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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發 '선재성 판사 파문' 숨은 진실은…
한국일보 | 입력 2011.03.19 02:33 |
지난달 말 광주에서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선재성(48) 부장판사 파문. 당시 광주지법 파산부에서 기업 법정관리 업무를 전담한 선 판사가 친형과 친구인 K변호사, 퇴직한 자신의 운전기사 등을 법정관리인과 감사 등으로 선임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당초 부적절한 업무 논란에 그쳤던 사건은 선 판사와 K변호사의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파장이 컸다. '그게 뭐가 문제냐'식으로 버티던 선 판사는 결국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재판에서 배제돼 지난 9일 사법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그가 떠난 뒤 사건의 배경을 놓고 법조계 안팎에선 '향판(鄕判ㆍ지역법관제)의 전횡' 이라는 일반적 해석 외에 '법원 내 보수세력의 진보색(色) 지우기' '법정관리기업 옛 경영진들의 역공' 등 여러 말들이 나돌고 있다. 선 판사 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
"두 분 사이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광주의 한 40대 변호사는 선 판사의 부적절한 법정관리 업무 파문에 대해 묻자 "내가 답변하기는 부적절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더니 이내 선 판사와 K변호사의 '특별한 관계'얘기를 꺼냈다. 그는 "통상 재판과정 등에서 판사가 친분 있는 변호사에게 각종 편의를 봐주는 경우가 있는데, 선 판사의 경우 고교 동창인 K변호사에게 제공한 편의는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었다"며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이번 사건이 터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 판사가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를 맡으면서부터 지역 법조계에선 "K변호사가 선 판사 덕에 사건 수임이 늘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고 한다. 실제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변호사들 사이에선 "선 판사의 친구(K변호사) 챙기기가 심했다. 친구를 법정관리기업 감사로 앉히더니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말이 돌았다.
A변호사는 "선 판사가 K변호사에게 알게 모르게 편의를 봐줄 수는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만큼 K변호사가 (소문 안 나게) 처신을 잘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파문의 발단이 학연(광주일고)을 중심으로 한 향판의 전횡이라는 이야기였다. 선 판사는 1990년 판사로 임용된 뒤 19년을 광주ㆍ전남지역에서 근무한 대표적 향판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을 일정부분 인정하면서도 다른 측면을 주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선 판사의 부적절한 처신은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파문 확산 과정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학연 중심 '향판의 병폐'인가 견제 세력의 '파워게임'인가
"성격이 너무 강해 역풍을 맞았다"
B변호사는 "일부 법정관리기업 옛 경영진들의 '플레이'에 선 판사가 당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진보성향의 선 판사가 옛 경영진들의 재산 빼돌리기 등 각종 탈법행위를 막기 위해 측근 등을 통해 견제를 심하게 하자, 옛 경영진들이 눈엣가시 같은 선 판사를 찍어내려고 언론 등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법정관리기업 옛 경영진을 상대로 한 채권추심업무 대리인 선임과정에서 선 판사와 K변호사의 유착 의혹을 주장하는 익명의 진정서가 검찰에 접수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변호사는 "지난해 선 판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 기업 회장이 재산을 빼돌린 사실을 말하며 법정관리 중에도 옛 경영진이 비슷한 장난을 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며 "깐깐하기로 소문난 K변호사를 이 기업의 감사로 보낸 것도 노회한 옛 경영진들을 견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회계조사위원이었던 한 회계사도 "선 판사가 K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하자 회사 쪽(옛 경영진)에서 무척 언짢아했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보수 판사들과 보수 언론의 짬짜미"
선 판사 찍어내기 시도가 법원 내부에서도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다. 선 판사 파문을 키워서 사법부에서 진보 색채를 쓸어내려는 보수 판사들의 기득권 되찾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이에 대해 "민감한 부분이다. 지금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원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진보 판사 손보기라는 해석에 대한 법원 밖의 시각은 좀더 사실적이다. 판사 출신의 D변호사는 "법원 내 보수진영이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선 판사 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하필 이용훈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9월)를 앞두고 보수언론들이 뭇매치기 식 보도를 하는 것도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 내 보수세력이 보수언론과 짜고 사법부를 흔들어 헤게모니를 잡으려 한다는 견해다. 사실 지난달 15일 이번 파문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해도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던 보수언론들은 이달 3일부터 작심한 듯 일제히 선 판사 때리기에 나서 일각에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 중견 변호사 E씨는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았다. "분명 선 판사가 잘못하거나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 있지만 너무 나쁜 판사로 매도 당한 면도 있다. 검찰이 수사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그는 성격상 변호사에게 돈을 받고 그런 판사는 아니다. 결국 이번 파문의 관전포인트이자 종착점은 대법원장이 누가 되느냐가 될 것이다. 두고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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