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쓰는 편지
허후남
내 아이 손바닥만큼 자란
유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 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 곳에 계시는지요
날마다 편지를 쓰지만
실은, 받아줄 사람도 없는 공허한 읊조림
공연히 하늘의 구름을 보고
하릴 없이 바람이 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날마다 어디론가 떠나가는데
실은 그 어느 곳도 닿을 곳이 없는...
내 삶의 종착역은 사실 지금 이곳 여기인데
마음만은 머언 먼 그 어딘가를 향해 떠나가는...
6월은 방랑의 계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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