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에는 선물 주지 마십시오
“작년에 나주시가 경찰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마치 나주시가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이나 되는 것처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그게 결국은 무엇 때문입니까? 명절이면 시의원, 기자, 지역의 주요 인사들에게 떡값과 선물을 챙겨주느라고 공무원들이 변칙회계를 해서 자금을 만들었던 관행 때문이 아닙니까?”
깜짝 놀았다. 지난해 나주시가 경찰로부터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당하자 마치 큼직한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대서특필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것이 기자들에게 명절에 떡값 주고 선물 돌리기 위한 자금조달 수단이었다니, 그렇다면 나 역시 그들의 그런 범법행위를 부추긴 미필적 고의의 가담자가 아니었던가.
이밖에도 공무원들은 이른바 앉은뱅이 출장이라고 하는 관행적인 출장으로 부서운영비를 조성하고 점심시간이면 부서장을 모시고 나가 식사를 대접하고. 간부들이 관외출장을 가게 되면 출장비는 간부 통장으로 입금되는데 부서에서 따로 출장비용을 부담하는 일들이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례는 나주시공무원노조가 지난 21일 청렴한 나주시 건설을 위해 반드시 근절해야 할 변칙회계 근절사례로 꼽은 내용들이다.
이런 일을 도맡아왔던 공무원들은 당연히 각 실과소장 밑에서 승진을 기다리는 공무원들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졌던 이같은 변칙회계로 인해 이들 공무원들은 지금 수사선상에 올라 엄동설한 보다 더 추운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1794년 10월, 33세의 나이에 암행어사에 임명된 다산 정약용은 경기도 북부 4개 군현(郡縣)을 돌아보고 탐관오리의 수령들을 징치하라는 엄명을 받았다. 젊고 패기에 가득찬 다산, 민완기자처럼 삭영(朔寧)군수와 연천(連川)현감의 부정과 비리를 명확하게 밝혀내 산천초목도 벌벌 떤다는 어사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그들의 범법행위를 의법처리하는 데는 적잖은 애로가 있었다. 삭영군수 강명길은 어의(御醫)로서 임금을 가까이 모셨던 최측근 출신이었고, 연천현감 김양직도 궁중의 지사(地師)로서 왕가(王家)의 묏자리 잡던 측근의 한 사람이었다. 그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 보고서를 작성하여 나라에 올렸더니 대신들이 가로막으며 처벌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서 불문에 부치고 말았다. 이에 참을 수 없던 다산은 정식으로 격식을 갖춰 임금에게 직접 상소로 아뢰었다.
“법의 적용은 마땅히 임금의 최측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들이 뇌물죄를 범하지 않았고 가혹한 형벌을 남용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공로를 인정해서라도 처벌을 면하겠지만 이 두 사람의 죄악은 참으로 수령이라는 제도가 생긴 이래 들어보지 못한 죄상임에 틀림없으니 이들을 엄벌하여 백성의 삶도 중요하게 여기고 나라의 법도 존엄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현명한 정조는 다산의 상소를 외면하지 못했고 그들은 혹독한 처벌을 받았다.
그동안 나주시의 감사기능이 어떠했는지, 이같은 관행을 서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며 묵인했던 것이 아닌지, 새삼 묻고 싶지 않다. 다만 설 명절을 앞둔 지금 한 가지만 밝히고자 한다. 그동안 받았던 명절선물과 떡값에 심히 부끄러움을 느끼며, 올 설에는 선물을 보내지 말아 주시길, 정 아쉽다면 부서에서 나주뉴스 한 부를 구독해주실 것을 간청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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