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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시민고발에 공무원 징계까지...동토(凍土)의 제국 나주

by 호호^.^아줌마 2011. 1. 31.

시민고발에 공무원 징계까지

 

- 동토(凍土)의 제국 나주 -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전하는 이야기로,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고 사랑하는 부하 마속의 목을 베어 일벌백계(一罰百戒)함으로써 질서를 바로잡은 일을 이른다.

 

제갈량이 평소 신임하던 마속(馬謖)을 장수로 임명해 전장에 보내는데 마속이 제갈량의 지시를 어기고 제 생각대로 전투를 하다 참패를 했다. 마속은 능력이 뛰어나고 성실한 장수이자, 제갈량과 절친한 벗인 마량(馬良)의 동생이었다.

 

그러나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베었다. 이에 다른 장수가 제갈량에게 “앞으로 천하를 평정하여야 하는데, 마속 같은 유능한 인재를 없앤 것은 참으로 아까운 일입니다.”하고 말하자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손무가 싸워 항상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군율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처럼 어지러운 때에 군율을 무시하면 어떻게 적을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선5기 시장으로 취임한 임성훈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든 공무원들에 대해 편견을 두지 않고 동지적 개념에서 임기를 함께 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그러면서도 공무원들에게 주문한 한 가지는 “시장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공직자가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해벽두 임 시장이 한 공무원에 대해 중징계를 단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면사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한 민원인으로부터 민원은 접수하면서 반말과 욕설을 듣자 분을 참지 못하고 집기를 집어던지는 잘못을 저질렀다. 더구나 이 공무원은 이튿날 민원인을 찾아가 다시 한 번 다툼을 일으키자 급기야 민원인이 시장을 찾아가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시장의 권한남용이라며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말연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방역초소 근무, 닭·오리 살처분 작업 동원,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에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민원인의 과도한 요구가 다툼의 빌미가 됐으니 정상을 참작해 달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공무원노조 자유게시판에서는 찬반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시장이 과연 전후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징계를 한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며 ‘모기 보고 칼 빼든 것’은 아닌지.

 

이에 앞서 나주시는 지난 AI살처분 상황에서 병아리를 입식한 다섯 농가를 고발하기도 했다. 사법처리의 위협과 함께 전국적으로 파렴치한 축산인으로 낙인이 찍힌 농민들은 부르짖고 있다. 자신들이 알고도 그랬겠냐고, 그 상황에서 병아리를 입식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적이 있느냐고, 전후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고발부터 하는 것이 과연 시장이 할 일이냐고...

 

시는 이번 구제역과 AI파동을 겪으며 관련법과 방역 매뉴얼에 허술한 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있다. 백서를 만들어 이를 바로 잡겠다는 것도 ‘한 번 실수는 병가(兵家)의 상사(常事)’라는 의미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집행부의 수장으로서 나주시장의 판단과 권위는 분명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에 무리한 점은 없었는지 냉철하게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지휘관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