진학에 주는 상당한 분량의 점수가 깎이는데도
떨어지면 쩔어지지...하는 마음으로 선택했죠.
덕분에 부전공으로 신문방송학까지 공부할 수 있었고,
저와 나이가 같은 CUB(Chonnam National University Broadcasting)에서
3년 동안 방송기자생활을 했더랍니다.
그때 제가 진행하거나 제작했던 프로그램 중에
'용봉공 메아리' '보도 포커스'가
지금의 PD수첩 같은 인기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
캠퍼스 곳곳 가로수에 매달아 놓았던 벌통 모양의 초록 스피커가
지금은 모두 지중화돼서 보이지 않는 군요.
사회대 앞 키다리 메타세콰이어(삼나무 일수도??)와 플라타나스
80년대 중반 전남대학교를 다니면서
2만 학우와 3만평의 캠퍼스를 다 만나고, 다 밟아보는 것이
제 4년의 목표였는데 두 번째 목표는 거의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누가 뭐라해도
소니워크맨 카세트테잎을 귀에 꽂고
숲 우거진 캠퍼스를 걷는 것은 일과였으니까요.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생각은 아닙니다만,
그때 만났던 사람들, 그 고운 인연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회오리칩니다.
그 시절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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